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푸르른 날에'에서 '오민호' 역을 맡은 이명행 배우(왼쪽) ⓒ 남산예술센터


[문화뉴스]
본모습이 아니라 극중 캐릭터에 따라 외모와 성격, 심지어는 성별까지 변해야 하는 배우들에게 '연기 변신'이란 숙명과도 같은 것이다. 뛰어난 배우 모두가 연기 변신을 잘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벗겨내기 힘든 이미지의 굴레에서 벗어나 과감히 변신을 시도하고, 더 나아가 관객들에게 큰 감동을 주는 배우에게는 '뛰어난 배우'라는 호칭이 전혀 무색하지 않다.

 

   
연극 '아버지와 아들'에서는 '아르까디'역을 맡았다(왼쪽에서 두 번째) ⓒ 국립극단

올해 과감한 연기 변신은 물론이고 활동 영역의 구분을 뛰어넘으며 종횡무진한 배우가 있다. 바로 '이명행'이다. 극공작소 마방진 1기 단원 출신인 이명행은 올해의 연출가로 뽑힌 고선웅 연출과의 호흡 이외에도 여러 편의 연극과 뮤지컬, 그리고 드라마까지 진출하며 광범위한 연기 스펙트럼을 보여줬다.

 

   
이 배우는 연극 '만추'에서 '훈' 역을 맡기도 했다 ⓒ HJ컬쳐

그가 올해 맡은 역할들을 살펴보자. 70년대 로맨티스트 청년 '박봉팔', 80년대 거대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고통을 온몸으로 견뎌낸 청년 '오민호', 19세기 러시아의 니힐리스트가 되고자 했던 '아르까디', 상처 많은 애나의 마음을 3일 만에 열어버리는 '훈', 비련의 여주인공처럼 사랑을 위해 기꺼이 자신을 희생하는 '몰리나', 고려의 토지문제를 광적으로 연구하는 토지 전문가이자 경제학자인 '조준' 등.

   
현재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에서는 '몰리나' 역을 맡고 있다(오른쪽) ⓒ 악어컴퍼니

뮤지컬 '한밤의 세레나데', 연극 '푸르른 날에', '아버지와 아들', '만추', '거미여인의 키스', '터미널', SBS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까지. 이명행은 특유의 매끄러운 중저음의 목소리와 활짝 핀 미소가 매력적인 배우다. 어디서든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매력적인 보이스와 해맑은 미소를 찾아보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명행은 그가 맡은 역할에 잘 녹아들어가는 것에서 끝맺지 않고, 자신의 독특함까지도 보여줄 수 있는 새로운 캐릭터를 재창조함으로써 특별한 이명행표 연기변신을 감행하곤 했다.

 

   
최근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조준' 역을 맡았다 ⓒ SBS

현재 연극 '거미여인의 키스', '터미널'을 동시에 출연하고 있는 배우 이명행은 바쁜 와중에도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의 조준 역할을 맡아 단단한 연기를 보여줌으로써, 더 넓은 가능성을 가진 배우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있다. 내년에는 또 어떤 새로운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올 지, 또한 캐릭터와의 호흡이 얼마나 더 긴밀해질 수 있을지 기대가 되는 배우다.

문화뉴스 장기영 기자 key000@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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