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를 살아가는 사람은 이길 수 없다"

[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책은 500페이지가 넘고, 스크린화된 영화는 상영하는 영화관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런데 내용은 참 흥미롭다. 영화는 비록 보지 못했지만, 책은 참 술술 넘기며 읽었다. 바로 '창문을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이야기이다.

주인공 알란은 참 다이내믹한 삶을 산다.
- 10대에는 폭탄을 만들게 되고,
- 20대에는 폭탄 실험 중 실수로? 이웃 식료품 가게 주인이 사망하자 위험인물로 분류되어 정신병원에 수감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생체실험을 당하고 남성적 기능을 잃는다.
- 30대에는 스페인 내전에 참전, 폭탄 실험 중 우연히 지나가던 파시스트 프랑코의 목숨을 구하여 영웅이 된다.
- 40대에는 미국 원자폭탄 프로젝트인 맨해튼 프로젝트의 치명적 결함을 우연히 해결하여 제2차 세계대전을 종결시키고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멘토로 된다.
- 50대에는 미국과 러시아의 이중 스파이로 활동한다.

우연이라고 하기엔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힌다. 그러나 이런 삶을 사는 주인공 알란은 정작 참 태평하다. 본인을 둘러싸고 일어난 일들을 개의치 않는다. 그에겐 과거에 얽매이는 것도 없다. 오히려 '현재'만 살아서 막 나가는 것 같기만 하다.

과거의 일에 얽매여 미래는커녕 현재도 제대로 살아가지도 못하는 현대인들에게 그의 막 나가는 삶은 안정만 지향하는 현대인들을 반성하게 한다.

삶에 대해 불평한 가득한 사람이라면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알란보다 더 소설 같은 삶을, 더 위험천만한 삶을 산 사람을 없을 터이니 말이다.

   

 

▶ 책 소개 

스웨덴 작가 요나스 요나손의 장편소설. 기자와 PD로 오랜 세월 일해 온 작가의 늦깎이 데뷔작인 이 소설은 인구 900만의 스웨덴에서 100만 부, 전 세계적으로 500만 부 이상 팔리며 '백세 노인 현상'을 일으켰다. 1905년 스웨덴의 한 시골 마을에서 태어난 주인공이 살아온 백 년의 세월을 코믹하고도 유쾌하게 그린 작품이다.

급변하는 현대사의 주요 장면마다 본의 아니게 끼어들어 역사의 흐름을 바꿔 놓는 주인공의 활약은 독자로 하여금 역사의 생생한 현장 속으로 빨려들어가게 한다. 계속되는 우연과 과장스러운 설정이 때로는 황당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쉴 새 없이 터지는 웃음 속에서도 어느새 이데올로기란 무엇인지, 종교란 무엇인지, 그리고 우리의 인생이란 무엇인지 곰곰 생각하게 되는, 가볍게 읽히지만 여운은 묵직한 작품이다.

 
[글] 아띠에떠 아니 artietor@mhns.co.kr

 아니 [부사] 1. 부정이나 반대의 뜻을 나타내는 말. 2. 어떤 사실을 더 강조할 때 쓰는 말. 모두 공감하지 못해도 좋다. 설득시킬 마음은 없다. 내 삶에 나도 공감하지 못한다. 대학에서 문학평론을 전공하고, 언어교육학으로 석사를 마쳤다. 지금은 독서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다.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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