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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현의 컬쳐앤더시티] 서울에서 만나는 작은 유럽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김가현] 찬바람이 불어와 겨울이 왔음을 알게 될 때면, 언젠가 체코 프라하 바츨라프 광장에서 보았던 옹기종기 모여 있던 샬레(유럽의 정통 오두막)의 풍경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그곳에는 크리스마스를 기념해 집에서 꾸밀 수 있는 소박한 장식품들과 겨울의 추위를 녹여주는 따뜻한 와인, 그 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정통 음식들이 있었다. 샬레마다 아기자기한 볼거리, 먹을거리들이 있어 그저 보고만 있어도 절로 따뜻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유럽에서만 만날 수 있을 거라 여기며 아쉽게 이별했던 크리스마스 마켓을 올해 서울에서도 만날 수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게 됐다.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작은 도시 ‘스트라스부르’에서 직접 서울에 크리스마스 마켓을 꾸몄다는 것이다.

특히나 현지의 프랑스 제빵사들이 만든 빵을 판다는 문장을 읽고는 반드시 가겠다 마음먹었다. 마침 장소도 근무지 바로 근처인 여의도 한강공원이라 가야지 가야지하다가 연말이라 바쁜 일정 탓에 가지 못하고 있었다.

▲ 서울 크리스마스 마켓의 염소치즈 플람베
▲ 크리스마스마켓 쿠키

가야겠다 마음을 먹고 서울 크리스마스 마켓의 후기를 찾아봤을 때는 생각보다 별로여서 실망했다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고, 다녀 온 회사 동료들 또한 별로 크게 볼 것이 없다고 하던 터.

이미 크리스마스 마켓을 가겠다며 여의도로 오겠다는 친구가 괜히 보고 실망하진 않을까 미안한 마음이 들어 근처 IFC몰의 맛집들을 급하게 검색하고, 크리스마스 마켓은 그냥 간단하게 구경만 하자고 미리 친구의 기대감을 낮추어 놓았다.

노을 질 무렵, 친구와 여의도 한강 공원을 들어서자 희미한 불빛과 크리스마스 마켓의 작은 오두막들이 보였다. 큰 기대를 하지 않고 가서 그런지 그 실루엣은 꽤나 유럽에서 봤던 크리스마스 마켓스러워 보였다.

‘Marche’ de Noel de Strasbourg a Seoul’를 들어서자 제일 먼저 우리를 반긴 것은 겨울의 유럽에서 만날 수 있는 따뜻한 와인 ‘뱅쇼(vin chaud)’였다. 뱅쇼를 처음 본 친구는 일단 추우니 따뜻한 와인을 마시면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자고 했고 추위로 손을 비비고 있던 나도 좋다며 흔쾌히 뱅쇼를 주문했다.

계피맛이 감도는 붉은 뱅쇼 한 모금을 목으로 넘기자 추위가 가시고 행복한 느낌이 가득해졌다. 뱅쇼를 처음 맛 보았던 헝가리 부다페스트 한복판에 있는 것만같은 기분이 들기도 했다. 뱅쇼를 처음 접한 동행인 또한 너무 맛있다며 마실 때마다 극찬을 했다.

▲ 크리스마스 마켓 에클레어와 시나몬 쿠키
▲ 머랭과 시나몬쿠키

따뜻한 와인과 함께 우리는 본격적으로 크리스마스 마켓 구경을 시작했다. 프랑스 가정에서 꾸미는 크리스마스 장식품들과 프랑스 버전 피자 ‘플람베(Flammbe)’, 프랑스의 정통디저트 ‘에클레어(éclair)’, 화덕에서 갓 구워낸 빵, 소시지, 핸드메이드 크리스마스 쿠키 등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풍경들이 눈 앞에 펼쳐졌다.

제일 먼저 뱅쇼에 겻들여 먹을 플람베 집을 찾았다. 다양한 플람베가 있었는데, 그 중 ‘염소치즈 플람베’라는 것이 우리의 눈길을 끌었다. 염소치즈는 쉽게 접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꿀로 마무리한 갓 구워진 염소치즈 플람베와 뱅쇼의 조합은 가히 최고였다. 플람베 위에 올려져있는 귀여운 과일이 있었는데 식감도 좋고 맛이 있어 본인은 ‘무화과 같다’라고 말을 하고 동행인 또한 알쏭달쏭해하며 추측하다 요리하신 분께 물으니 무화과가 맞다고 답을 해주어 동행인이 대단하다고 칭찬해주기도 했다(웃음).

날이 많이 추워져 서울 크리스마켓의 또다른 장소, 큰 천막 안의 실내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았다. 추위를 피해 들어간 그 곳엔 작고 반짝반짝 빛나는 핸드메이드 액세서리들, 홈메이드 물품들이 내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장신구에는 큰 관심이 없던 터라 얼었던 몸이 녹자 우리는 바로 나왔지만, 프리마켓 구경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은 오면 충분히 좋아하리라.

그 후로 찾은 쿠키 집에서 프랑스인들이 제일 맛있다고 추천해준 시나몬 쿠키를 구입한 후, 에클레어와 머랭을 사들고 추위를 피해 IFC몰 내의 또 다른 크리스마스 마켓을 찾았다. 그 곳에서부터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사 온 디저트들과 함께 2017년을 돌아보고, 다가오는 새해에 대한 기대를 도란도란 이야기하며 가벼운 티타임을 가졌는데 크리스마스 마켓에 다녀왔다는 것만으로도 괜시리 행복해진 시간이었다.

▲ 여의도 서울크리스마스마켓 풍경
▲ 쌍둥이빌딩이 걸린 서울 크리스마스 마켓

언젠가부터 길거리의 캐롤송이 사라진 크리스마스, 잊혀진 케빈, 그저 연인들의 특별한 데이트 기념일, 직장인의 다른 휴일과 다를 바 없는 빨간날이 돼버린 한국의 크리스마스에서 오랜만에 제대로 된 크리스마스를 만나고 온 기분이 들었다.

쌍둥이빌딩이 걸린 크리스마스 마켓의 풍경은 이질적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서울 한복판에 있는 작은 유럽 마을에 있는 것같아 신비로운 느낌도 함께했다. 무엇보다 한 해와 추운 겨울을 보내며 함께 나누는 유럽의 따뜻함이 느껴져 더욱 행복했던 것 같다.

스트라스부르와 함께하는 서울 크리스마스 마켓은 이번 해를 마무리하는 31일까지 계속 된다고 한다. 소중한 사람과 함께 따뜻한 뱅쇼를 들고 서울의 작은 유럽을 걸어보는 것은 어떨까.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 에디터 김가현. 아나운서부터 PD까지, 방송을 사랑하는 김가현입니다. 콘텐츠를 통한 당신과의 만남이 소중한 인연이 되길 바라며 오늘도 콘텐츠를 만듭니다
 
    김가현 | press@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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