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 아시안체어샷 인터뷰

[문화뉴스]

   
▲ (왼쪽부터) 손희남(기타), 박계완(드럼), 황영원(보컬, 베이스).

'아시안체어샷'은 KBS의 밴드 서바이벌 프로그램 '탑밴드 3'에서 당당하게 우승을 차지한 팀이다.

이들은 인디신에서 한국적인 록을 선보이며 이미 독보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아시안체어샷을 결성하기 이전의 음악활동까지 생각하면 이제야 주목받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늦게 떠오른 만큼 더욱 오래 빛날, 대기만성형 밴드 아시안체어샷을 만났다.

   
 

이젠 지겨운 질문이겠지만, 탑밴드는 어땠는지.
ㄴ 영원: 처음엔 계완 형이 극구 반대했다.

ㄴ 계완: 영원이가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마침 휴식기였고 답답하던 때라 그냥 나갔다.

ㄴ 희남: 당시 심적으로 지쳐있었다. 뭐라도 해야겠다 싶어서 나갔던 게 탑밴드다. 벼랑 끝에서 했던 결정이다. 탈락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었는데, 결과적으로는 잘됐다. 하지만 벼랑은 언제든지 또 찾아올 수 있겠지(웃음).

멤버끼리 합이 잘 맞기로 유명하다. 서로의 매력을 꼽는다면?
ㄴ 영원: 일단 막 해서 좋다. 틀 안에 얽매여서 기술적인 연주에만 연연하는 친구들도 있는데, 우리 멤버들은 음악을 있는 그대로 대한다. 그래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가령 희남 형은 연주를 잘하지만 틀 안에 갇히지 않는다. 드럼 같은 경우도 보통 드러머들은 연주법이나 리듬만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계완 형은 그 안에 감정을 효과적으로 담아낸다. 드럼으로 노래를 따라 부르는 셈이다.

ㄴ 희남: 계완 형은 선량해서 좋다. 남을 배려하고 잘 챙겨준다. 못생겼지만 마음씨는 좋다(웃음).

ㄴ 계완: 다들 욕심이 없어서 좋다.

   
 

곡은 어떻게 만드는 편인가.
ㄴ 영원: 내가 멜로디, 가사를 많이 쓰는 편이다. 굳이 따지면 포크 쪽이라 주로 통기타를 치면서 노래하는 방식으로 만든다.

ㄴ 계완: 나 같은 경우는 어디 가서 놀다 오면 곡이 써진다. 드럼을 치면서 나오는 아이디어도 많다.

음악을 작업하는 방식도 자유로운 것 같다.
ㄴ 희남: 셋이 놀면서 나오기도 하고, 노래하면서 나온 멜로디나 기타 리프에 얹어서 만들기도 한다. 방법은 다양하다.

ㄴ 영원: 아시안체어샷의 음악은 기타 리프가 중심에 있고 그에 맞는 반주가 받쳐주는 형태가 많다. 곡을 작업할 때 가사나 멜로디를 만드는 데서 그치는 게 아니라 그 곡을 연주하는 데 있어 세 명의 합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밴드는 우리 안에서 음악을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니까. 그래서 준비를 오래 한다.

나는 노래 속에 감정을 담아내는 걸 중요하게 생각하는 반면, 희남 형은 객관적으로 보는 편이다.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조율하며 균형을 잡고 있다.

다른 악기를 투입하는 것을 지양하는데 그 이유가 있는지.
ㄴ 계완: 다른 악기 없이도 충분히 우리만의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ㄴ 영원: 우리는 록음악을 바탕으로 한국적인 느낌을 살리고 있다. 굳이 국악기를 사용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유럽음악에 국악기를 쓴다고 한국적인 게 아닌 것처럼 말이다.

기타를 통해 국악기의 느낌을 표현하고자 한다. 국악도 많이 듣나.
ㄴ 희남: 따로 챙겨 듣지는 않는다. 국악은 내 몸에 내재해 있다고 생각한다. 머릿속에 있는 국악을 바탕으로 기타를 친다. 블루스 음악은 서양에서 더 잘하겠지만, 나는 국악을 듣고 자랐기 때문에 이런 기타는 내가 더 잘 칠 수 있다.

ㄴ 영원: 앞서 틀에 박히지 않아서 좋다고 했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태평소의 느낌을 표현한다고 했을 때, 희남 형은 태평소의 이미지를 떠올린다. 만약 태평소의 주법이나 세세한 디테일까지 다 따라간다면 일차원적이고 재미없을 것이다.

 

   
 

아시안체어샷의 노래에서 보컬은 어떤 의미인가.
ㄴ 계완: 우리 음악에 있어 처음에는 보컬이 그렇게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다. 셋 중에 노래가 뛰어난 사람도 없어서 아예 안 두려고 했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 영원이가 어떻게 불러야 할지 감을 잡아가고 실력도 점점 늘더라. 그래서 보컬과 가사의 비중이 커졌고, 지금은 보컬 반, 기타 반의 느낌이다.

ㄴ 영원: 우리는 곡을 쓸 때부터 라이브를 유념에 둔다. 공연에서는 단순히 곡을 연주하는 게 아니라, 공간과 딱 맞아떨어지는 음악을 통해 새로운 세계와 감정을 만들어낸다. 그 과정에서 보컬은 관객과 공간을 이어주는 소환사의 역할을 한다.

아시안체어샷의 노래는 가장 짧은 게 4분 정도다. 전반적으로 길이가 긴 편이다.
ㄴ 영원: 만들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딱히 의도한 것은 아니다.

ㄴ 희남: 요즘 노래에는 결론만 있다. 미원만 팍팍 넣은 느낌이다. 우리는 노래 안에 기승전결을 표현하다 보니 곡이 길게 나온다.

ㄴ 영원: '한 사람이 삐져서 화를 냈다'는 내용의 곡을 쓴다면, 단순히 그 사실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거기서 파생되는 여러 가지 감정을 전달해야 한다. 어떤 메시지를 내밀하게 풀어내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곡이 길어지는 것 같다.

그런데 '동양반칙왕' 뮤직비디오는 3분밖에 안 되더라.
ㄴ 영원: 곡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스토리가 담긴 영상을 만들고 싶었지만, 여건이 안 돼서 라이브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그걸 6분 동안 보여주기는 부끄러웠다.

ㄴ 희남: 벽이 무너지고 탄포를 쏘고 하는 영상을 만들고 싶었는데 아쉽다(웃음).

ㄴ 계완: 라스베가스에 가서 카우보이 모자를 쓰고 잭팟 터뜨리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사정상 조금씩 타협한 것이 지금의 뮤직비디오다(웃음).

   
▲ 지난 5일 발매된 아시안체어샷의 싱글 '사랑이 모여서' 앨범아트.

이번 싱글 '사랑이 모여서' 앨범아트는 어떤 의미인가.
ㄴ 영원: '사랑이 모여서'는 사랑하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서 외롭고 괴로운, 그런데도 사랑을 끊임없이 갈구하는 애매모호한 감정을 노래한 곡이다. 그 감정의 결을 같이 하는 사진을 이번 앨범아트로 골랐다. 재작년에 영국 투어를 갔을 때 직접 찍은 사진이다.

ㄴ 계완: 이번 앨범을 내고 나서 평소에 틈틈이 사진을 찍어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ㄴ 희남: 일정이 꼬여서 앨범아트를 비롯한 음반 작업을 급하게 진행했다. 주위에서는 앨범이 늦게 나왔다는 반응이 많은데, 탑밴드 끝나자마자 쉬지도 않고 열심히 작업한 앨범이다.

정규앨범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나.
ㄴ 영원: 곡은 다 추렸고 편곡은 80% 정도 진행됐다. 3월 말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좀 더 좋은 앨범을 만들고 싶어서 아직 고민이 많다.

음악적으로 새롭게 시도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ㄴ 영원: 녹음하는 방식에서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라이브의 느낌과 에너지를 가능한 한 음원에 싣고 싶다. 그리고 다듬어지지 않은 듯하면서도 좋은, 아시안체어샷만의 느낌을 표현해내고 싶다. 노래 면에서는 감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방법에 대해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다. 술에 취해서 불러본다든가 하는. 결국엔 퀄리티가 좋으면서도 강렬한 인상을 주는 아시안체어샷만의 음원을 만들고 싶다.

   
 

밴드 아시안체어샷의 매력은?
ㄴ 희남: 반전매력. 이미지도 음악도 거칠지만 알고 보면 다들 여리다.

ㄴ 계완: 늙어가는 모습을 함께할 수 있다(웃음).

ㄴ 영원: 나의 경우엔 갈수록 노래가 늘고 있으므로,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다마고치 같이 키우는 매력이 있다고 할까(웃음).

각자의 음악인생이 십 년을 훌쩍 넘었다. 음악을 계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인지.
ㄴ 영원: 예전엔 음악을 열정적으로 했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그때의 마음이 어땠는지 기억나지 않고, 이것 아니면 할 줄 아는 게 없는 순간이 오더라. 어디에서 인정을 받는 것도 아니고. 그런 생각을 하고 나니 음악을 접어야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음악에 회의감을 가지던 시기에 탑밴드에서 우승을 하면서 어쩌면 될 수도 있겠다는 희망이 생겼다.

사람들이 아시안체어샷의 음악을 어떻게 들었으면 하는지.
ㄴ 영원: 듣고 나서 가슴에 깊게 남아있는 음악이었으면 좋겠다.

ㄴ 희남: 음원보다는 라이브로 들어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후배 뮤지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희남: 늦지 않았다. 그만둬라. 하고 싶은 걸 할지, 돈을 벌지 잘 생각해라. 우리는 하고 싶은 게 중요해서 이 길을 택한 것이다.

ㄴ 계완: 다행히 아직 부모님을 부양하지 않아도 되고 미혼이기도 해서 가능한 일이다. 좀 더 책임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 오면 음악을 하는 데 있어서 고민하겠지.

뮤지션을 비롯한 모든 아티스트들이 다 비슷한 조언을 하는 것 같다.
ㄴ 희남: 사실 마냥 생각해줘서 하는 말이 아니라 은연중에 라이벌을 없애려는 마음도 있다. 좋은 건 나만 할 테니까 하지 말아라(웃음).

ㄴ 계완: 한 번 사는 거 하고 싶은 것을 해라. 우리를 본보기로 삼아 존경하고 공연도 보러오라(웃음).

아시안체어샷으로 활동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ㄴ 영원: 탑밴드 1등.

ㄴ 계완: 나름 수상복이 있어서 한국대중음악상, 올해의 헬로루키 등 상을 많이 받은 편이다.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에서 공연한 것과 녹음을 진행한 것 등 좋은 기억이 많다.

2016년의 계획은 어떤가.
ㄴ 계완: 여태 해오던 것처럼 즐겁게 할 것이다.

ㄴ 영원: 최고의 앨범을 올해 안에 낼 계획이다. 공연도 많이 할 예정이다.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영원: 알아봐 주시고 공연 보러 와주셔서 감사하다. 특히 데뷔 때부터 5년 동안 쭉 지켜봐 주신 스무 명가량의 팬들께 정말 감사드린다. 덕분에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다. 계속 지켜봐 달라. 우리의 전성기는 60대에 올 것이다!

[글]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사진]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