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주경, 애인(모자 쓴 애인), 1937, 캔버스에 유채, 53x45, 대구미술관 소장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국립현대미술관(관장 바르토메우 마리)이 《신여성 도착하다》 전시를 2018년 4월 1일까지 덕수궁관에서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개화기에서 일제강점기까지 근대 시각문화에 등장하는 '신여성'의 이미지를 통해 이제까지 남성 중심적 서사로 다루어졌던 우리나라 역사, 문화, 미술의 근대성을 여성의 관점에서 바라본다. 이를 위해 회화, 조각, 자수, 사진, 인쇄 미술(표지화, 삽화, 포스터), 영화, 대중가요, 서적, 잡지, 딱지본 등 500여 점의 다양한 시청각 매체들이 입체적으로 소개된다. 특히 근대성의 가치를 실천하고자 한 새로운 주체 혹은 현상으로서의 신여성에 대한 다각적인 접근과 해석, 통시대적인 경험을 공유하고자 현대 작가들이 신여성을 재해석한 신작들도 소개된다.

▲ 김주경, 북악산을 배경으로 한 풍경, 1929, 캔버스에 유채, 97.5x130,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당시 조선의 여성들은 제국주의, 식민주의, 가부장제 그리고 동서양 문화의 충돌이라는 억압과 모순의 상황을 경험했다. 피식민인이자 여성으로서 조선의 '신여성'은 근대화의 주된 동력으로 작동할 수 없는 이중적 타자로 위치했고 '근대성'의 분열적인 함의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아이콘이 되었다. '신여성'이라는 용어는 19세기 말 유럽과 미국에서 시작하여 20세기 초 일본 및 기타 아시아 국가에서 사용되었다. 국가마다 개념의 정의에 차이가 있지만, 여성에게 한정되었던 사회 정치적, 제도적 불평등에 문제를 제기하고 자유와 해방을 추구한 근대 시기에 새롭게 변화한 여성상이라 할 수 있다. 조선의 경우, 근대 교육을 받고 교양을 쌓은 여성이 1890년대 이후 출현했으며 이 용어는 주요 언론 매체, 잡지 등에서 1910년대부터 쓰이기 시작하여 1920년대 중반 이후 1930년대 말까지 빈번하게 사용되었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가 한국 근현대 사회에서 가장 큰 도전과 논쟁의 대상이었던 근대 식민기의 신여성을 통해 기존의 모더니즘 이해에 의문을 제기하고 한국의 근대성을 온전하게 복원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 김은호, 미인승무도, 1922, 비단에 채색, 272х115cm, 플로리다 대학 사무엘 P. 하른 미술관 소장(제임스 A.판 플릿 기증)

전시는 총 3부로 구성되어 1부 "신여성 언파레-드", 2부 "내가 그림이요 그림이 내가 되어: 근대의 여성 미술가들" 그리고 3부 "그녀가 그들의 운명이다 : 5인의 신여성"으로 진행된다. 특히, 김은호의 <미인승무도>가 국내 최초공개되며, 정찬영의 <공작>이 37년 만에 공개되어 주목된다.

1부는 주로 남성 예술가들이나 대중 매체, 대중가요, 영화 등이 재현한 '신여성' 이미지를 통해 신여성에 대한 개념을 고찰한다. 교육과 계몽, 현모양처와 기생, 연애와 결혼, 성과 사랑, 도시화와 서구화, 소비문화와 대중문화 등의 키워드로 점철된 신여성 이미지들은 식민 체제 아래 근대성과 전근대성이 이념적, 도덕적, 사회적, 정치적 각축을 벌이는 틈새에서 당시 신여성을 향한 긴장과 갈등 양상이 어떠했는지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 장우성, 미인도, 1930년대, 비단에 수묵채색, 코리아나미술관 소장

2부는 창조적 주체로서의 여성의 능력과 잠재력을 보여주는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시기 여성 미술가들의 작품은 상당히 희귀한데, 국내에서 남성 작가들에게 사사한 정찬영, 이현옥 등과 기생 작가 김능해, 원금홍, 동경의 여자미술학교(현 女子美術大學) 출신인 나혜석, 이갑향, 나상윤, 박래현, 천경자 등과 전명자, 박을복 등 자수과 유학생들의 자수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를 통해 근대기 여성 미술교육과 직업의 영역에서 '창작자'로서의 자각과 정체성을 추구한 초창기 여성 작가들의 활동을 살펴볼 수 있다. 

3부는 남성 중심의 미술, 문학, 사회주의 운동, 대중문화 등 분야에서 선각자 역할을 한 다섯 명의 신여성 나혜석(1896-1948, 미술), 김명순(1896-1951, 문학), 주세죽(1901-1953, 여성운동가), 최승희(1911-1969, 무용), 이난영(1916-1965, 대중음악)을 조명한다. 당시 찬사보다는 지탄의 대상이었던 이들 신여성들은 사회 통념을 전복하는 파격과 도전으로 근대성을 젠더의 관점에서 다시 고찰할 기회를 제공했다. 여기에 현대 여성 작가(김소영, 김세진, 권혜원, 김도희/조영주)들은 5인의 신여성을 오마주한 신작을 통해 당시 신여성들이 추구했던 이념과 실천의 의미를 현재의 관점에서 뒤돌아본다.

▲ 최승희 ⓒ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전시 기간 중 〈MMCA 토크〉를 통해 사회학, 미술사, 영화사, 대중가요사의 관점에서 신여성을 조명하는 자리가 마련된다. 이와 함께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국 무성영화 〈청춘의 십자로〉(안종화 감독, 1934)를 현대적으로 재현한 변사 상영(김태용 감독 기획)을 2018년 1월 6일(토) 오후 7시에 서울관 멀티프로젝트홀에서 진행한다.

▲ 전시 전경 ⓒ 국립현대미술관

avin@mhnew.com

주요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