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1 - 장 폴 고티에 展' 26일부터 DDP서 열려

   
▲ (왼쪽부터) 티에라 막심 로리오 큐레이터, 나탈리 본딜 몬트리올 미술관 관장,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가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화뉴스] 프랑스 문학가 장 콕토의 소설 제목인 '앙팡 테리블'(Enfant Terrible)을 아는가? 생각보다 태도나 행동이 영악하고 별난 짓을 잘하는 아이들을 가리키는 의미다. 여기 '패션계의 악동'이 한국 관람객을 찾는다.

26일부터 6월 30일까지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1 - 장 폴 고티에 展'이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다. 세계적인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는 전시로, 그의 첫 내한과 한국에서의 첫 패션쇼 역시 성사됐다.

1976년 기성복 라인으로 패션 비즈니스에 입문한 장 폴 고티에는 1997년 자신의 이름으로 내건 오뜨꾸뛰르 하우스를 창립하면서 파격적인 디자인으로 '패션계의 앙팡 테리블'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 사회적으로 규정된 인종, 문화, 성별의 틀을 거부하는 과감하면서도 유머러스한 장 폴 고티에의 작품들은 단순히 패션의 영역을 넘어 사회적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개체로의 의미도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전시의 개막을 기념해 한국에 내한한 나탈리 본딜 몬트리올 미술관 관장은 "이미 200만 명의 관객들이 이번 전시를 관람했다"며 "그 측면에서 이 자리에 서게 되어 큰 자부심을 느낀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한 디자이너의 작품 세계를 집합한 회고전이 아니다. 강한 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이야기이자 장 폴 고티에의 정신을 투영하는 예술"이라고 설명했다.

티에라 막심 로리오 큐레이터도 "장 폴 고티에의 세계 최정상 디자이너 작품을 만날 수 있다"며 "특히 오뜨꾸뛰르 의상도 만나볼 소중한 기회다. 2011년부터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처음 전시한 이후 마드리드, 스톡홀름, 뉴욕, 런던, 파리 등 5년 동안 12개의 도시에서 월드투어를 함께한 스태프에게도 감사드린다. 이분들 덕분에 아름다운 전시가 이뤄질 수 있었다. 서울 전시에서만 보여드리는 오브제와 작품도 만날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이번 전시회에선 지드래곤과 씨엘의 모습을 띠고 있는 마네킹을 확인할 수 있다.

 

   
 

25일 오전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 티에라 막심 로리오 큐레이터가 참석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장 폴 고티에는 "그동안 전시는 죽은 이들만 하는 회고전인 줄 알았다"며 "그러나 장례식이 아닌, 전통적이고 딱딱한 미술 전시가 아니길 바랐다. 연도별로 보여주는 회고전도 아니다. 과거도 있지만, 새로운 의상도 더해졌다"고 입을 열었다.

장 폴 고티에는 "패션에서 내가 추구하는 주제를 보여주고자 했다. 신체, 오디세이 등 여러 테마를 보여주길 원했다. 하나하나가 작품이었다. 과거를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도 진행 중인 것을 보여주고자 했는데, 익살스럽기도 하다. 의상들은 지금 당장에라도 입을 수 있기도 하다. 서울의 아름다운 장소에서 투어 전시 마무리를 지을 수 있어서 너무 기쁘다"고 밝혔다. 기자간담회에서 나온 질문과 답변을 살펴본다.

 

   
▲ 장 폴 고티에가 취재진의 질문을 듣고 있다.

어린 시절에 영감 받은 것이 무엇인가?

ㄴ 외할머니에게 상당히 사랑을 많이 받았다. 외할머니는 관대하셨고, 굉장히 개방적인 미용사셨다. 손님들에게 머리도 해주면서, 화장도 해주고, 마사지도 해주셨는데, 외할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외할머니가 손님들에게 패션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남편이 바람 피지 않으려면 어떻게 화장해야 하는가도 조언했다.

많은 것을 볼 수 있도록 해주셨는데, TV에서 본 걸 바탕으로 그림을 그리기도 했다. 마릴린 먼로, 브리짓 바르도의 옷과 머리 모양을 상상해서 그리기도 했다. 사실 인형을 가지고 싶었다. 부모님이 남자에게 인형을 사는걸 꺼려서 내가 만든 테디베어 '나나'에게 원뿔형 브래지어를 처음 만들어줬다. 내 테디베어에 그동안 시도한 것을 해봤다. 웨딩드레스도 입혀보곤 했다. 할머니께서도 도와주셨다.

그러다 TV에서 '카바레 쇼'를 봤는데, 깊은 인상을 얻어서 학교에서 '카바레 쇼'에 나오는 망사스타킹 신고, 빤짝이를 붙인 여자를 그렸더니 수업시간에 선생에게 들키고 말았다. 처벌로 일단 혼내시고는 스케치한 그림을 등 뒤에 붙여, 전교생 앞에서 이 스케치를 보여주게 했다. 나에게 수치심을 유발하도록 한 것이었다. 그 후 '파리의 장식'(Falbalas)이라는 영화에 나오는 오뜨꾸뛰르 의상을 보고 의상 디자인을 하고 싶어 독학으로 배우게 됐다.

 

   
▲ 장 폴 고티에가 어린 시절 만든 테디베어 '나나'가 전시 중이다.

코르셋도 외할머니를 통해 봤다고 들었다.

ㄴ 외할머니가 고객들을 만나러 나간 예도 있어서, 나가시면 외할머니 옷장을 들여다봤는데 깃털도 있고, 코르셋도 있었다. 그런 모양의 물체를 처음 봤다. 살색 레이스로 되어 있었다. 그 코르셋을 보며 매우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예전엔 여성들의 허리를 잘록하게 보여주고, 자세를 똑바로 해주기 위한 자세교정용이라고 들었다. 허리를 잘록하게 해주는데, 식초를 마시게 되면 그때 위가 수축하여서 숨을 들이켜면 바짝 조일 수 있다고 했다. 고문 같은 것인데, 그 이야기에 매료됐다. 그래서 코르셋 의상을 만들기도 했다. 고문이 아니라고 봤다. 단순히 여성이 식초를 마셔야만 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뤽 베송 감독의 '제5원소' 의상도 만들었고, 마돈나 등 팝스타와 20년 동안 협업을 해왔다. 이러한 협업에서 주안점으로 둔 것은?

ㄴ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내가 콜라보하는 아티스트는 모두 존경하는 분들이라는 것이다. 뤽 베송, 장-피에르 주네 감독은 존경하는 분들이다. 시각의 미적 부분을 의상에 충분히 반영하려고 하는데, 영화 의상은 좀 다르다. 영화는 줄거리가 있고, 감독의 비전이 있기 때문이다. 나만의 컬렉션을 해올 때와는 다르다. 콜라보할 때는 시나리오도 고려하고, 감독 비전도 존중해야 한다.

어느 정도 시각적 부분에 목표를 공유하지만, 캐릭터 성향도 나만의 방식으로 끌어내기 위해 많은 신경을 쓴다. 영화 같은 경우는 영화감독을 많이 믿는 편이다. 영화감독이 새로운 세계로 인도해주길 믿고 있고, 영감을 많이 받는다. 그런 감독과 운 좋게 협업을 했다. 어떠한 경우엔 영화에 내가 스스로 영감 받아 새 작품을 만드는 예도 있다.

 

   
▲ 영화 '제5원소'에 등장하는 밀라 요보비치의 의상은 장 폴 고티에가 만든 것이다.

그리고 어떤 사진에 의해서도 영감을 많이 받는다. 영화뿐 아니라 사진작품에서 콜라보 한 적도 있다. 린드버그라는 사진작가가 있는데, 이분과도 오래전부터 협업했다. 보그 작품 등을 같이 했었다. 린드버그가 굉장히 익사이팅한 음악을 듣고 작업했는데, 나도 흥에 겨워 같이 작업한 적도 있다. 사진작가 특히 최정상 사진작가는 자신만의 비전, 시각적 주관이 뚜렷한 때도 있다. 내가 그런 부분에 흡수되어 영감 받은 적도 있다.

본인이 생각하는 미의 기준은 무엇인가?

ㄴ 나는 영화를 보고 패션계에 몸담기로 했다. 당시 영화에 나온 배우는 현재 94세이시고 아직도 생존해계신다. 그 배우가 영화에서도 보면 디자이너의 영감을 준 뮤즈였다. 나도 작품 할 때 뮤즈가 필요하다고 봤다. 동시에 나는 그 시대의 영향을 받고 산다. 그전에 피에르 가르뎅과 작업을 한 적이 있다. 전형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했는데 나는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고 봤다.

패션계의 안타까움으로 전형적인 미가 있었는데, 스웨덴 노란 금발미녀가 전형적인 미인이었다. 그래서 아주 검은 머리, 진한 피부 색깔, 흑인 여성의 아름다움과 개성을 보며 마음에 들었다. 모델은 아니지만 그들의 움직임이나 걸음걸이가 너무나 강렬하고 전문모델과는 달라 보였다. 그런 여성들이 전형적인 모델 모습이 아니더라도, 패션쇼 모델로 기용했었다.

또한, 이런 경우가 있었다. 내가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고 있었다. 고양이 먹이 캔을 열고 있었는데, 캔을 열고 그 캔을 보면서 이건 멋진 '아프리카 팔찌'랑 비슷하다고 봤다. 거기에 은을 도금했고 실제로 멋진 팔찌가 됐다. 원래 용도가 아닌 것으로 바라볼 때 새로운 시각으로 보고 아름다움을 뽑아낼 수 있다. 그러므로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자신감을 느끼고 보여줘야 한다.

 

   
 

한국을 처음 방문한 인상을 들려 달라.

ㄴ 프랑스인들에게 한국에 꼭 와보라고 하고 싶다. 에너지 넘치고 멋진 도시라 생각한다. 그야말로 에너지가 가득 찬 느낌이다. 30년 전 일본에 처음 갔을 때도 새로운 발견을 했는데, 이곳에 와보니 정말 우아하고 독특한 의상을 입고 있는 분이 많다고 봤다. 음식도 자극적인 부분도 있었는데 맛있다.

아시아 지역에서 앞으로 가진 계획이 있다면?

ㄴ 특별한 계획은 없다. 하지만 가능성은 언제든 충분히 열려있다고 본다. 내게 제안이 들어온다면 충분히 고려할 생각은 있다. 많은 것들이 깊은 인상을 줬다. 창의적인 활동들이 굉장히 활발히 일어나는 지역이고,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지역이다. 꼭 돌아올 것이라 본다.

오늘(25일) 밤에는 패션쇼가 같이 진행된다.

ㄴ 전시도 특별하지만, 동시에 오뜨꾸뛰르 패션쇼도 진행된다. 앞선 11개 도시에선 패션쇼가 진행되지 않았다. 그러므로 이 패션쇼와 전시가 진행되는 것은 처음이다. 전통적인 한국의상인 한복의 모습을 재해석하길 원했다. 고티에식의 해석을 하려고 했는데 나에게도 흥미로운 실험이 됐다. 마음에 꼭 들어 하길 바란다. 실제로 입을 줄 모르겠지만, 실험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이번 패션쇼에서 멋진 모델을 볼 수 있다. 모델분들이 너무나 뛰어나서 캐스팅하기가 정말 쉬웠다. 머리, 색깔, 피부색이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국의 아름다움에 흠뻑 빠졌다. 모델이 아닌 분들도 멋지고 패셔너블하고 실루엣이 뛰어나다고 봤다. 그런 모습이 이번 패션쇼에 반영될 것이다. 아쉽게 남성 모델은 지금 없지만, 다음번엔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영화를 좋아한다고 하는데, 한국영화엔 관심이 있는가?

ㄴ 한국의 영화는 독특한 시각을 보여주고 있다. 영상미가 뛰어나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지금 딱 기억나는 제목은 없다. 다만, 한국 영화들이 칸 영화제에서도 수상도 하고 있고, 영화 산업이 건실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프랑스 감독들이 동양, 특히 한국의 영화를 좀 더 봐야 할 것 같다. 새로운 요소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어렸을 땐 이소룡 영화 정도밖에 보지 않았다. 최근에 다시 아시아 영화를 보게 되니 그 영상미가 너무나 대단하다고 봤다. 이국적이기도 했다.

한국 패션의 문제점으로 획일화된 스타일이 지적되고 있다. 조언할 점이 있다면?

ㄴ 모든 사람은 다른 삶을 모방하지 않아야 한다. 한국 사람이 미국 사람, 프랑스 사람을 흉내 내선 안된다고 본다. 모든 나라는 각각의 독특한 매력이 있다. 그래서 전통을 살리되, 눈을 뜨고 전 세계에서 뭔가가 새로 창출되고 있는지를 눈여겨 봐야 한다고 본다. 한국의 전통의상은 매우 아름답다. 21세기에 살고 있다고 해서, 미래지향적이라고 해서 그것만 고집할 것이 아니라 전통의 미를 반영하는 것이 중요하다.

패션에선 과거, 현재, 미래 요소를 섞는 게 중요하다. 나 같은 경우 디자인할 땐 전통의상의 요소들을 현재 반영해서, 재해석 및 변형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를 증오하지 않으면서 미래를 껴안는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그래야 미래에 눈을 뜨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나갈 수 있다.

 

   
 

마돈나, 레이디 가가 등과 컬렉션을 했다. 한국 디자이너나 유명인사와 작업하고 싶은 인물이 있는가?

ㄴ 아이돌과 함께 작업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뮤직비디오 보면 굉장히 신선했다. 나한테도 많은 영감을 줬다. 뮤직비디오를 보면 훌륭하다는 생각이 들어 아이돌 콘서트 보러 가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지금 한류가 세계를 휩쓸면서 '강남 스타일'이 널리 알려져 싸이 스타일도 유명한데, 그게 재치가 있으면서 사람들 기억에 많이 남으면서 공감을 끌어낸다. 전 세계 사람들의 공감을 이끌고 문화장벽을 넘는 것이 독특하고 소중하다고 본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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