6번 낙방 공시생, '작두콩 커피'로 크라우드펀딩 대박 터뜨렸죠

그린로드 김지용 대표

6번 낙방 공시생,                                                                           '작두콩 커피'로 크라우펀딩 대박 터뜨렸죠

"멀리서 오셨습니다". 서울에서 2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전라북도 익산시의 한 공장. 1층 로비에서 순박한 미소를 띤 청년이 반갑게 맞는다. 사무실로 안내를 받아 자리에 앉자 "이거 한잔 마셔 보세요"라며 까만 물을 건넸다. 늘 마시는 커피이겠거니 하고 한 모금 들이켰는데 맛을 보고선 웃음이 새어 나왔다. 기분 좋은 쌉싸름함은 여느 커피 못지않았지만 특유의 향과 구수한 맛은 분명 커피가 아니었다. '재미있는 맛'이었다고나 할까. 이 물의 정체가 뭐냐고 물었더니 '작두콩'이란 대답이 나왔다.

 

'작두콩 음료'의 사업가능성을 확인하다

"우리가 즐겨 마시는 커피는 대부분 수입 원두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나는 작물로 커피를 대체할 음료를 만들 수 없을까 하는 생각에 개발한 것이 '작두콩 커피'입니다. 고서에 보면 작두콩을 태워 가루를 내어 먹었다'는 기록이 있어 커피를 떠올렸죠"

전라북도 익산시에 위치한 국가식품클러스터에서 만난 그린로드 김지용 대표는 '킹빈'을 이렇게 소개했다. '킹빈'은 작두콩이 국산 콩 중에서 가장 크다는 점에 착안해 '콩 중의 왕, 건강에 최고'라는 뜻으로 지은 대표 브랜드명이다. 100% 작두콩알만을 볶아 분쇄한 것으로, 원두커피처럼 뜨거운 물을 부어 내려 마시면 콩 특유의 구수한 향과 쌉쌀한 맛이 순한 아메리카노 같다.

'킹빈'을 개발하게 된 것은 대학 때였다고 한다. 김 대표는 한국농수산대학 특용작물학과 재학 시절 실습시간에 작두콩 재배실험을 하게 됐다. 비염이 심한 편이었는데 수업 중에 작두콩이 비염에 좋다는 것을 듣고, 비염에 도움이 될까 해서 작두콩 작물에 대해 좀 더 알아보게 됐다. 이후 '본초비요(本草備要)'라는 고서에서 '작두콩을 태워 먹었다'는 문구를 보고 '킹빈'의 아이디어를 얻게 됐다. 아이디어는 있었지만 사업의 시작이 쉬웠던 것은 아니다. 작두콩 커피의 사업화를 결심하고 처음 반년은 작두콩 로스팅에 몰두했다. 시음회를 열어 맛과 향에서 가장 이상적인 로스팅 단계를 찾아냈고, 이를 위해 로스팅한 작두콩이 100kg을 넘는다.

기회가 열린 것은 지난 2016년 제1회 농식품아이디어(TED) 경연대회 최우수상을 받으면서부터다. 수상 덕분에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의 컨설팅을 받고 농림축산식품부가 운영하는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입주해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혜택도 받았다. 수상 직후엔 청년기업 대표로 청와대에 초청을 받아 대통령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하는 기회도 가졌다.

자신감을 얻은 그는 지난해 창업보육업체 '그린로드'를 설립하고, 의욕적으로 '킹빈'을 출시했다. 온라인상에서 '카페인 없는 커피'로 입소문이 나면서 임산부와 갱년기 여성, 비염·천식·아토피로 고생하는 이들의 구매가 꾸준히 늘고 있다.

 

6번 낙방 고시생, 서른 살에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다

김 대표는 처음부터 농사에 뜻이 있던 청년이 아니었다. 처음 선택했던 대학교의 전공이 적성에 맞지 않아 대학을 자퇴하고 남들 다하는 공무원이 되겠다고 절에 들어가 공부를 시작했다. 6년간 번번이 낙방한 후에야 생활비를 벌기 위해 무작정 야생화 농장에 취업했는데, 이곳에서 농업에 매료됐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농사는 자신의 취미도 즐기면서 유연하게 일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했어요. 농업은 평생직장이면서 나만의 결과물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일터였습니다. 다만 업으로 삼으려면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한국농수산대학 특용작물학과에 입학하게 됐어요"

한국농수산대학 신입생이 됐을 때 그의 나이 서른 살. 새로운 도전을 하기에 적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였지만, 제 역량을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에 바빴다. 대개 농업이라고 하면 밭매고 흙을 가는 모습만 연상하는데, 생산뿐 아니라 가공·관광· 스마트팜 등 넓고 다양한 분야에 농업이 활용될 수 있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농업의 범위는 1차 농산물 생산뿐만 아니라 가공·관광·체험·스마트팜까지 넓고 다양합니다. 저는 뒤늦게 농업에 뛰어들다 보니 기반이 전혀 없었어요. 남들이 다 하는 생산에선 승부를 볼 수 없다고 생각해 ‘가공’에 주목했습니다.

 

남을 돕는 농부가 되고 싶다

최근에는 지향점이 한 가지 더 생겼다.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동시에 사회에 환원하는 성공한 기업인이 되고 싶다는 뜻을 세웠다. 올해 초 200만 원을 목표로 한 농식품 크라우드펀딩에서 1,800만 원을 모집하는 대박을 터뜨린 것이 계기가 됐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2,000만 원을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전북대병원에 기부했다.

"아내의 병원비를 지불하지 못하던 시절, 공모전 상금으로 병원비를 해결하며 아내와 함께 다짐한 바를 지키기로 했습니다. 우리처럼 병원비를 내기 어려운 환자를 위해 기부하자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소속 어린이 1,600명이 무료로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했어요. 사실 이게 얼마나 가치를 가질 수 있을까 생각했는데, 함박웃음 짓는 아이들의 표정을 보니 뭉클하더라고요. 그 기부를 계기로 조금이라도 남을 도울 수 있는 기업 그리고 농부가 되자고 마음먹었습니다"

현재 '킹빈'의 판매는 온라인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펀딩이 끝나고 알음알음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그린로드의 '킹빈'은 로스팅 후에 분쇄한 작두콩 가루를 100g 단위로 포장해 판매한다. 최근에는 필터에 작두콩 가루를 넣어 물을 부어 먹는 형태가 불편하다는 후기를 보고 액상 형태의 캡슐이나 스틱으로 제조하는 방안도 구상 중이다.

"킹빈은 올해 aT(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수출 육성제품으로 지정됐습니다. 8월에는 미국·프랑스 등 8개국에 테스트 수출을 했고, 9월에는 이베이옥션을 통해 20개국에 제품을 등록해 해외에 널리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머릿속에 그리는 꿈이 있냐고 묻자 그는 "킹빈이 뉴욕 맨해튼의 커피 전문점에 자리 잡는 것이다. 그날까지 한 길을 달려 보겠다"며 활짝 웃었다.

일반 현황

 

나만의 성공노트

성공 노하우

처음 농업을 시작할 당시는 아무런 기반도 지식도 없었습니다. 그 때문에 우선 농사가 적성에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땅을 임차해 여러 기초농작물들을 재배해 봤습니다. 이때 전문적인 지식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껴 한국농수산대학에 입학했습니다. 그래서 학문적인 지식과 실질적인 농업기술을 함께 배울 수 있었습니다. 그 후에 어려운 초기자본 실정을 고려해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임대형 공장을 얻어 사업을 시작한 것이 노하우라면 노하우라 할 수 있습니다.

미래 계획

식품제조회사 대표이기 전에 농업인으로서 지역 농민들이 제 덕에 먹고산다고 할 만큼 안정적이고 소득이 되는 작물을 계약재배하는 것이 가장 큰 목표입니다. 돈 자체를 목표로 하기보다 사업이든 개인 삶이든 자족할 수 있는 보람된 삶을 살고 싶습니다.

경험자 조언

전문가로부터 컨설팅도 받고 무엇보다 현장에서 소비자 반응을 확인하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농협미래농업지원센터에서 사업화 전반에 걸쳐 컨설팅을 받았고 농협이 주최하는 박람회와 행사 때마다 시음회를 열어 소비자 반응을 직접 살필 수 있었습니다. 국가 지원도 적극적으로 받아야 한다고 봅니다. 공장이 없어 제품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때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운영하는 국가식품클러스터 내 공장에 입주한 덕에 지금의 그린로드를 설립할 수 있었습니다.

청년농업인,

그것이 알고 싶다!

Q. 창업 시 가장 어려웠던 점은?

A. 제품 생산을 시작하려니 비용 문제를 빼놓을 수 없었다. 로스팅부터 분쇄·추출·포장까지 과정마다 있어야 할 기계를 갖추지 못했었다. 은행에서는 담보가 없다는 이유로 대출을 해주지 않아 아주 애를 먹었다. 다행히 타이밍 좋게 중소벤처기업부 창업지원 사업 대상에 선정되면서 지난해 12월부터 공장 가동을 시작할 수 있었다.

Q. '킹빈‘의 안전성에 확신이 있는 것 같다.

A.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작두콩은 비타민 B₁의 함량이 일반 콩보다 3배, B₂는 5배, B₃는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 작두콩에 함유된 플라보노이드 성분은 수용성이어서 물에 우리면 영양성분을 더 효과적으로 섭취할 수 있다는 것이 증명됐다. ‘킹빈’은 누구나 먹어도 안전한 제품이라는 것을 공인검증기관에서 안전성 검사를 통해 입증했다. ‘킹빈’은 커피와는 다르게 ZERO카페인 건강식품이며 단일 원재료인 작두콩알 외에 보리, 치커리, 맥아 등 다른 어떤 작물도 섞여 있지 않다. 나아가 카페인은 물론 벤조피렌, 아크릴 등 유해물질이 전혀 검출되지 않아 모두에게 안전한 제품이다. 하루에 습관처럼 여러 잔을 마시게 되는 커피를 줄이는 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믿는다.

Q. 농촌 경제 활성화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A. 작두콩은 현재 6,600㎡ 정도는 전라북도 정읍시에서 직접 재배하고, 나머지 4만 9,500㎡ 정도는 전라남도 화순시 소재 농가에서 계약재배하고 있다. 그곳 어르신들이 심은 작두콩을 구매하고 있다. 작두콩은 병해충이 적어 재배가 쉬운 편인데, 계약재배를 하는 것은 농가 어르신에게 가벼운 일자리를 제공하려는 이유도 있다. 더불어 직원들이 노년기를 맞게 되면 그들이 작물을 재배하고 그것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그린푸드를 평생직장으로 만들어 주고 싶은 마음도 있다.

이 인터뷰는 문화뉴스와 내일날씨가 공동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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