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22일 오전 대학로 예술가의 집 예술나무카페에서 한-독 문화교류의해 '하이델베르크 페스티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예술위)는 주한 독일문화원과 함께 2018년 한-독 문화예술 공동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에 첫 시작으로 하이델베르거 스튀케마르크트 축제 (Heidelberger Stückemarkt) 한국주간 행사를 지원한다. 하이델베르거 스튀케마르크트 축제는 1984년부터 시작된 축제로, 매년 8,000여명의 관계자와 관객이 함께하는 축제로 독일과 해외의 공연예술, 희곡, 그리고 타 문화의 미학을 알리고 연결하는 플랫폼 역할을 해오고 있다.

기존 독일어권 예술가를 소개하는 축제에서 점차 국제화 흐름에 발맞춰 해외예술가를 포함했고, 공연계의 국제화 흐름이 빠르게 진행되면서 2001년부터 본격적으로 주빈국 프로그램을 개최했다. 2018년 한국이 주빈국으로 선정된 것은 아시아 국가 중에 최초로 한국 현대 연극과 극본, 공연, 전시 등 다양한 한국예술을 유럽시장에 소개할 수 있는 기회로 기대하고 있다. 최근 5년간 주빈국은 그리스(2013), 핀란드(2014), 멕시코(2015), 벨기에(2016), 우크라이나(2017)였다.

▲ 홀거 슐체(Holger Schultze)

이번 기자간담회에서는 하이델베르크 페스티벌의 예술감독 홀거 슐체(Holger Schultze), 드라마투르커 레네 그뢰쉬(Lene Grösch)가 한국에 방한해 페스티벌에 대한 소개와 한국 작품 선정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이들은 한국과 독일이 가진 공통점과 한국연극의 독특하면서도 완성도 있는 모습에 주목했다.

레네 그뢰쉬는 "너무 좋은 작품들 중 선별하는 게 고통스런 작업이었다"며 한국 연극의 높은 완성도를 칭찬한 뒤 '노란 봉투'를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한국적인 문제만이 아니라 독일에서도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공통점이 있고 그래서 소개할만한 작품이라고 생각됐다"고 선정 의의를 밝히기도 했다.

홀거 슐체는 "연극만이 아닌 다양한 작품을 통해 한국의 사회, 구조를 독일인에게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하며 "한국과 함께하기 전에 멕시코와 주빈국을 맺었다가 이후 남아메리카의 나라들과도 많은 교류를 했다. 한국과도 그런 비슷한 경험을 기대하고 있다"고 앞으로의 교류에 대해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그런가 하면 "예술가를 금전적이든 다른 형태로든 핍박한다는 건 무척 끔찍한 일이라 생각한다. 독일만이 아니라 유럽도 비슷한 문제가 있다. 터키, 헝가리 등이 그런 문제가 특히 심각하다. 독일에선 그들을 피신시켜 게속 예술활동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준비중이다. 과거 청산도 중요하고 이후에도 그런 일이 일어나길 없길 기대한다. 또 '미투'야말로 한국과 독일의 가장 큰 공통점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독일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며 최근 경향에 관심을 가지고 있음을 밝히기도 했다.

▲ 레네 그뢰쉬(Lene Grösch)

이날 자리에는 양정웅 연출, 이경성 연출, 장영규 감독, 고연옥 작가, 김재엽 작가, 김현탁 연출까지 6명의 초청 예술가도 함께 참석해 페스티벌 초청 작품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양정웅 연출은 "극단 여행자의 연극에 많은 영향을 미친 나라가 독일이다. 2년 전에는 베를린에서 공연했고 저희는 하이델베르크 쪽에 이전부터 개별적으로 접촉 중에 선정돼서 기쁘다"고 밝힌 뒤 "이렇게 축제에서 주빈국을 선정해서 한 나라의 문화를 소개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닌데 흔쾌히 한국을 주빈국으로 하시고 공연예술을 소개해주셔서 감사한다. 이걸 기회로 한국의 연극, 희곡, 음악, 전시 등 예술이 많이 소개돼서 한-독 연극간의 긴밀한 유대와 소통이 될 수 있는 좋은 장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 크다. 독일 관객들이 위주인 자리에 서는 것도 기쁘고 한국의 특이하거나 정치적이고 새로운 문화가 반영된 문화예술이 독일 관객에게 다가가 낯설지만,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계기가 되고 그런 행사가 되길 바란다"며 행사에 대한 기대를 전했다.

▲ 양정웅 연출

고연옥 작가는 "희곡 경연을 하려니 설레고 떨린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고 작가는 "한국의 예술가들은 독일로부터 큰 영향을 받았다 현대연극의 진면목을 경험하기 위해선 독일 연극을 경험해야 한단 이야기를 들어왔다. 저도 베르톨트 브레히트를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꼽고 있고 보편적이지 않은 인간의 내면을 끈질기게 파고 들어 보편성을 획득하는 게 연극의 본질이라 배웠다. 페스티벌을 통해 한국의 연극 희곡 등이 하이델베르그의 관객들에게 어떤 인상을 남기게 될지 궁금하다"며 자신의 희곡이 독일에 소개되는 것에 대한 궁금함을 드러냈다.

이어 "수많은 예술가들이 블랙리스트란 이름으로 배제되고 시민으로서의 생존이 위협당하기도 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도 한국의 많은 연극인들이 예술의 공공성은 무엇인가. 창작의 자유, 예술표현의 자유를 위해 끝까지 싸웠다. 그로 인해 위대한 시민항쟁인 촛불항쟁의 중심에 서게 됐다. 특히 이번 주간에는 블랙리스트 동료면서 아직도 진상규명 위해 싸우는 동료들이 함께할 수 있어 무척 큰 의미가 있는 거 같다. 한국연극의 뜨거운 현재가 하이델베르크 시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길 바란다"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 고연옥 작가

이경성 연출은 과거 독일에 다녀온 경험을 언급했다.

이 연출은 "가장 강렬한 건 연극에서 다루고자 하는 주제나 이슈들이 연극을 만들기 위한 이슈가 아니라 좀 더 깊이있게 한 사회와 개인에 대해 중요한 이슈를 무대에서 끈질기게 다루고자 했던 태도들이 인상적이었다"며 독일의 분위기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2년 전에 갔던 페스티벌에서 느낀 건 통상 해외투어 할 때 한 작품이 가서 투어하고 오는 경우가 많은데 거기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경로를 통해서, 예를 들면 관객들과 함께하는 워크샵, 토크 등을 통해 언어의 번역이 아니라 어떻게 문화적으로 번역되며 사회와 관객과 깊이 만났던 게 이번에도 어떤 기대감을 갖게한다"고 이번 페스티벌 역시 긍정적으로 기대했다.

▲ 이경성 연출

'병동소녀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등 이전에도 독일을 다룬 적 있고 방문교수로 독일에 직접 장기간 머물기도 한 김재엽 작가는 베를린에 주로 있었다고 밝히면서도 "작품도 작품이지만, 극장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공연이 끝나고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배우들, 스탭들과 함께 모여서 이야기할 때 다시공연이 시작되는 느낌을 받았다. 한국 풍경은 공연이 끝나면 소비자로 전락하게 되는데 공공극장 공간에서 배우와 관객들이 공연에 대한 이야기를 밤늦게까지 하는 게 인상적이었고 연극을 하는 이유에 대해 사람들과 만나 소통하고 무척 동시대적인 문제를 극장 바깥으로 바로 즉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풍경 자체가 저희한테는 굉장히 인상적이었다"며 자신이 경험한 독일 연극을 설명했다.

김 작가는 또 "이주민 이야기나 난민 이야기 등 세계시민으로서 다양성을 인정하는 태도 등을 느낀 것 같다"며 "마지막 특징은 드라마터그의 중요성이었다. 연출과 드라마터그가 극의 시발점이 되는 것. 워크샵에 한번 참여한 적이 있는데 연극을 만들기 위한 과정 자체를 공유하고 있는 모습. 우리는 다분히 결과를 만드는 곳이 극장이라고 한다면 첫번째 계기부터 공유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당시 경험을 생생히 전하기도 했다.

▲ 김재엽 작가

한편, 한국주간 행사는 오는 4월 27일부터 29일까지 진행된다. 극단 여행자의 '로미오와 줄리엣', 성북동 비둘기의 '세일즈맨의 죽음', 크리에이티브 바키의 '비포애프터'까지 연극 3편과 김재엽 작가의 '알리바이 연대기', 고연옥 작가의 '처의 감각', 이양구 작가의 '노란 봉투' 희곡 3편, 또 북한에 피자 만드는 동영상을 배포하는 내용을 담은 김황의 '모두를 위한 피자 Pizzas for the People'와 민요록밴드인 '씽씽밴드 SsingSsing Band'까지 총 8팀, 60여 명이 초청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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