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아트 씨어터 문에서 극단 애플 씨어터의 안똔 체홉 작, 전 훈 번역 연출의 <세 자매>를 관람했다.

안똔 체홉(Анто́н Че́хов, Anton Chekhov,1860~1904)은 러시아의 의사, 소설가, 극작가이다. 1867년 고향에서 고대 그리스어를 가르치는 예비학교를 다닌 후, 1869년 고전 교육을 목표로 하는 타간로크 인문학교에 입학한다.

1879년 8년 과정으로 학교를 졸업함으로써 대학 진학 자격을 얻는다. 같은 해 10월 모스크바 대학의 의학과에 입학한다. 그러나 이 때부터 체홉은 의학공부를 하는 한편 타간로크에서 받는 장학금과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모스크바의 잡지에 유머 단편을 쓴다.

1887년 연극 이바노프의 첫 공연이 있기까지 체홉은 문학잡지 《귀뚜라미(Strekoza)》, 《파편(Oskolski)》, 《자명종(Budilnik)》, 《페테르부르크 신문》 등에 100줄에서 150줄로 한정된 짧은 단편과 수필을 썼다. 특히 1883년에는 《Oskolski》에 이주일마다 모스크바의 일상을 스케치하는 컬럼을 맡는다. 체홉의 글은 호평을 받았으며 대학을 졸업할 무렵에는 이미 신진 소설가로서의 명성이 높았다.

1883년 10월부터 의학 졸업시험 준비에 열중하여 다음해 9월 졸업을 했다. 그러나 23세 때 걸린 폐결핵이 체홉의 건강을 늘 위협해 11월에는 요양소에 입원하게 된다. 1884년에는 또한 첫 단편집 《멜포네네의 우화》가 출판된다.

톨스토이의 영향을 강하게 받은 체홉은 시베리아, 사할린 섬 여행을 계획하고 1890년 모스크바를 출발한다. 사할린 섬에 유배된 수인(囚人)들의 비참한 생활은 체홉의 마음에 강렬한 인상을 새긴다.

7개월 이상이나 걸려 모스크바에 다시 돌아와 1892년, 교외에 저택을 사서 양친·누이동생과 함께 살게 된다. 의사로서 이웃 농부들의 건강을 돌보거나 마을에 학교를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1899년,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얄타를 마주보는 크림 반도로 옮긴다.

1900년에는 러시아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되나 스스로 사임하고 1904년에 체홉은 폐결핵으로 44년의 생애를 마친다.

체홉의 만년은 연극, 특히 모스크바 예술극단과의 유대가 강했고, 1901년에 결혼한 올리가 크니페르는 예술극단의 여배우다. 체홉 자신도 직접 무대에 서서 연기력을 발휘했다.

1887년에 집필한 <이바노프>는 모스크바 및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대성공을 거둔다. 기교적으로는 <프라토노프>보다 성공적이었고, 다음에 집필한 <숲의 정(精)>이 있고, 단막 <곰>(1888)과 <결혼신청>(1889) 등 뛰어난 희극을 발표 공연했다.

체홉의 명작은 1896년의 <갈매기>에서 시작된다. 그리고 <바냐 아저씨>(1899), <세 자매>(1901), <벚꽃동산>(1903) 등은 모두 체호프의 대표작이다. 체홉의 작품은 모두 모스크바 예술극단이 공연했다. 그의 마지막 작품인 <벚꽃동산>은 체호프의 44세 생일에 초연되었다. <세 자매>나 <벚꽃동산>은 체홉의 사후 곧바로 이루러진 러시아 혁명을 예언한 것이라는 설도 있다.

전 훈은 서울生으로, 보성고와 동국대 연극영화과 졸업하고, 96년 러시아 모스크바 쉬옙낀 연극대 M.F.A.(연기실기석사)출신 연출가다. 1996년 희곡 <강택구>로 동서희곡문학 신인작가상 수상하기도 했다. 현재 극단 애플씨어터 대표 겸 연출이고, 서울예대 연극과 출강중이다.

전훈은 21세기 초 한국의 사실주의를 대표하는 연출가이자 작가로 체홉과 러시아 사실주의 연기법에 영향을 받은 희곡을 발표 공연했다.

초창기 작품인 <결혼전야>,<회상> 등은 러시아 유학시절에 발표 공연한 작품으로 그 시대 평범한 사람들이 어지러운 사회 속에서 인간성을 회복하려는 생활상이 잘 묘사되어 있다.

귀국해서는 <난타>, <도깨비 스톰>, <나에게 사랑은 없다> 등의 뮤지컬을 의뢰받아 집필하다가 극단 애플 씨어터를 창단하면서 자신의 작업에 몰두했다. 2000년 일반화와 편견이 가득찬 사회에 일침을 가한 <죽음의 토크쇼>를 발표해 시대적 고정관념과 편견을 깨뜨리는 통쾌한 희곡이라는 평을 받았다.

2004년, 전 훈 연출가는 안똔 체홉 4대 장막전’을 기획해 1년 동안 <벚꽃동산>, <바냐아저씨>, <갈매기>, <세자매>를 번역하고 연출해 공연기록을 출간했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서 한 명의 연출가가 1년 동안 안똔 체홉의 4대 장막을 모두 연출한 것은 최초였다. 안똔 체홉 서거 100주년을 기념한 일종의 트리뷰트(헌정) 기획 공연이었다. 이 공연으로 전 훈은 동아연극상 연출상과 작품상을 수상했다.

무대는 백색으로 이루어지고, 상수 쪽의 벽면은 극장 출구를 향해 비스듬하게 경사가 지도록 조성되고, 벽에 커다란 창이 있어 그 내부에 식탁이 있어 식당으로 설정이 된다. 하수 쪽 벽에는 건반악기가 놓이고, 낮은 탁자가 보인다. 하수 쪽에 두 개의 등퇴장 로가 있고 정면 벽 오른 쪽과 객석 출입구도 등퇴장 로로 사용된다.

긴 꽃병 형태의 조형물에 나뭇가지 같은 굵은 선이 꽂히고, 푹신해 뵈는 의자와 긴 안락의자가 배치되었다. 2부에서는 상수 쪽 벽면을 무대 안쪽으로 비스듬하게 쓰러뜨려 정원이 내려다보이는 위층으로 보이도록 조성하고, 상수 쪽에는 긴 안락의자, 하수 쪽에는 침대 두 개를 배치해 자매의 침실로 연출된다.

3부에서는 경사진 벽면을 뒤집어 바닥에 깔아 저택의 화단으로 설정을 하고 대단원까지 사용된다. 작은 만도린 형태의 악기와 건반 악기를 사용하고, 러시아풍의 생일축가를 부르고 행진곡이 배경음악으로 들려나온다. 출연자 각자에 맞도록 의상에 공을 들인 것이 기억에 남는다.

연극은 춥고 메마른 러시아의 외딴 소도시에서 시작한다. 이곳에는 군 여단장이었던 아버지를 따라 이주한 세 자매와 그들의 오빠가 살고 있다. 세 자매는 교사인 첫째 올가, 교사인 남편을 두고 있는 둘째 마샤와 이제 갓 스물이 된 꿈 많고 귀여운 아가씨 이리나이다.

연극은 도입에 막내 이리나의 생일 파티로부터 시작된다. 이날은 일 년 전에 돌아가신 군 부대장 아버지의 기일로 설정이 된다. 세 자매는 아버지가 살아 계셨던 고향ㅡ모스크바의 행복했던 날들을 그리워하며, 아버지가 살아 계셨을 때와 비교하고, 가까운 방문객인 군인들과 친할아버지 같은 군의관과 함께 막내의 생일잔치를 벌인다.

세 자매 올가, 마샤, 이리나는 모스크바에서 자란 교양 있는 여성들이지만 아버지의 이직으로 지방 도시로 온 후로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고 항상 모스크바를 동경한다. 군의관인 체부뜨긴은 세 자매의 어머니를 처녀시절부터 연모한 까닭으로 이 집을 자주 방문해 세 딸들의 모습에서 자신의 첫사랑을 떠올린다.

세 자매는 체부뜨긴을 친 할아버지처럼 대한다. 또한 늙은 하녀이자 유모는 이집에서 젊음을 다 흘려보낸 인물이라 세 딸은 유모를 따뜻하게 대한다. 그러나 세 딸과는 달리 유모는 오라비의 부인 나타샤로부터 냉대를 당한다.

세 자매 중 맏딸인 올가는 현실을 외면하고 싶으면서도 책임감 때문에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드러내지 않고, 마샤는 남편이 있지만 비록 나이가 들었어도 매력적인 미남인 포병대장 베르쉬닌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두 사람은 첫 대면부터 눈에서 사랑의 불꽃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막내 이리나는 모스크바에 가고 싶은 마음에 사랑하지 않는 뚜젠바흐와 약혼을 하지만, 이리나를 남몰래 사랑하는 살로뉴이가 뚜젠바흐에게 결투를 신청 한다.

세 자매의 오라비인 안드레이는 모두의 기대를 저버리고 속물스러운 부인 나따샤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지만 이 집에서 늙은 하인은 그를 하늘처럼 떠받들며 온갖 시중을 다 든다. 이윽고 마을에서 군대가 떠나면서 마샤와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던 베르쉬닌은 가족에게 돌아가고, 이리나의 약혼자는 뚜젠바흐는 이리나와

모스크바로 출발 직전에 결투로 살로뉴이의 총에 맞아 사망한다. 세 자매는 사랑과 꿈을 모두 상실한 듯 보인다. 그러나 대단원에서 세 자매는 다시 새 삶을 향한 의지를 드러내며 떠나가는 군대의 행진곡에 맞춰 가슴을 활짝 펴고 창창한 앞날을 향해 전진하는 모습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우지혜가 올가, 임윤비가 마샤, 천현진이 이리나, 지민규가 오라비, 이민지가 오라비의 부인, 유태균과 김병춘이 노 군의관, 조 환이 마샤의 남편, 진남수가 마샤의 사랑하는 군 장교, 이유청과 이재혁이 살료느이, 김예준이 이리나의 약혼자 뚜젠바흐, 서강석이 훼도띠끄 소위, 조용진이 로제 소위, 조경미와 장희수가 노 유모, 최대웅과 김원경이 노 하인 등 출연자 전원의 인물성격설정에서부터 감정표현은 물론 호연과 열연은 극을 고품격 고수준의 연극으로 이끌어 간다.

 

주관 안똔 체홉 학회, 후원 안똔 체홉 클래식 씨어터, 무대디자인 Dmitree J H, 작곡 김대환, 사운드 디자인 Nikita Project, 조명디자인 Team 3XL, 의상 디자인 Vignette, 안무 장민호, 온라인프로듀서 장진웅, 일러스트디자인 Leshwii@gmail.com, 홍보 실버샌드위치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애플 씨어터의 안똔 체홉 작, 전 훈 번역 연출의 <세 자매>를 연출가와 연기자 그리고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룬 한편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공연메모
극단 애플 씨어터의 안똔 체홉 작 전 훈 번역 연출 세 자매
- 공연명 세 자매
- 공연단체 극단 apple theatre
- 작가 안똔 체홉
- 번역 연출 전 훈
- 공연기간 2017년 11월 11일~12월 31일
- 공연장소 아트 씨어터 문
- 관람일시 11월 14일 오후 7시 30분

 

[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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