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영화를 보듯 잘 만든 작품이지만 객석과의 거리가 다소 멀어 보인다.

뮤지컬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한국 전쟁을 배경으로 가상의 무인도에 고립된 남북한의 병사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다루고 있다.

국군대위 한영범은 신석구와 함께 인민군 이창섭, 류순호, 변주화, 조동현을 포로수용소로 이송하는 특별 임무를 받는다. 바다 위에 뜬 배 안에서 벌어진 인민군 포로의 폭동으로 양측의 전세가 역전되는 것도 잠시, 고장난 배와 함께 무인도에 고립되고 유일하게 배를 수리할 수 있는 류순호가 전쟁 후유증으로 정신을 놓자 그를 치유하기 위해 가상의 '여신님'을 만든다.

'여신님이 보고 계셔'는 깔끔하고 탄탄한 대본이 눈에 띈다. 각자의 동기와 성격이 확실한 인물들이 여러 사건을 겪으며 서로를 이해하게 되는 과정은 당장 영화로 만들어도 손색 없을 완성도를 자랑한다. 그러면서도 무대예술답게 배우들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게끔 인물에게 집중하는 면도 밀도 있다. 약간은 뻔한 전개와 결말 역시 그런 맥락에서 뻔하게 느껴지기보단 인물들의 진정성 있는 선택으로 다가온다. 여섯 인물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나의 '여신님'은 과연 누구일까 생각해보게 되는 매력도 갖췄다.

음악적인 면에서도 동명의 넘버 '여신님이 보고 계셔'를 비롯해 개성 넘치고 신선한 곡들로 가득 차있다. '원, 투, 쓰리, 포'처럼 가사의 맛을 살리는 면도 충실하다. 전체적으로 웰메이드 뮤지컬이란 단어가 적합한 작품이다.

다만 공연장의 크기와 작품이 다소 맞지 않는 면은 아쉽다. 앞서 말했듯 이 작품은 일곱 배우들이 연기하는 각 인물들의 사연과 매력, 감성이 관객에게 가깝게 전해져야 하는 작품인데 무대와 객석의 거리가 멀어 뒷 좌석 관객들이 보기에는 극본의 탄탄한 구성이 온전히 와 닿기엔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울고 웃는 배우들의 모습을 한 발 떨어져서 지켜보는 느낌이 든다면 극의 매력을 모두 느끼기 어려울 것이다.

* 공연 정보

- 공연 제목 : 여신님이 보고 계셔

- 공연날짜 : 2017. 09.26. ~ 2018. 01.21.

- 공연장소 : 대학로 유니플렉스 1관

- 프로듀서 : 유인수

- 연출 : 박소영

- 작/작사 : 한정석

- 작곡 : 이선영

- 편곡/음악감독 : 양주인

- 움직임구성 : 홍유선

- 출연배우 : 김신의, 김재범, 성두섭, 서은광, 윤지온, 정휘, 임진섭, 홍우진, 윤석원, 김대현, 강기둥, 조풍래, 호효훈, 강성욱, 손유동, 최연우, 유리아

-'연뮤'는 '연극'과 '뮤지컬'을 동시에 지칭하는 단어로, 연극 및 뮤지컬 관람을 즐기는 팬들이 즐겨 사용하는 줄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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