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민혜 기자] 체코 영화 '희망에 빠진 남자들'(감독 이리 베데렉)을 리메이크한 작품 '바람 바람 바람'(감독 이병헌)이 금일 개봉했다.

문화뉴스가 '바람 바람 바람'에서 치명적인 '제니' 역을 맡은 배우 이엘을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영화 어떻게 봤나?

ㄴ 재밌게 봤다. 객관적으로 보고 싶으나 애정이 있는지라 좋게 봤다.

원작은 봤는지?

ㄴ 처음 제안받았을 때 원작을 보라고 대표님이 말씀하셨다. 원작이 너무 신선하고 재밌었다. 오히려 기대가 커졌고 이병헌 감독님이 어떻게 각색을 하실지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이 커졌다. 이병헌 감독님에 대한 신뢰가 있어서 첫 미팅에서 당연히 "오케이, 예스"라고 했다. 어떤 영화를 하게 될지에 대한 거를 보려고 원작은 봤다. 최대한 우리 영화 자체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결이나 방향성 자체가 워낙 다른 작품이 될거 라는 예상이 되어서 준비하면서 원작보다도 감독님과의 대화를 최대한 생각했다.

 

민감한 소재일 수도 있다.

ㄴ 바람이라는 게 영화에서 철없고 외로운 덜 성숙한 어른들이 조금 더 성숙으로 찾아가는 단계를 보여주는 설치 내지는 도구로 사용된 거지 이걸 전면에 내세워서 미화하거나 옹호하는 입장이 아니다보니 부담을 안 가져줬으면 좋겠다. 시나리오 읽는 단계에서부터 사람들의 미묘한 미세한 감정 변화를 보여주기 위해서 사용된 장치일 뿐이구나 깨달은 순간 그런 거를 많이 봐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 경쟁자가 이미 있다면?

ㄴ 그렇게 쟁취하는 쪽은 못 할 것 같다. 그거는 내 감정은 내 감정이지만 그 다른 여성분에 대한 예의도 아닐뿐더러 내가 좋아했던 사람을 그런 비겁한 사람으로 만들고 싶지 않다. 한 인간으로 좋아했던 사람이 나로 인해 비겁해지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캐릭터로 많이 나오는데 본인의 매력은 어떤 부분인가?

ㄴ 오히려 이런 외모와 다른 어떤 애 같은 면이 있다. 그런 게 오히려 매력이라고 생각한다. 생긴 대로 과감하게 행동하고 매력을 많이 어필하는 그런 사람이었으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기에 이미 조금은 화려하고 강해 보이는 면이 있다 보니 그거랑은 달리 좀 애 같고 철없는 면이 좀 많아서 그런 게 오히려 조금 매력으로 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

 

몸매 비결이 궁금하다.

ㄴ 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식단 조절을 못 하는 사람이다. 많이 움직이려고 한다. 최대한 많이 걷고, 에스컬레이터보다는 계단으로 다니고, 산책도 많이 한다. 집에서 간단하게 홈 트레이닝을 많이 한다. 요가나 간단한 한두 동작이라도 3분 운동이라도 하려고 노력하고 최대한 많이 움직인다.

직접 '이엘'이라는 이름을 지었다고 했는데 마음에 들었던 이유는?

ㄴ 모든 신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에서 출발한 것 같다. '나'라는 사람의 존재를 조금이라도 빨리 인상을 남겨야 되니까 '김지현'이라는 평범한 이름으로는 승부를 보기 어려웠다. 프로필 볼 때 이름이라도 특이해서 한 번이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느 나라 이름인지도 궁금해할 수 있는 그런 이름을 찾고 싶었는데
작명 사이트를 보다 보니 그 이름이 있는데 의미까지 '하느님의 진한 향기'를 가진 게 그 지점이 마음에 들었고 어감도 좋아서 선택했다.

 

패셔니스타로 많은 패션 아이템을 검색하게 한다.

ㄴ 스타일리스트가 많이 준비해준다. 그 안에서 같이 느낌을 찾아간다. 연기나 캐릭터를 준비하면서 캐릭터의 외향적인 부분도 굉장히 많이 중요하게 생각하고 적극적으로 회의에 참여하는 편이다. '도깨비'에서 빨간색의 옷을 입는다거나 빨간 립, '화유기'에서 보라색 립스틱, 볼드한 귀걸이들, 이런 것들 다 선택한 집중인 것 같다. 어떤 거를 좀 집중을 해서 할지에 대한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입술 색깔을 제일 먼저 고른다. 이거저거 입어보고 촬영을 해가면서 안 해도 되는 악세사리는 줄이고 최대한 간결하게 내 외형에서의 내 느낌을 찾아서 모든 분이 그렇겠지만 많이 대입한다.

 

이엘 만이 가진 유혹의 기술이 있는지?

ㄴ 참 이상한 사람인 게 사람에 대한 호기심이 굉장히 커서 사람을 너무 좋아하기는 한다. 내가 관심이 가고 마음이 가는 사람은 이성뿐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마음을 표현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굉장히 소심하고 낯도 많이 가리고 내성적인 사람이라 표현 방법이 서투르다. 유혹할 경우도 드물고 유혹을 해서 상대방이 유혹으로 느꼈는지도 모르겠고 그래서 그런지 만나지게 되는 경우도 오히려 없는 것 같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베드씬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ㄴ 힘들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촬영했던 내 장면들이 너무 말초적으로 소비되었을 때 좀 많이 상처 아닌 상처를 입은 거였다. 그거만 자극적으로 찾으시는 분들이 좀 계시다 보니 예상 못 한 부분은 아니었으나 직접 눈으로 보고 실제로 느끼니까 이래서 조심스러운 거였나 싶고 그런 부분에서 많이 속상했다. 촬영하거나 작품에서 그런 부분이 있었을 때 거기서 오는 두려움이나 어려움은 없었다. 오히려 당당하고 멋지게 해내고 싶은 부분이 컸고 그래서 감독님들과 더 좋은 장면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을 했었다. 

 

언론 시사회 후 기자 간담회에서 '내가 다시 사랑받을 수 있을까?'라는 스스로를 향한 질문을 던져 많은 분이 궁금해할 것 같은데.

ㄴ 배우 이엘, 연기자 이엘이 되기 전에 사람 김지현으로서 가지고 있던 생각이다. 남녀관계에 국한이 된 게 아니라 사람과 사람 관계 안에서 새롭게 얻어지는 관계가 있는가 하면 의지와 상관없이 잃게 되는 관계도 있고 의도와 달리 그 관계들 안에서 상처가 많은 것까지는 아니지만 사람을 좋아하는 애정 갈구형의 사람이다 보니 그런 면에서 고민을 많이 했다. '제니'라는 캐릭터를 만들 때 대사 안에서도 그런 모습이 많이 보여 졌고 캐릭터의 외로움이 많이 보였다. 그래서 그 말씀을 드렸다.

 

영화를 보면 '제니'가 매력적이면서도 사실 제일 알 수 없는 인물이었던 것 같다.

ㄴ '제니'의 이런 상처들을 어떻게 치유하고 어떻게 괜찮아져야 되는지에 대해서 고민했던 것 같다. 그러면서 사람들 안에서의 관계 안에서 '제니'가 마지막 부분에서 했던 대사처럼 어떻게 되는지 흘러가는 대로 맡겨보고 싶었다고 하는데 그게 제일 맞는 말이었던 것 같다. 순간순간 '제니'의 혼란스러움이 만남의 자리까지 만들게 되지 않았나 싶었다. 끝까지 단 판을 지어서 뺏겠다는 건 아니었고 복잡하고 혼란스러운 캐릭터였다.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괜찮지 않고 괜찮아질 수 있겠다는 지점에서 괜찮아지지 않는 그 혼란 안에서 만들어진 거다.

전사가 따로 있었나?

ㄴ 많이 만들어보려고 노력은 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아도 셀프포트레이트만 가지고 됐다. 대사들 안에서 이 친구의 전사는 굳이 히스토리를 만들려고 하기보다는 대사 안에서의 느껴지는 어떤 것들을 더 많이 표현되지 않는지, 어떻게 이해시킬 수 있을까 고민을 했다. 감독님과 많이 고민했다. 감독님도 각색하면서 감정을 어떻게 보여줘야 될지 제니 캐릭터가 제일 고민이라고 했다.

 

어떻게 표현하려고 노력하나?

ㄴ 일단은 과하지 않은 선을 먼저 찾는다. 그 안에서 다양한 재미를 찾는다 혼자 대본에 쓰여진 것 외에도 많이 고민을 하는 편이다. 현장감을 많이 믿는다. 준비하는 것도 있지만, 현장에 가서 감독님과 상대 동료 배우 분들과 함께 맞추면서 그 안에서 또 새롭게 찾아지는 것들이 있다. 조합하려고 노력을 한다. 다양한 걸 많이 본다. 상상뿐 아니라 그거와 접목 시킬 수 있을 만한 것들을 좀 많이 찾아본다. 도움이 될만한 작품들, 영화나 드라마도 보고, 예능이 될 수도 있고, 무용의 한 장면의 클립이 될 수도 있다.

이번 작품에서는 가장 절제된 표정 안에서 가장 절제된 표정과 대사 안에서 복잡한 감정을 보여주려고 했다. 감독님의 스타일도 그렇고 뭔가를 하려고 할수록 과해지고 '제니'를 관객분들이 이해하시는 데 방해가 될 것 같았다. 오히려 안 하려고 노력을 했다. 최대한 석근, 봉수, 미영의 이야기를 더 들으려고 노력을 했다.

 

그동안 연기를 하면서 어떤 부분에서 가장 힘들었나?

ㄴ 금전적으로 힘든 건 당연한 거였고 작품에 선택되지 못한다는 거는 내가 연기를 못하고 그럴만한 사람이 못된다는 거니까 거기서 오는 게 많이 힘들었다. 그때는 어떻게 해야 되는 것인지도 몰랐고 제가 어떤 부분을 더 노력하고 어떤 걸 더 해야 되는지도 몰랐고 연기 자체도 그때는 진짜 내가 봐도 부끄러울 정도로 못했다. 그런 부분이 복합적으로 힘들었다. 지금은 그때보다는 조금은 알고 가고 있어서 많이는 아니지만 조금은 나아졌다.

'바람 바람 바람'이라는 제목의 의미가 따로 있나?

ㄴ 원하는 것 중 가장 큰 것은 그거였다. 사람의 그런 감정에 찾아오는 바람, 감정을 움직이는 그런 바람이었다. 그런 걸 의도하고 지은 제목이었다고 생각한다. '제니'의 마음에도 강한 바람이 불어서 혼란스럽게 흔들리는 캐릭터였고, 나로 인해서 봉석, 석근, 미영의 마음에도 '제니'라는 사람이 나타남으로써 다양한 감정의 바람이 불었다.

 

가족들이 그림 그린다고 들었다. 그림 쪽은 관심이 없었나?

ㄴ 아버지가 서양화 전공으로 그림을 그리셨고 언니도 그림을 그리다가 인테리어 쪽 일을 하고 있다. 어릴 때 당연히 하게 됐었고 그냥 어린 나이치고는 잘 그렸다. 거창한 작품 그림이 아니라 낙서나 미술 시간에 숙제해가는 것들에서 조금은 잘하는 것처럼 보여서 당연하게 그림 쪽으로 갈 줄 알았던 것 같다. 입시 미술하고 그건 달라서 해보다 보니 소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늘지 않으니 포기를 했다.

연기 쪽은 어떻게 하게 됐는지?

ㄴ 고등학교를 2학년 1학기까지만 다니고 그만뒀는데 그림도 소질 없는걸 알게 되고 그때까지도 뭘 해야 할지 아무 생각이 없는 애였다. 어릴 때부터 경험을 엄마아빠가 많이 시켜주셔서인지 워낙에 영화 보는 것에 관심이 많이 가 있었다. 그러다 보니 연기학원이라는 데를 찾아서 연기를 배워보게 되고 그러면서 재미가 생기니까 입시 준비를 이거로 해봐야겠다고 생각이 들어서 입시 준비를 그쪽으로 하게 됐다. 부모님께서 하고 싶은걸 많이 응원해주신 것 같다. 일하겠다고 했을 때 걱정도 많이 하셨지만 그래도 아무 생각 없던 막내딸이 뭔가 하겠다고 나서니 열심히 하라고 하셨다.

 

이엘의 인생 로코 영화는?

ㄴ 좋아하는 영화들이 많기는 한데 로맨스를 다룬 영화는 코미디도 좋아하지만 '오만과 편견'(감독 조 라이트)을 너무 좋아한다. 자기들의 감정을 정확히 알지 못하고 혼란스러운 가운데 표현할 듯 말 듯하면서 자기감정을 오해하는 지점들이 너무 좋은 영화이다. 그런 로맨스 아닌 로맨스를 다룬 영화가 좋다.

이번 작품에 대한 기대치는 어떠한가?

ㄴ 모든 작품을 선보일 때 그런 기대를 하고 선보이진 않는다. 작품이 잘됐으면 하는 욕심은 있지만, 유독 돋보여서 각인시켜드려야지 하지는 않는다. 여태까지 해왔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이라 신선하게 봐주셨으면 좋겠다.

 

영화 '바람 바람 바람'의 관람 포인트는?

ㄴ 딱 이맘때 봄에 제주에서 촬영을 했다. 그래서 이게 제주영화다 라고 전면에 내세우진 않았지만 중간중간에 정말 예쁜 봄의 제주가 많이 담겨있다. 제주도 봄에 따뜻한 봄에 여행하듯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이다. 외로운 어른들이 결국엔 어떻게 성숙으로 가는지 어떻게 변화해가는지 그런 면도 재밌을 것 같다. 산뜻하고 신선한 코미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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