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 조형근kareljay@mhns.co.kr. 글을 쓰고 싶은 음탕한 욕망이 가득하나, 스스로를 일단은 억눌러야 하는 현실.답

[문화뉴스] 필자는 2011년 1월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해 지금까지 총 3개의 직장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회사마다 담당하는 직무가 전부 다른 특이점도 갖고 있다. 직장 생활 중 80%는 해외에 나가 근무한 외국인 노동자로서의 경험도 갖고 있다(-덕분에 국내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시각이 많이 긍정적으로 변했다. 그들도 자국을 떠나 힘들게 살고 있을 거란 걸 알았기에-).

 

사회인으로서는 그렇게 길다고 볼 수 없는 5년간의 직장 생활이지만, 2015년 연말 즈음 지인과의 술자리에서 우연히 나온 이야기를 이 자리에서 해 볼까 한다.

필자는 지금 연애를 하고 있지 않다.

평범한 사람들이 으레 그렇듯이 과거 몇 명의 여자를 만나 연애했던 경험이 있고, 지금은 인생의 하강곡선에 있는지 연애가 잘되지 않는다. 나이가 서른이 되고 해외에서 장기간 있던 탓에 그간 괜찮았던 지인들은 전부 자기 사람을 한 명씩 찾아 떠났고, 새롭게 만나려는 시도는 더 이상 녹록지 않았다.

치기 어린 대학생 시절처럼 좋아하는 여자애를 기다리겠다고 무작정 강의실 앞에 죽치고 있던 그런 열정도 이제는 섣불리 나오지 않고, 그럴 상황도 만들기가 쉽지 않다. 이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의외로 연애와 직장생활은,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것을.

1. 서류통과가 힘들다.

만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공채를 통한 모집에 지원하든, 소개팅을 통해 만나든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그 전에는 서류심사를 거쳐야지만 면접에 이를 수 있다. 지원자가 갖고 있는 스펙이 별로라면, 서류 전형에서 무수히 많은 탈락의 고배를 마셔야 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물론 그렇게 서류 통과한다고 해서, 면접에 붙으리란 보장이 없다는 것은 보너스. 처음에 내가 원했던 게 아니라 좌절 서럽겠지만, 결국 합격하고 나면 왜, 다들 뼈를 묻겠단 심정으로 시작하지 않나.

2. 별것 아닌 걸로 싸운다.

사람이니까 살다 보면 정말 피곤하고 힘들 때가 생긴다.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해 하루쯤 쉬고 싶어서 연락 끊고 연차 내고 집에 있을라치면 분명 쉬는 날인 걸 알면서 전화벨이 울리는 게 멈추지 않는다. '어디야? 지금 뭐해?' 내 사람 말고 다른 사람이랑 좀 친하게 지내려 하면 소속감이 없다, 같이 해야 되는 거 아니냐ㅡ하는 말도 슬슬 질리기 시작하고, 결정적으로 익숙해지는 타이밍이 되면 매너리즘에 빠진다. 처음의 설렘은 온데간데없고, 평생 같이 할 수 있을 것만 같던 느낌은 기억에서조차 희미하다. 우리, 권태기인 걸까?

   
 

3. 화해하려고 노력은 한다.

지친 나머지 우리는 이별을 통보하곤 한다. 이별이란 말하기 직전까지 굉장히 어려운 말이지만, 의외로 말하고 나면 그 후련함에 '왜 진작 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마저 들 정도의 순간이다. 그리고 당신이 정말로 필요한 사람이었다면, 상대방은 분명 조정작업을 거치려 들 것이다. 지내는 데 불편함이 무엇인지, 뭘 어떻게 해주면 되는 건지, 돈은 얼마나 올려주면 되는 건지, 뭐 이런 것들 말이다. 물론 당신 생각보다 당신이 중요하지 않았다면 뭐, 그냥 그대로 짐 싸서 나가게 되겠지만.

4. 끝난 뒤에 생각이 난다.

기나긴 과정 끝에 당신이 새로운 운명을 찾았을 때, 이는 순환고리와 같은 것이기에 설렘으로 새로운 것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흐른 뒤 씁쓸하게 '구관이 명관'이라는 옛말을 곰씹으며 소주 한 잔을 털어 넘길 때도 있을 것이다. 내가 그때 왜 그랬는지, 왜 조금 더 참지 못했는지, 지금 생각하면 별것도 아닌 걸로 화낸 것 같고, 너무 섣불리 헤어지자고 한 것만 같아 술이 취한 상태로 '자니?' 라는 연락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결과는 우리가 생각하는 대로 99%는 좋지 않을 테고 다음날 이불을 뻥뻥 차대는 결과만 나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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