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뮤지컬 '금강, 1894'의 재연이 지난 26일 성남아트센터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뮤지컬 '금강, 1894'는 2009년 '남한산성' 이후 성남문화재단(대표이사 박명숙)이 7년 만에 선보인 자체 제작 뮤지컬로 2016년 초연 당시 감각적인 무대와 비장감 넘치는 음악 등으로 호평 받았다.

이번 재연에는 김규종 연출, 이성준 음악감독, 홍유선 안무가 등 초연 제작진이 그대로 다시 뭉쳤고 캐스팅에는 약간의 변화가 생겼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역사의 소용돌이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신하늬'역은 배우 손호영에서 '괴물신인' 최우혁으로, 반쪽짜리 양반으로 세상의 한계를 느끼고 동학도가 되는 '이명학' 역은 이건명과 양준모에서 강태을로, '인진아' 역에는 '혁명의 아이콘' 박지연에 이어 언제나 변함 없는 실력을 선보이는 안시하가 출연한다.

동학도의 우두머리 '전봉준' 역은 박호산에서 2004년 가극 '금강'에 출연했던 김도현으로 변했고 초토사 홍계훈은 왕시명에서 한국에선 첫 뮤지컬에 출연하는 안갑성으로 바뀌었다.

올해 재연은 큰 변화 없이 이뤄졌으나 초연과 큰 다른 점이 생겼다. 바로 시대의 변화다.

작년 초연이 '촛불시위'가 이뤄지며 나라의 변화를 눈 앞에 뒀던 상황에서 공연되며 동시대성을 획득했다면 올해 재연은 마치 전봉준이 말한 '반드시 변할 세상'이 온 뒤로 볼 수 있다. 이로 인해 공연을 보는 관객들은 같은 이야기에도 저마다 다른 감정을 느낄 수 있다. 전봉준의 이야기대로 '세상은 반드시 변할 것'이란 걸 시민들의 힘으로 체득한 상황인 것이다.

이처럼 '금강, 1894'는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는 '클래식'한 이야기가 될 수 있음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나 다름 없다. 또 남아있는 '적폐청산'을 비롯해 아직도 완전치 않은 '백성이 하늘인 세상'은 앞으로도 '금강, 1894'가 계속해서 공연돼야 할 이유기도 하다.

다만 그 텍스트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는 다소 아쉬움을 남긴다. 원작의 방대함을 서정적으로 전달하려는 연출과 하늬와 진아를 기반으로 한 서사적인 구성은 매끄럽긴 하나 지나치게 축약된 감각이 있다. 예컨대 진아가 하늬에게 반하는 과정, 이명학이 동학도에서 어떠한 위치인지, 전봉준이 어째서 무리의 우두머리인지 등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다소 급하게 전개된 감각이 있다.

또 한정된 예산으로 만들어지는 어쩔 수 없는 만듦새의 아쉬움도 있다. 그것을 일정 부분 해소하는 것은 영상이 활용된 뛰어난 무대미술이다. '하늘'을 컨셉트로 만들어진 무대 영상은 단순히 효과적인 비용으로 배경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붉은 노을, 잿빛 하늘 등으로 변하며 작품의 분위기를 잘 드러낸다.

그러나 '금강, 1894'가 가진 최고의 장점은 혁명을 컨셉트로 삼은 듯 격정적이면서 세련된 음악과 그것을 잘 소화하는 훌륭한 주연 배우들, 그 이상으로 모든 것을 쏟아붓는 28명의 앙상블에 있다. 다른 작품에서 주연급으로 출연하기도 했던 선한국, 장지후는 물론이고 꽃분이 역의 조이현에 이르기까지 계속해서 물 오른 연기를 선보인다. 다만 기본적으로 의상이 다 비슷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뒷 좌석의 관객들에게까지는 각각의 캐릭터를 뽐내기가 어렵다는 점이 아쉽다.

그러나 여러 아쉬운 점에도 불구하고 '금강, 1894'는 분명 앞으로도 보고 싶은 작품이다. 실제 사실에 대해서는 여전히 연구가 필요하지만 그런 만큼 관객들에게 익숙한 듯 낯선 '동학농민운동'이라는 매력적인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한 컨텐츠이기에 묵직한 주제의식을 담아낼 수 있고, 교육적인 시각에서도 접근할 수 있어 여러 연령층의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는 등 앞으로의 개발 여하에 따라 대극장 뮤지컬로서 가진 잠재력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뮤지컬 '투란도트'가 장기간 공연되고 개발되며 대구의 훌륭한 오리지널 컨텐츠로 만들어진 전례를 보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금강, 1894'가 걸어갈 길을 보고 싶어진다.

some@mhnew.com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