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상구'(이병헌)가 1년 6개월 동안 정신병원에 갇힌 이야기가 등장한다.

[문화뉴스] "3시간 40분의 분량을 1차 편집했다. 하지만 상영을 위해 130분으로 편집하며 눈속임하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스태프가 고생한 것을 보여줘야 하는데, 내 입장에선 벌거벗은 창피한 느낌도 있었다. 이 자리를 빌려 다시 한 번 배우분들께 고스란히 본편에 못 담은 것을 넣을 수 있게 되어 죄송하고 한편으론 다행이다." - 우민호 감독

개봉 이후 크리스마스 시즌을 겨냥한 영화들이 쏟아지기 전까지, 4주간 한 번도 1위를 빼앗기지 않은 '내부자들'이 50분 길어난 감독판 '내부자들: 디 오리지널'(이하 '디 오리지널')로 관객들을 찾아온다. 19금 영화로는 이례적으로 650만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최다 관객이 본 '청불영화'로 기록된 '내부자들'이기 때문에 감독판에 대한 기대감은 남달랐다. 감독판으로는 이례적으로 언론·배급 시사회가 열렸고, 23일 오후 CGV 왕십리엔 많은 취재진이 참석해 그 인기를 증명했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디 오리지널'은 한국 영화 역대 감독판 영화 중 가장 많은 50분이 추가되어 단순히 일부 부분만 추가되어 개봉된 일부 감독판 영화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디 오리지널'은 우민호 감독이 3시간 40분의 편집된 1차 영화를 재편집해 3시간 분량으로 선보여진다. 우민호 감독도 "3시간 40분의 긴 호흡을 3시간에 맞췄는데, 차이가 별로 없어서 큰 후회는 없다"고 전했다.

사실 3시간 40분을 그대로 관객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1950년대 영화 '벤허'(210분), '십계'(221분)와도 견줘봐도 긴 시간이다. 최근 20년간 개봉한 긴 영화인 '타이타닉'(195분), '반지의 제왕: 왕의 귀환'(199분)을 비교해도 그렇다. 최근 관객들의 관람 흐름, 상영 회차의 수가 줄어든다는 문제 등이 발목 잡혀 결국 2시간 10분의 상영이 최종 결정됐던 것.

하지만 그 덕분에 초반 부분 '안상구'(이병헌), '우장훈'(조승우), '이강희'(백윤식)의 캐릭터 설명이 무언가 빠진 느낌을 받았으며, 일부 관객은 초반 전개에 몰입할 수 없었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디 오리지널'은 바로 이 부분에 초점을 맞췄다.

처음 시작하는 오프닝부터 다르다. '이강희'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창밖을 내려다보는 장면에서 '안상구'가 기자와 인터뷰를 하는 장면으로 바뀌었다. 롱테이크로 '안상구'가 영화 이야기를 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은 영화를 지켜본 이병헌도 만족하게 했다. 이병헌은 기자간담회에서 "오프닝 장면으로 영화의 누아르 적인 느낌을 줘서 만족스러웠다"고 소감을 밝혔다. "빌어먹을 내 손이 없어서" 복수를 택했다는 '안상구'의 의지가 드러나는 장면이었다.

'안상구'의 캐릭터가 소개되는 장면은 '디 오리지널'의 초반부를 장식한다. '안상구'의 연예기획사 시절이 나오는데, 자신이 데리고 있는 걸그룹 출신의 배우 '주은혜'(이엘)의 캐스팅을 도와주려는 장면이 유쾌하게 펼쳐진다. '주은혜'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 바뀌면서, 관객들은 이 둘이 얼마나 애틋한 사이였는지 퍼즐 조각을 맞춰갈 수 있다.

'이강희'의 이야기도 늘어나며, 동시에 '편집국장'(김의성)의 모습도 좀 더 길게 살펴볼 수 있다. '편집국장'과 '이강희'의 편집회의 대화를 통해 '이강희'가 '조국일보'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이강희'는 "어차피 대중들은 개, 돼지입니다"라는 기존 버전의 대사 만큼이나 강한 의미의 대사를 편집회의에서 꺼낸다.

   
▲ '우장훈'(왼쪽, 조승우)의 경찰 시절 이야기도 소개된다.

또한, '우장훈'이 어떻게 경찰에서 검사가 되었는지에 대한 소개를 위해 '우장훈'의 경찰 시절 모습이 조금이나마 공개된다. '우장훈'의 '아버지'(남일우)에게 다가가려는 모습도 확인해 그의 인간적인 면모도 볼 수 있다.

감독판을 본 이병헌이 가장 큰 감흥을 얻었다는 부분은 '이강희'와 '안상구'가 어떻게 만나게 되어 형·동생 관계에 이르게 됐는지를 소개하는 장면이었다. 약 20년 전의 '안상구'를 통해 이병헌의 전신 문신과 독특한 머리 모양도 확인할 수 있다. 이병헌은 "배우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보이고, 그 관계들이 풍성해지니 그런 부분들이 인물 간의 관계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고 전했다.

   
▲ '안상구'(왼쪽, 이병헌)와 '이강희'(오른쪽, 백윤식)의 첫 만남이 공개된다.

한편, '디 오리지널'에선 기존 "모히또에서 몰디브나 한잔 하러 가자"며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보이며 끝냈던 엔딩에서 한층 더 나아가는 결말을 보여준다. 관객들이 나가려는 시점에서 '이강희'가 마치 오프닝의 '안상구'처럼 등장해 롱테이크로 매우 중요한 대사를 선보이기 때문이다. 우민호 감독은 "시나리오에 있던 부분이며, 본편에서 편집한 것이다. 그 장면으로 인해 영화를 보는 대중들에게 회의감만 들지 않겠냐는 생각이 들어서 편집했다. 시나리오를 통해 경각심이 늘어 우리가 그들을 주시하고, 현 상황을 포기하지 말자는 의도가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작품을 보며 '디 오리지널'의 엔딩 의미와 일맥상통한 "저항해야 할 때 침묵하는 것은 비겁한 죄악"이라며 E.W. 윌콕스의 명언으로 시작되는 올리버 스톤의 명작 'JFK'(1992년)가 떠올려졌다. 1963년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수사를 다룬 'JFK'는 극장 상영 당시 189분에서 15분이 늘어난 206분의 감독판을 통해 좀 더 설득력 있는 명작이 됐다. 한편으로 사족이 되지 않겠냐는 생각을 했다며 우민호 감독이 말을 꺼냈지만, 적어도 '내부자들'을 재밌게 본 관객이라면 엄청난 연말 선물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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