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난 다리들 사이에서 붉게 물든다. 피처럼 빨간 내 꽃술."

극단 스튜디오 반의 레파토리 공연 '꽃잎'이 26일부터 30일까지 유씨어터 페스티벌 공연 선정작으로 유씨어터에서 진행된다. '꽃잎'은 여성주의 극작가 라본느 뮬러의 희곡 '특급호텔(Hotel Splendid)'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참혹한 위안부 생활을 새로운 관점으로 제시한다.

위안부 여성들의 꿈과 삶이 그려지는 이야기라는 점에선 그 전의 위안부 여성들의 이야기와 맥통은 닿아있지만, '꽃잎'은 뮬러의 해석과 연출가 이강선의 재해석으로 새롭게 태어나고 있다. 극작가 뮬러가 일본에 체류하던 중 우연히 위안부 이야기를 접한 뒤 수년간 몰두해 집필한 작품으로, 일본 군대에 유린당한 어린 소녀들의 삶을 호소력 있게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다큐멘터리적 성격의 극성을 지니고 있다. '특급호텔'은 그 당시 실제 위안부 막사의 이름이었다.
 

   
 

극단 관계자는 "'꽃잎'의 소재인 역사 속 '위안부'에 관한 문제는, 단순히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적인 인권, 여성, 평화의 문제로 인류의 공동선 추구를 위하여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이 시대의 과제"라며 "'꽃잎'은 역사의 진실을 밝히는 작업을 우리 스스로가 먼저 실천해야 한다는 생각에 따라 기획됐다. 극단 스튜디오 반은 한국 역사 속 다양한 인물과 사건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왔으며, 앞으로도 역사 속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고, 질문하며, 관객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꽃잎'은 뮬러의 '특급호텔'을 다원 예술 양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의 참혹했던 일본군 '위안부'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풀어낸 '꽃잎'은 과거의 역사가 희미해져 가는 요즘, 전 인류의 보편적인 폭력에 대한 문제로도 생각해 봐야 할 우리의 위안부 문제를, 시각적이고 체험적인 퍼포먼스 요소로 재조명하려고 한다. '꽃잎'은 이들에게 가해졌던 잔인하고 처참했던 실상, 그리고 고통을 관객에게 시각적이고 촉각적인 연극적 경험으로 보여준다.

'꽃잎'은 역사 속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사라지는 사람들에 대한 아픔을 제시한다. 디지털 생태계의 현장 속에서 매 순간 정보나 사실이 과거로 급히 송출되는 요즘, 역사는 희미한 정보들의 무더기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 작품은 인류가 고민해야 할 폭력이라는 문제에 내밀하게 접근하고 있다. 이강선 연출은 이 부분에 자신만의 내시경을 들여보낸다.

'꽃잎'은 이제 위안부 여성의 테마는 일본이라는 가해자의 위안부 문제만이 아니라 우리의 위안부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진지한 질문을 던진다. 이 문제는 국제적인 인권, 여성, 평화의 문제로 인류의 공동선 추구를 위하여 반드시 해결되어야 하는 이 시대의 과제이기도 하다.
 

   
 

이강선 연출은 "공연 한 번으로 모든 것을 이해했고 어떠한 성과를 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긴 호흡을 하고 지속적이면서 집요하게 이 문제를 고민하고 진행해 갈 생각이다. 정말 우리는 이 문제에 진중하게 접근하고 있는지 되묻고 싶다. 아니, 나 자신에 이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의 일본 정부가 망언을 일삼고 있기에 사회적 관심사로 가끔 언급은 되고 있지만, 그저 하나의 뉴스거리로 지나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혹을 품게 된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이 문제를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지켜보고 해결할 의지를 갖춰야 한다는 생각을 해 본다.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이해할 수 있다고도 말하는 것이 사치다. 아주 작은 것이라도 그들의 입장에 서서 그들의 숨소리를 끊임없이 듣고 싶을 뿐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꽃잎'은 2015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다원예술창작지원작이자, 2015 한국문화예술회관 연합회-하남문화재단 공동제작 레파토리 사업 선정작 공연됐다. 올해는 유씨어터 페스티벌 참가를 시작으로, 하반기엔 텐트공연을 추진할 계획을 하고 있다. 김성미, 오봄길, 전수아, 배수진 등이 출연한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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