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네오 프러덕션의 스타일에서 오는 장점과 한계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었다.

'비스티', '사의찬미', '슬루스' 등에 이어 관객을 찾아온 뮤지컬 '배니싱'은 네오 프러덕션이 추구하는 것으로 보이는 감각적이고 선명한 비주얼, 뚜렷한 캐릭터성과 대비되며 이야기에 여백을 둬 관객의 적극적인 해석을 요구하는 프러덕션의 스타일이 느껴졌다.

그러나 이번에는 스타일이 극의 완성도에 우선시되는 경향이 느껴진다. 케이와 의신, 명렬이란 캐릭터는 각각 추구하는 개성을 매우 명확히 보여주지만, 목적을 향해가는 과정에서 디테일하게 인물의 개성을 그려내기보다는 어떤 거대한 '이미지'의 집합 같은 느낌을 준다. 예컨대 명렬이 의신을 배신하는 과정은 뚜렷한 전사를 드러내지 못한 채 케이와 의신의 결말을 위한 기능적인 변화에 가깝다.

피의 갈증 등 뱀파이어물에서 충분히 봤던 요소들은 경성시대를 배경으로 한 이유가 없이 재생산되며 불멸의 삶을 통해 유한한 것의 가치를 일깨우는 결말 역시 뱀파이어물에서 오랜 시간 되풀이한 이야기다. 케이보다 의신의 시점이 더 중점적인 작품임에도 이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이렇듯 '배니싱'은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보여줄 수 있는 연기로는 채워지지 않는 서사의 공백이 있다. 서정적인 것에 기대야하는 3인극으로서 가지는 한계점도 분명히 있으나, 같은 회사의 이전 작들이 보여주듯 이는 채울 수 없는 공백은 아니다.

물론 장점도 있다. 가창력과 연기력을 모두 지닌 배우들이 무대 위에서 마음껏 뛰노는 것을 지켜볼 때의 즐거움. 조명을 이용한 '태양'의 연출 등은 작은 규모의 작품에서 특히 느껴지는 '센스'가 엿보인다. 또 무대 세트를 깔끔하게 만들고 여러 효과로 다양한 장소의 느낌을 주는 것도 프러덕션이 가지는 장점이다.

* 공연 정보
- 공연 제목 : 배니싱
- 공연날짜 : 2017. 11.04. ~ 2017. 12.10.
- 공연장소 : 대학로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
- 출연배우 : 김도현, 에녹, 이주광, 주민진, 기세중, 이용규
-'연뮤'는 '연극'과 '뮤지컬'을 동시에 지칭하는 단어로, 연극 및 뮤지컬 관람을 즐기는 팬들이 즐겨 사용하는 줄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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