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9일 오후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뮤지컬 '아이러브유'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2018년 3월 18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아이러브유'는 2004년 국내 초연 후 누적 관객 50만 명, 1,200회 이상 공연을 기록한 로맨틱 뮤지컬의 대표작 중 하나다. 이번에는 오루피나 연출과 오훈식 프로듀서가 새로운 배우들과 함께 힘을 합쳐 6년만에 새로운 '아이러브유'를 공연한다.

1996년 오프브로드웨이 초연된 작품을 가져온 라이선스 뮤지컬로 달콤한 사랑이 아닌 현실적이고 주변에서 볼 법한 연애를 4명의 배우가 19개의 에피소드를 60개가 넘는 캐릭터로 연기하는 옴니버스 형태로 구성해 공감을 더한다.

남자1 역에는 김찬호, 이충주, 정욱진, 여자1 역에는 이하나, 이정화, 안은진, 남자2 역에는 고영빈, 송용진, 조형균, 여자2 역에는 최수진, 간미연이 출연한다.

이날 시연에는 프롤로그와 에필로그, 바쁜 현대인들의 삶을 연애 과정으로 풍자한 '정말 너무 바쁜 관계로', '섹드립'이 담긴 '바보 스위치', 메신저의 읽음 표시를 기다리는 '문자를 기다려', 중년의 부부가 헤어지기로 한 아들 커플에게 속마음을 내비치는 '부모님 마음', 운전대만 잡으면 난폭해지는 남편을 둔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Family Drive'까지 총 7개 장면을 시연했다.

 

오루피나 연출은 중간마다 에피소드를 설명하며 원작에 비해 흐른 시대를 반영하기 위해 휴대폰이 없던 시절 집 안에서 전화를 기다리던 원작에서 메신저의 읽음 표시를 기다리는 형태로 바꾼 '문자를 기다려' 등을 설명하며 이번 작품에는 현대성을 위한 각색과 배우들의 아이디어가 담겼다고 밝혔다.

하지만 옴니버스 형태인만큼 남녀의 캐릭터가 동시대성에 맞지 않게 스테레오타입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들이 많아서 주된 뮤지컬 관객 계층의 공감을 얼마나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충주, 조형균, 간미연을 필두로 한 대중성을 확보한 배우들의 출연이 대학로와 다소 거리가 있던 관객층을 새롭게 끌어들일 것으로 기대되는 측면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배우들의 진정성이 될 것으로 보인다. 멀티 캐릭터를 연기하다보면 흔히 빠지기 쉬운 게 지나치게 배역을 '캐릭터화'해서 표현하는 것인데 그러다 보면 특정한 상황, 인물 등에 대한 고정관념을 과장되게 표현하는 방향으로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앞서 언급한 이충주, 조형균을 비롯해 '맏형' 고영빈부터 '막내' 안은진까지 여러 작품을 통해 각자의 내공을 인정받은 '아이러브유' 배우들의 힘이 기대된다.

다음은 하이라이트 시연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를 정리한 내용이다.

 

인사 부탁한다.

ㄴ 오훈식 대표: '아이러브유'는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고 옴니버스로 풀어낸 작품이다. 전세계에서 많이 공연됐고 한국에서도 10년 이상 역사를 가졌다. 이 공연에 대해서 여러 자료가 있겠지만, 저희 작품에는 멋짐과 이쁨과 허세가 없어서 그걸 다 포기해주신 배우들에게 감사드린다.

ㄴ 오루피나 연출: 저희 너무 재밌게 배우들의 재미있는 아이디어와 호흡으로 연습했다. 3월까지 공연하니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ㄴ 조형균: 너무 훌륭한 작품에 훌륭한 배우들과 훌륭한 스태프들, 아트원씨어터에서 공연할 수 있는 영광주셔서 감사하고 막공까지 미친듯 최선을 다하겠다.

ㄴ 이하나: 개인적으로 '아이러브유'를 고등학교 때부터 하고 싶던 작품이라 공연하게된 소감이 남다르다. 많이 사랑해달라.

 

1인 다역해야 하는 작품 특성상 백스테이지가 분주해보인다. 함께하는 배우들 호흡도 중요해보이는데 어떤지? 무대 전환 하면서 에피소드가 있는지.

ㄴ 고영빈: 저희 작품은 배우만 잘해서 되는 게 아니라 배우, 무대, 의상, 헤어 등 모두가 함께해야 관객에게 더 큰 감동을 줄 수 있는 작품이다. 하나 에피소드를 말하자면 공연 올리게 되면 늘 테크니컬 리허설과 드레스 리허설을 무대에서 하게 되는데 저희는 연습실에서 이미 리허설을 모두 했다. 의상팀과 함께 옷을 갈아입어보면서 다음 씬에 호흡을 가라앉히고 나올 수 있는지 연출님의 큰 그림 안에서 연습을 많이 했다. 지금은 웃으면서 할 정도로 몇회만에 여유를 찾아서 즐겁게 공연하고 있다. 그런 합을 여러분이 봐주시면 '아이러브유'를 더 재밌게 보실 수 있을 것 같다.

 

배우가 여러 역을 하면 이전 역할의 잔상이 남을 수 있다. 희석시키기 위한 장치가 있는지?

ㄴ 오루피나: 물어보셨다시피 캐릭터가 굉장히 많다. 어떤 씬에선 바로 전에 엄마로 나온 배우가 바로 딸로 나오기도 하고 캐릭터의 전환이 큰 작품이다. 희석하기보다 씬마다 집중할 수 있도록 씬의 첫 부분에 힘을 좀 줬다. 영상으로 제목을 띄우는데 그 타이틀부터가 씬의 시작이다. 이후 조명이 밝아지며 씬을 시작할 때 소리를 크게 낸다거나 분위기 전환하는 첫 대사를 하도록 배우들에게도 중요하게 이야기했고 그 점을 신경써서 하고 있다. 씬 전환할 때마다 단순히 캐릭터만 고민한 게 아니라 앞뒤 씬을 연결할 때 어떻게 전환하면 더 효과적일지 배우들과 캐릭터 전환의 이야기도 많이 했다. 배우들이 아이디어도 많이 주셨고 이번 '아이러브유'는 배우들의 아이디어로 완성된 작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다.

 

뮤지컬 데뷔인데 소감은? 연극할 때, 아이돌과 지금은 어떻게 다른지?

ㄴ 간미연: 우선 정말 쉽지 않아요(웃음). 예전에는 뮤지컬 섭외가 들어왔어도 안 했던 게 연극은 점알 메소드, 연기에 집중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뮤지컬은 연기와 노래 모든 걸 완벽하게 해야해서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마흔 되기 전에 못하던 걸 하려고 도전했는데 다행히 오디션을 잘 봐서 어떻게 들어왔다. 정말 어려운 뮤지컬이라고 하더라. 하다가 '아 뛰쳐나갈까.' 그런 생각도 많이 했는데(웃음) 아무튼 동료 배우, 연출님, 대표님이 힘을 많이 주셔서 어떻게 올렸다. 노래할 때 가수는 마이크에 가까이 대고 느낌을, 가사를 읊조리듯 하면 되는데 뮤지컬은 전달도 해야돼고 연기도 해야하고 여러 가지가 정말 많이 달랐다. 아직 부족하지만 한 작품씩 해나가면서 나아지는 모습 보여드리겠다. 우선 '아이러브유' 사랑해주시면 좋겠다.

 

1인 15역 이상을 해야한다. 본인 역할 중 가장 공감되거나 기억에 남는 장면은?

ㄴ 송용진: '아이러브유'는 제가 총각 때, 남경주 선배님이 하실 때 봤었다. 그때는 아내와 연애 중이라서 같이 봤는데 1막이 재밌었다. 2막은 재미가 없더라. '아이러브유'는 공감을 하느냐 못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은데 그땐 총각이다 보니 결혼에 대한 공감이 없어서 1막이 엄청 재밌고 2막이 그냥 '재밌구나' 정도였다. 결혼하고 나니 1막은 그렇지 싶구 2막은 육아부터 모든 게 공감되고 연기하면서도 더 재밌다. 아마 '아이러브유'를 보러오시는 분들이라면 자신이 처한 상황, 공감이 있는 장면에서 웃고 좋아하실 것 같다. 그래서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오셔서 올해 보고 내년에 보면 또 다르실 것 같다. 개인적으로 부담스러운 건 남경주 선배님이 같은 '남자2' 역을 하셨는데 '남경주의 작품이다'라고 할만큼 너무나 잘 하셨다. 그런 작품을 후배로서 받아서 한다는 게 참 부담스러운데 더 열심히, 선배님 명성에 누가 되지 않도록 하겠다.

ㄴ 이충주: 이런 작품을 처음하는데 씬마다 다 공감대가 있고 하면서도 보면서도 어떻게 이런 글을 썼을까 싶을 정도로 현실밀착형 에피소드가 많아서 재밌게 보고 있다. 여러 장면을 보는데 공감보단 궁금하고 많이 기억에 남는 장면이라면 제가 겪어보지 못한 장면인데 예를 들면 결혼 30년 후, 장례식장 같은 장면 보면 왠지 모르게 맘이 따듯해진다. 지금이 아니라 30년 뒤, 40년 뒤에는 어떤 생각의 전환점들이 생길까. 어떤 마음으로 생각하고 사람들과 만날까 궁금증도 생겨서 그 장면들 할 때, 볼 때 생각이 많아지고 좋아하는 장면이다.

 

ㄴ 이정화: 제가 공감하는 부분이 제일 재밌는 것 같아요. 제가 시집갈 나이다 보니까 부모님이 안 가냐고. 어떨 때는 빨리 가라고 하시고 어떨 때는 좀 더 있다가 가도 된다고 하시고 왔다 갔다 하신다. 친구들 부모님도 그러셔서 친구들끼리 모이면 이런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따님에겐 그렇게 말씀하셔도 친구들에겐 너희들 다들 천천히 가도 된다고 하신다. 그런 모습을 연기하며 부모님이 이런 생각하시는구나 싶고 손주 보고싶다 이런 이야기도 재밌고 생각도 많아진다. '아이러브유' 연습하기 전에 결혼이 너무 하고 싶었는데 작품 하면서 결혼할까 말까 2막에서 고민되더라(웃음). 그런데 계속 해보니까 그런데도 서로 맞춰가며 행복하게 살자는 내용이어서 에필로그의 가사들이 정말 중요하구나 싶었다.

ㄴ 최수진: 연습 시작하고 대본 받으면서 지금까지 제일 공감되는 가사가 에필로그에서 상처입고 또 줄 걸 알면서도 또 다시 마음의 문을 여네라는 가사가 와 닿는다. 제가 그렇다(웃음). 다시는 연애 안 해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음의 문을 여는 저를 보며 역시 평생 사랑해야겠다 싶었다. 결혼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럴 수도 있는데 요즘 남자 여자 편갈라서 서로 '한남', '김치녀' 하며 다투지 않나. 사실 어쨌든 이 지구는 하나니까 서로 사랑하고 마음의 문을 열며 상처 입어도 그거 때문에 남에게 상처주지 않는 아름다운 지구를 만들자고 생각한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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