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레베카'의 새로운 댄버스 부인, 배우 장은아 인터뷰

   
뮤지컬 '레베카'에서 새로운 댄버스 부인을 보여주고 있는 배우 장은아 ⓒ EMK뮤지컬컴퍼니

[문화뉴스] 뮤지컬 '레베카' 무대를 지켜본 관객이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역할이 있다.

죽은 레베카를 잊지 못하고 갈망하며 애타게 부르짖는 대표 넘버 '레베카'를 부르는 댄버스. 그녀가 네 번이나 반복하며 부르는 넘버 '레베카'는 동정과 희열의 감정을 교차시키곤 한다. 그래서 이 작품에서 가장 큰 관심과 기대를 한 몸에 받는 역할로 댄버스 부인이 손꼽히는 것은 당연하게 여겨진다.

지난 3일, 이 압도적이고 강력한 역할을 새롭게 잘 소화하고 있는 배우 장은아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에서 만났다. 호평 속에서 자신만의 댄버스를 찾아가고 있는 배우 장은아는 사실 김윤아가 하차한 후 긴급하게 투입된 대타 댄버스였다. 공연을 불과 3주 남기고 홀로 연습을 해야 했던 배우 장은아는 "관객들에게 늦게 투입하게 된 내 상황을 이해해달라고 말할 수 없었기에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지난 12월 30일 MBC 연기대상 축하공연에서의 장은아의 모습은 새로운 댄버스의 저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며 어엿한 댄버스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다졌다. 끊임없이 댄버스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말하는 장 배우는 "공연이 없는 날에는 다른 댄버스들의 무대를 모니터하며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실제로 2월 중순부터는 장 배우의 공연 회차가 이전에 비해 더욱 많아지는데, 그녀가 찾아나가고 있는 댄버스 부인의 모습이란 무엇일지 궁금해진다. 배우 장은아와 댄버스 부인, 이 둘은 어떤 사정을 가지고 만나게 됐으며,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관객들을 맞이할까?

 

   
지난 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본지와 인터뷰 중인 배우 장은아

2015 MBC 연기대상 축하공연이 정말 인상 깊다. 현재 많은 관객들이 그 공연을 보고 왔을 것 같은데, 축하공연을 준비하면서 굉장히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
ㄴ 사실 그 공연은 갑자기 하게 된 것이라 다소 부담스러웠다. 첫 공연을 해보지 않은 상황에서 방송에 노출돼야 했는데, 개인적으로 그 무대는 내게 댄버스 부인으로서의 첫 공연이었다. 무대를 앞두고, 여기서 내가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면 관객들이 내 회차를 보러 오지 않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방송 이후 생각보다 반응이 나쁘지 않고 좋아해주셔서 정말 다행이었다.

그날 무대 얘기를 하자면, 등장 전에 정말 떨었다. 긴장되는 걸 숨기려고 더 비장하게 무대에 나갔다. 그러다보니 살짝 과하게 나온 부분도 있었다(웃음). 하지만 후회는 안 한다. 당시 무대가 끝나고 계단으로 내려올 때는 힘이 풀려서 주저앉았다. (주변 반응에 대해) 신경 쓰지 않는 편이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잘못하면 많은 이들이 새로운 댄버스에 대해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정말 떨었던 것 같다. 다행이도 실수 없이 해냈고, 많은 분들께 장은아가 맡은 댄버스의 일부분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 끝나고는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셨다. 인스타그램 팔로워가 많지 않은 편인데 팔로워도 그날 이후 200명 정도 늘었다. 관심 많이 가져주신 탓에 실시간 검색어도 올라봤다. 그래서 나한테는 이 도박의 카드가 좋게 작용했던 것 같다.

'머더발라드'라는 뮤지컬에 오랫동안 출연했다. 요즘 들어 중극장에서 기량을 유감없이 보여준 배우들의 활약이 두드러지는 것 같다.
ㄴ 중극장 배우, 대극장 배우가 따로 나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단하신 분들이 정말 많은데 빛을 받지 못해서 안타깝다. 나는 운 좋게 좋은 작품들을 만났다. 아직 나도 헤쳐 나갈 산들이 많다. 공연을 정말 많이 보러 다닌다. 소극장, 중극장, 그리고 대학로 배우들 중에서 굉장히 실력 있는 배우들이 많아서 안타까울 때도 많다. 내가 정말 열심히 해서 그분들도 나처럼 더 많은 기회를 얻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가장 좋아하는 배우들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배우들이다.

 

   
ⓒ EMK뮤지컬컴퍼니

지난 댄버스 부인 역을 맡았던 배우 리사와 친하다고 알고 있다. 리사나 현재 같이 공연 중인 배우들의 조언은 없었나?
ㄴ 리사 언니는 바빠서 보지 못했다. (신)영숙 언니가 조언을 많이 해주셨다. 사실 다들 누군가 붙잡고 조언해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나 (신영숙) 언니는 틈만 나면 내게 용기를 주셨다. "이렇게 저렇게 해" 같은 설명이 아니라, "은아야, 너 목소리 정말 멋있더라", "잘 어울리더라", "잘하고 있어", "언니가 들어봤는데 너 잘하고 있어", "걱정 마" 등의 응원들을 툭툭 던져주셨다. 정말 고마웠다. 공연이 이미 올라간 상태에서 새로운 사람을 챙기기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나도 내 밥그릇을 빨리 챙겨야 하기 때문에 연습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와 중에 (엄)기준 오빠는 노트도 해주고 신경을 많이 써주셨다. 조언도 해주시고 술도 사주시고 했다. 실질적인 코멘트와 함께 응원도 해주셨던 분이다.

사실 지금도 힘들긴 하다. 첫 공연 끝나고 감기 몸살도 앓고, 지금도 독감을 앓고 있다. 압박감은 아닌데, 정말 하고 싶었던 역할을 잘해내고픈 욕심도 있고, 이렇게 갑작스러운 투입도 처음이라 온갖 걱정이 앞섰다. 온전히 연습에 붙들려도 모자랄 판인데, 이미 공연 올라간 상황이기 때문에 동료나 선배들한테 무언가를 물어볼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연출진과 대화를 많이 하며 따로 혼자 연습했다. 현재 배우들이랑 동등하게 연습한 것처럼 무대에 서야 했기 때문에, (평소보다) 두 배로 연습해야 했다. 그 동안 잠을 많이 못 잤고, 지금도 잠을 잘 못 잔다. 아직 공연을 완성 시키지 못했으니 말이다. 그래도 지금 배우들이 토닥여주셔서 마음이 많이 편해지긴 했지만, 이 문제는 계속 무대에 올라야지 풀 수 있는 문제인 것 같다. 밑에서 혼자 연습한다고 해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무대 위에서 마인드컨트롤을 하는 경험들이 공연을 완성시키는 것 같다. 2월부터는 더 좋아질 거라 믿는다.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장 배우에게나 기획사에게나 긴급한 투입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첫 도전한 장 배우에게 엄청난 찬사가 이어지고 있다. 기분이 어떤가?
ㄴ 무대에서 첫 곡 불렀을 때 사실 울었다(웃음). 그 동안 연습실도 따로 없었던 상황에서 무대가 비는 시간을 이용해 연습을 해야 했다. 주어진 3주 안에 매일 연습할 수도 없었고, 주말만 연습이 가능했다. 급한 마음으로 대사와 넘버를 숙지해야 했는데 그게 힘들지는 않았다. 다만, 댄버스라는 인물을 풀어내는 것이 어려웠다. 혼자의 싸움이 힘들었다. 같이 공연하는 것이지만 혼자 헤쳐 나가야 했다. 정말 해내고 싶어서 내 최대치를 짧은 시간 안에 뽑아내 보자고 다짐했다.

나는 원래 댄버스 부인 역할에 대한 꿈이 있었다.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잡아야 하며, 그걸 위해 늘 준비가 돼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준비돼 있었다기 때문보다는 내 간절함으로 여기까지 왔던 것 같다. 뮤지컬 '레베카'의 넘버들을 부르면서 행복함을 느꼈다. 음산하고 어두운 노래지만, 이런 (좋은) 넘버를 부를 수 있다는 사실에 매우 행복했다. 아무도 같이 연습해줄 수 없다는 사실은 정말 참담했지만, 그 행복함을 바라며 이 외로운 싸움을 헤쳐 나갔다. 앞으로도 어떤 어려운 상황이 닥칠지 모르니까, 이번 작품도 뮤지컬을 공부하는 마음으로 임하고 있다. 이 경험이 정말 큰 공부가 되겠다 싶었다. 큰 숙제를 조금씩 풀어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풀어나가야지 하는 마음이랄까. 힘든 와중에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욕심도 생겨났다. 여러 생각이 복합적이었다.

첫 공연을 경험했다고 마음이 편해지지는 않았다. 공연할 때마다 힘든 마음은 가중된다. 마음 속 돌덩어리가 무거워진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공연하면 할수록 풀리는 공연이 있는가 하면, 하면 할수록 뭔가 더 실타래가 엉키는 공연이 있다. 캐릭터를 마주함에 있어서 말이다. '레베카'는 후자의 경우다. '세게 하면 되는 거 아냐?'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앞의 전사(前事)가 확실히 전제돼 있지 않으면 절대 관객들을 설득할 수 없는 캐릭터다. 이 캐릭터가 어느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에 대해 확실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 않으면, 관객들에게 캐릭터에 대한 설득이 되지 않는다. 그 부분에 대해서도 늘 고민하고 있고, 앞으로도 풀어 나가야 할 숙제다.

댄버스 부인의 감정선이 궁금하다. 레베카에 대한 동경, 사랑, 광기어린 집착 등. 어쩌면 자기 자신을 투영시키는 대상인 것 같기도 하다. 그녀는 레베카를 어떻게 여기는가?
ㄴ 내가 생각하는 댄버스, 레베카에게 향하는 마음을 가진 댄버스는 여러 가지가 있다. 첫째는 사랑이다. 분명 사랑이 있다. 사랑 이전에 사랑이 만들어졌던 계기는 그 사람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댄버스에게는 레베카밖에 없었다. 레베카가 자신을 거둬줬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어린시절부터 그 사람만 보필하고 평생을 그녀만 바라봤을 것이다. 댄버스는 레베카가 아니면 세상밖에 나갈 일이 없다. 가족처럼 늘 레베카 옆에 존재하며, 레베카가 없는 삶을 상상할 수 없는 정도일 것이다.

그리고 댄버스에게는 집착도 있다. 그러나 그 집착이 레베카를 맹목적으로 좋아해서 하는 집착이 아니라고 느껴진다. 환경적으로 어렸을 때부터 같이 함께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댄버스에게 레베카란 '가족'이라는 단어를 무엇으로도 설명하기 힘든 것처럼, 레베카는 댄버스가 '세상에서 제일 아끼는' 이라는 수식어로도 표현될 수 없다. 피를 나누지 않았지만 가족과 같은 존재다. 이 둘은 떨어뜨릴 수 없는 관계다. 댄버스에게 레베카란 공기 같고, 물 같고, 내 팔 한쪽 같고, 심지어는 또 다른 나 같고 말이다. 왜냐하면 댄버스가 레베카를 통해서 세상을 봤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그게 그 사람에 대한 사랑이 됐고, 레베카가 떠났을 때는 댄버스 자체가 틀어진 거다. 그녀가 있었을 때는 우리가 알고 있는 지금의 댄버스 모습이 아닐 수도 있었을 것이다. 레베카가 있었을 때의 댄버스 모습은 뮤지컬에는 안 나온다. 책에서도 그렇고 말이다. 뮤지컬은 진짜 사랑하는 사람이 떠나고 일 년도 안 되고 (뮤지컬에서 펼쳐지는) 이런 사건이 벌어졌을 때의 심정에서부터 출발한다. 나는 레베카에 대한 알 수 없는 무언가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 분신과도 같은 존재, 그 사람에 대한 한없는 사랑. 나중엔 그래서 섹슈얼한 사랑까지도 생기는 거다. 꼭 육체적 관계로 그런 사랑이 생기는 것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육체적인 사랑보다 정신적으로 사랑했을 때가 더 무섭기도 하다. 댄버스의 사랑은 그런 사랑인 것 같다. 그래서 레베카 없어졌을 때 불안함을 숨기려고 더 꼿꼿해졌고, 그러다가 무너지게 된다.

 

   
(왼쪽부터) 댄버스 부인과 나(I) ⓒ EMK뮤지컬컴퍼니

장은아라는 댄버스 부인이 그리는 레베카는 어떤 모습인가?
ㄴ 다 아는 부분이겠지만, 레베카는 정말 아름다웠을 것이다. 극중에 프랭크도 그렇게 아름다운 여자를 본적이 없다고 한다. 솔직히 막심도 그녀가 아름답지 않았다면 그런 계약까지 하면서 결혼을 유지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극중에서 많은 이들이 그녀에 대해 치명적인 아름다움을 지녔지만 내면은 뱀같이 사악한 모습이었다고 말한다. 나는 사람은 누구나 환경적인 부분에 의해 바뀐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레베카가 사악하고 나쁘다고만 얘기할 수는 없다. 그녀의 이면에는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가 쓴 전사에 썼던 부분을 말하자면, 아름다운 레베카를 향해 사람들은 엄청난 관심을 쏟아냈을 거고, 레베카는 사람들을 기피했을 거라 생각한다. 또한 사람을 잘 믿고 여린 부분이 있기 때문에 배신당하거나 뒤통수 맞는 일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그 여자가 철저히 방어적이게 된 것이다. 댄버스는 그걸 옆에서 지켜본 사람이다. 극중에서 댄버스는 사람들이 레베카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는 것을 혐오한다. 댄버스는 극에서 인물들이 묘사하는 레베카의 사악함을 본 게 아니라, 자기만 아는 모습을 기억하고 보고 생각한다. "침대에서 너와 매일 같이 다른 남자들 흉을 봤어, 비웃곤 했어"라는 대사가 있다. 평생을 함께 해왔기 때문에 댄버스는 자매처럼 생각했을 것이다. 그리고 레베카의 내면에 숨겨진 아픈 이면들을 봤을 것이다. 맹목적으로 그 사람이 아름다워서 혹은 나와 평생 함께 해서 옹호하는 게 아니라, 정말 그 사람의 다른 모습을 봤던 것이다. 댄버스는 분명히 레베카에 대해 나쁘게 말하는 이들이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할 것이다.

'영원한 생명', '레베카' 등. 고음과 저음을 모두 무게감 있고 파워풀하게 불러내는 댄버스 부인의 넘버는 모든 뮤지컬 여배우들의 최대 난코스 넘버이자, 최고 도전 넘버가 아닐까 한다.
ㄴ 넘버가 굉장히 고난이도다. 중저음 톤이 정말 중요하면서도, 진성으로 고음까지 올라가는 무척 어려운 넘버다. (댄버스 넘버가) 내가 가지고 있는 톤과 잘 맞아서 개인적으로 참 다행이었다. 중점을 두며 연습했던 것은 네 번 반복(reprise)되는 넘버 '레베카'였다. 네 개의 '레베카'가 비슷한 음을 가지고 있지만, 다르게 변주(variation) 되고 내용도 모두 다르다. 첫 레베카의 정서가 그리움이라면, 두 번째는 환희와 승리감, 세 번째는 극의 핵심 포인트다. 갈구하며 절규하는, 제일 강하고 욕망에 가득 찬 레베카다. 반 미쳐서 '나(I)'라는 캐릭터한테 레베카의 자리를 내줄 수 없다는 확실한 입장을 보이는 장면이다. 절규하면서 레베카가 다시 돌아올 거라 확신하는데, 레베카를 원하는 모든 마음을 가장 압축해놓은 넘버다. 네 번째는 배신의 '레베카'다. 네 레퍼토리가 정말 다르다. 이 네 개를 드라마틱하면서도 어떻게 다르게 풀어낼 수 있을까가 관건이었다. 그리고 조금씩 변주되기 때문에 음도 헷갈렸다. 이 부분들이 넘버 소화에는 가장 하이라이트인 것 같다. 그리고 넘버 '영원한 생명'도 광기와 그리움도 있어야 한다. 복잡 미묘한 감정을 담아내는 것이 댄버스의 넘버다. 결코 직설적이지 않다. 넘버들이 모두 복합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목적이 딱 한 단어로 표현될 수 있는 넘버가 아니다. 그런 강약 조절이 힘들었다.

장은아 배우는 '보이스코리아 시즌 1'에 출연하기도 했고, W&JAS 그룹 가수 출신이다. 관객들 앞에 드러나는 '가수 장은아'와 '뮤지컬 배우 장은아'는 어떻게 다른가?
ㄴ 가수랑 뮤지컬 배우로서의 발성법이 다른 건 없다. 그러나 노래할 때 가수는 감정과 느낌을 최대한 살려서 관객들에게 전달하는 게 중점이라면, 뮤지컬은 스토리를 전달해야 하니까 발음 등을 주의하며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는 것에 중점을 둔다는 게 다르다. 또한 가수로 무대에 오를 떄는 짧은 시간 내에 한 곡의 메시지를 3~4분 안에 전달해야 하기 때문에 내가 어떤 캐릭터를 가지고 임하는 게 아니라, 장은아라는 가수가 올라가 관객들에게 그 메시지를 자유분방하게 전달하는 자유로움이 있다. 몸도 마음대로 흔들 수 있고 돌아다닐 수 있고 발음 꼬여도 느낌대로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뮤지컬은 다 같이 하는 무대이기 때문에 서로 간의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 또 뮤지컬은 내게 캐릭터의 자아를 입혀야 되니까 가수로서의 무대와 확연히 다르다. 캐릭터로 올라갈 땐 나를 버려야 하는데 그게 어렵다.

배우가 연기하면 자기 성격이 드러나고 어떻게 살아왔는지 다 보인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 말에 동의하는 게, 뮤지컬을 시작하면서 안 좋은 습관을 캐치했다. 예전에는 누군가 나를 지적하면 고집을 피웠는데, 뮤지컬하면서는 팔자걸음에 대한 지적을 받고 내 걷는 모습이 이랬구나하며 알게 됐다. 배우는 온 몸이 무대에 드러나니까 몸을 못 쓰면 초라해진다. 뮤지컬을 연습하면서는 그런 단점들을 많이 캐치하고 고쳐나가는 시간을 가졌다. 캐릭터를 덧입힐 때 장은아가 나오면 안 되니까 말이다. 나를 드러내는 게 가수라면, 나를 버리는 게 뮤지컬이다.

 

   
 

이전 뮤지컬 '머더발라드'의 넘버와 '레베카'의 넘버는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ㄴ 노래를 오래했다. 가수 생활을 8년 동안 했다. 데뷔는 대학교 때 OST앨범을 통해 했는데, 오랜 시간 가수로 활동하면서 굉장히 다양한 음악을 했다. 사실 나한테 (뮤지컬과 가수의) 발성이라든지 노래하는 법, 혹은 장르에 대한 구분이 잘 없다. 내가 그냥 마음에 따라 잘 바뀐다. 어떤 마음 가지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뮤지컬 할 때 넘버의 장르에 대한 제한을 받지 않는 편이다. 캐릭터에 따라 바뀌는 음악적 표현이 재밌고 어렵지 않다. 연기적인 부분에서는 현재 공부하는 중이라 급변하는 게 미숙하긴 하지만, 노래는 그렇지 않다. 록발라드와 다스뮤지컬의 차이는, 캐릭터에 따라 음악을 바꿔 부르기 때문에 사실 그게 구분이 된다거나 어렵게 와 닿지는 않다. 그래서 송스루(song-through)가 제일 편하긴 하다. 가수로 데뷔하기 전부터 노래를 10년 넘게 하다 보니 노래를 가지고 즐길 수 있는 단계다. 노래로 뭘 더 어떻게 해볼까 하는 고민해보곤 하는데, 뮤지컬에서 이 캐릭터는 이런 음악, 저 캐릭터는 저런 음악 보여주면 되겠다며 연구하고 고민하는 것이 재밌다. 극이나 캐릭터에 따라 음악 장르가 바뀌는 것이 좋다.

J-스민(제이스민), JAS, 장은아 등 활동명이 다양하다.
ㄴ 가수로 데뷔한지 8년차다. 중간에 러브홀릭스 활동도 하며 알게 모르게 나온 음원이 많다. 국가대표 OST처럼, 많이 들어보셨던 OST도 불렀다. 활동하면서 이름이 계속 바뀌었다. 현재는 W&JAS라는 밴드에서 활동하면서 가수로는 JAS라는 이름으로 활동 중이고, 뮤지컬에서는 장은아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니까 통합이 안 되고 있다. 내 캐릭터가 분산되는 경향도 있다. 앞으로의 이름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하는 중이다.

지금껏 4년의 뮤지컬 경력 동안 진정한 뮤지컬 배우로서의 장은아로 발돋움하게 된 작품이나 역할을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ㄴ 사실 대답하기 민망하고 창피한 질문이다(웃음). 이번에 다시 돌아온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이후 지저스)'에 참여하면서. 2013년도 뮤지컬 배우로 처음 데뷔했을 때 즈음이 떠올랐다. 일본에서 '광화문연가'로 데뷔하고 한국에서는 첫 작품으로 '지저스'를 만났다. 뭣 모르고 시작했던 그때를 생각하며, 이번에 다시 공연한 '지저스'를 끝내면서 여러 감정이 겹쳤다. 캐릭터라는 것을 입힐 수 있게 되고, 그런 나를 발견하면서 그 동안 열심히 노력했구나 싶었다. '뮤지컬 배우가 됐다!'는 마음은 아직 없지만, 10년 이후건 언제까지건 계속 뮤지컬을 하면서 배우는 마음과 자세로 대할 것이다. 뮤지컬이란 장르가 매우 어렵고 힘들기도 하며, 고통까지 수반되는 장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잘했다', '수고했다 은아야', '그동안 열심히 했다'는 스스로에게 토닥임을 다시 돌아온 '지저스' 마지막 공연 때에서야 했던 것 같다. 뿌듯함을 느꼈다. 많이는 아니고 조금(웃음).

 

   
 

자신의 정체성(identity)에 대해 가수와 뮤지컬 배우 중 어디에 초점을 두고 있는가?
ㄴ 둘 중 어느 것에도 더 많은 중점을 두지 않고 있다. 가수만 하시는 분, 혹은 뮤지컬하신 분들이 이해하기 힘드실 수도 있겠지만, 내 정체성이 그것이라 생각한다. 뮤지컬 배우와 가수를 같이 가져가고 싶다. 뮤지컬 하면서 좋은 작품을 많이 만났다. 사실 밴드 하면서는 성과가 많이 있지 않았다. 그렇게 보면 호칭에 대해 뮤지컬 배우라고 당당히 해야 되는 거 아니냐고들 하지만, 아직까지는 그러기 민망하고 창피하다. 그리고 내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은 가수와 뮤지컬 배우라는 타이틀을 같이 가져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넘나들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이쪽이 더 잘된다고 해서 이쪽으로 확 빠져버리고 싶지는 않다. 밴드가 잘 되진 않지만 계속 잡고 있다. 왜냐하면 잘 되지 않는 쪽도 내 정체성이기 때문에 같이 지켜나가고 싶다. 하나에 국한되고 싶지 않다. 어쨌든 목소리로 많은 분들께 선보일 수 있는 직업을 가지고 있다. 방법이 다를 뿐이다. 사실 밴드로는 거의 수입이 거의 없다. 그래도 3월에 새 음반이 나온다. 계속 하는 이유는, 여기서 얻는 힘과 저기서 얻는 힘이 너무 다르고 표출할 수 있는 에너지도 정말 다르기 때문이다. 한 무대에서 갈증이 있는 걸 다른 무대에서 해소한다. 나는 그 상호작용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그게 좋다. 계속 이렇게 할 수 있는 한 이렇게 가고 싶다.

앞으로 어떤 뮤지컬 배우, 가수가 되고 싶은가? 혹은 또 도전하고픈 장르가 있는지?
ㄴ 당분간은 다른 장르에 도전하고픈 마음은 없다. 우선은 뮤지컬과 가수의 장르에 더 파고 들어 더 좋은 뮤지컬 배우, 가수로 관객들과 만나고 싶다. 가수로서도 뮤지컬 배우로서도, JAS 혹은 장은아가 서는 무대만큼은 꼭 가서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끔 하고 싶다. '저 사람이라면 믿을 수 있어'라는 생각이 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꿈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 열심히 공부하고 매 작품마다 배운다. 믿음직한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

 


배우 장은아는 독감을 앓는 와중에도 인터뷰를 통해 반짝이는 눈빛으로 댄버스 부인에 대해 과감하게 얘기했다. 그녀가 그렇게까지 자신감 있게 얘기할 수 있었던 이유는, 세세하고 구체적인 전사로 댄버스 부인을 하나의 캐릭터가 아닌, 하나의 완성된 인물로 구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위기가 오히려 복이 된다는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는 사자성어는 배우 장은아에게 매우 잘 어울리는 단어다. 모자란 연습시간을 간절함과 최선의 노력으로 채워가는 과정에서, 그녀는 한결 단단한 뮤지컬 배우로 성장해가고 있는 듯해 보였다. 그녀가 계속 완성시켜나갈 새로운 댄버스 부인은 과연 어떤 사람일지 기대가 된다. 더불어 가수와 뮤지컬 배우, 그 어느 한 곳에 국한되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그녀는, 노래로 관객들과 소통하는 본질을 꿰뚫으며 앞으로의 모습을 더욱 궁금하게끔 만든다. 관객들에게 믿음을 주는 아티스트가 되고 싶다는 장은아를 응원해본다. 한편, 배우 장은아가 출연하는 뮤지컬 '레베카'는 오는 3월 6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된다.

[글]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사진·영상]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some@mhns.co.kr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