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주 먼 옛날 은하계 저편에…"(A long time ago in a galaxy far far away)

어떤 글귀로 글을 시작하면 좋을까 썼다, 지우기를 반복했다. 그래서 누군가 보면 가장 진부한 표현으로 글을 시작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시작 부분 자막이자, 시리즈 전체를 대변하는 말이며, 그 문구를 보는 순간 사람의 마음을 설레게 하는 무언가가 있는 글귀이기 때문이다.

기자는 1970년대 후반의 '스타워즈 오리지널 3부작 시리즈' 키즈라기 보다는 1990년대 후반의 '스타워즈 프리퀄 3부작 시리즈' 키즈다. 처음 본 '스타워즈'가 남들이 이야기하는 1977년 '스타워즈'가 아닌 1999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1 - 보이지 않는 위험'이기 때문이다. 당시 처음 본 '스타워즈'는 그 해 개봉한 '용가리'를 본 기자에겐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다. 심지어 시리즈 최악의 캐릭터라고 말하는 '자자 빙크스' 조차도 놀라웠다.

그래서 그 길로 지금은 사라진 부엉이 로고가 있는 모 비디오 가게에 가서 오리지널 3부작을 몽땅 빌려봤다. "내가 네 아버지다" 등 영화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들을 살펴보며, 어린 시절 기자의 '최애' 작품은 '스타워즈'가 됐다. 지금도 누군가가 가장 최고의 영화 프랜차이즈 시리즈를 물어본다면 기자는 1초도 망설이지 않고, '스타워즈'라고 이야기한다. '스타워즈'로 인해 다른 영화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었으며, 결국 이렇게 영화를 소개하는 직업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다시 과거로 돌아가, 기자는 '스타워즈' 관련 비디오 게임 플레이는 물론이거니와, 지금은 '스타워즈 레전드'라는 이름으로 바뀐 확장 세계관에도 관심을 두게 됐다. (그 세계관은 '깨어난 포스'와는 약간 거리가 멀게 됐다) 여기에 지금은 추억의 뒤안길로 떠난 MBC '주말의 명화', KBS2 '토요 명화'에서 방영되는 더빙판 '스타워즈'를 비디오로 녹화한 후, 비디오테이프가 닳고 또 닳을 때까지 봤다. 그 후 2002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2 - 클론의 습격', 2005년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를 가장 먼저 극장에서 보기 위해 뛰어다니는 10대 청소년이 됐다.

   
▲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에도 등장하는 '오리지널 시리즈 3부작' 캐릭터인 '츄바카'(왼쪽, 피터 메이휴)와 '한 솔로'(오른쪽, 해리슨 포드). 약 40년 만에 등장하는 이들의 모습에 객석에선 환호가 나온다.

2005년 마지막 '스타워즈' 영화라고 당시 조지 루카스 감독은 이야기했지만, 믿지 않았다. 언젠가 다시 돌아올 것을 믿었기 때문이었다. 세월이 흘렀다. '프리퀄 시리즈 키즈'는 어느덧 성인이 됐다. 생길 것이라고 믿지 않았던 여자친구도 생겼고(심지어 '닥터 후' 팬인 후비안이라 '달렉'이 더 나쁜지, '다스 베이더'가 더 나쁜지 논쟁을 벌인다), 평생 백수로 살 줄 알았는데 이제는 'BB-8' 프라모델까지 살 정도로 여유가 있는 직업도 얻었다. 그 사이 '스타워즈'는 디즈니로 인수되어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었다.

처음 디즈니에서 '스타워즈'를 다시 만든다고 했을 때, 사람들은 조롱했다. 시리즈 최고의 악당인 '다스 베이더'의 얼굴 위엔 '미키 마우스'의 귀가 달린 합성물을 만들었고, 디즈니 로고가 박힌 '스타워즈' 인트로를 '페이크 풋티지'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그리고 '스타트렉' 시리즈의 감독을 맡은 J.J. 에이브럼스가 지휘봉을 잡았다는 말엔 반신반의했다. '스타트렉'과 '스타워즈'는 마치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의 엘 클라시코를 보는 것처럼 티격태격 싸우는 팬덤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는 지난해 말부터 등장한 예고편으로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는 스포일러 방지를 위해, 개봉 하루 전인 16일 언론 시사회를 열었다. "전 세계에서 기다리는 모든 팬이 아무것도 모르는 새로운 상태에서 보여주기 위해서"라는 이유가 배급사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의 입장이었다. 한국을 찾은 J.J. 에이브럼스 감독도 "1977년 '스타워즈' 첫 공개 당시에도 사전 지식 없이 많은 이들이 영화를 즐겼다. 그러한 접근법을 이번 작품에 도입하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 J.J. 에이브럼스 감독은 '스타트렉'과 '스타워즈'의 영화를 모두 만든 첫 번째 감독으로 기록됐다. ⓒ 문화뉴스 서정준 기자

16일 오후 CGV 왕십리에서 '깨어난 포스'가 그 베일을 벗었다. 첫 번째 아이맥스 필름으로 제작된 '스타워즈'이며, 겨울에 개봉하는 첫 번째 '스타워즈'였다. 기존 시리즈를 접하지 못한 이들에게 괴리감이 조성되지 않도록,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로 개봉되었으나 원작 전통을 이어받아 고스란히 '에피소드 7'이라는 자막이 등장한다. 그리고 초반부터 기존의 시리즈를 접한 관객들은 상상하지 못한 스토리 라인이 들어있는 자막에 멍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자세한 스토리 라인은 최대한 스포일러를 피하고 싶은 관객들을 위해 설명하지 않겠다. 관객들 역시 기자와 같은 설렘을 '반드시'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힌트를 던지자면 1977년 '새로운 희망', 1980년 '제국의 역습', 1983년 '제다이의 귀환'으로 이어지는 '오리지널' 3부작을 충실히 담아냈다. 조지 루카스 감독이 직접 메가폰을 잡은 에피소드 1부터 3까지 이어지는 아쉬움을 충분히 달래주는 내용이었다.

이미 사진과 예고편으로 공개되었듯이 '한 솔로'(해리슨 포드), '츄바카'(피터 메이휴), '레아 공주'(캐리 피셔) 등이 처음 등장하는 장면에선 객석이 술렁술렁 거릴 것이다. 시리즈를 관통하는 명대사가 나오는 장면에선 환호가 나올 수 있다. '오리지널' 시리즈를 오마쥬하는 명장면이 나올 땐 다리가 저릿저릿 할 것이다. 그렇다면 그 사람들은 '오리지널'의 감성을 계속 간직해 온 '스타워즈 키즈'들이 틀림없다. 한편, 떡밥의 제왕인 J.J. 에이브럼스 감독답게 영화는 2017년과 2018년에 나올 '에피소드 8'과 '에피소드 9'에 대한 수수께끼를 자연스럽게 펼쳐놓는다.

   
▲ '레이'(왼쪽, 데이지 리들리), '핀'(오른쪽, 존 보예가), 그리고 드로이드 'BB-8'(아래)은 새롭게 등장하는 '스타워즈' 캐릭터들이다.

그렇다고 '스타워즈: 깨어난 포스'가 마냥 '스타워즈 키즈'들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아니다. 시리즈를 새롭게 즐길 '스타워즈 시퀄 시리즈' 키즈들에게도 어필할 것들이 충분하다. 먼저 오리지널 시리즈의 주역인 드로이드 'R2-D2'의 바통을 그대로 오렌지 색의 드로이드 'BB-8'이 이어받는다. 심지어 역할도 똑같다. 여기에 '레이'(데이지 리들리), '핀'(존 보예가)과 같은 새로운 캐릭터들은 기존 시리즈의 '루크'(마크 해밀), '레아 공주', '한 솔로'를 보는 것 같다.

지난 11일부터 시작한 아이맥스 예매 전쟁에서 보듯이 '스타워즈 키즈'들은 부제답게 '포스가 깨어났다'. '스타워즈 키즈'들은 이미 최소 4회 이상 볼 각오는 하고 있을 것이라 짐작된다. 한 번은 전체적인 이야기를 살펴보기 위해, 두 번째는 어느 주인공의 줄거리를 자세히 보기 위해, 세 번째는 아이맥스가 아닌 4DX로 즐기기 위해, 네 번째는 시리즈 음악감독인 존 윌리엄스의 명반을 편안히 듣기 위해서일 것이다. 물론 그 이상 보는 '스타워즈 키즈'들이 반드시 등장할 것이다.

스스로 성공한 '스타워즈 키즈'라고 인정한 J.J 에이브람스 감독은 다른 '스타워즈 키즈'들의 부응에 화려하게 응답했다. '시퀄 3부작'의 성패가 전적으로 그에게 달려있었는데, 적어도 '오리지널' 시리즈 팬들의 지지는 충분히 받을 수 있지 않을까? 글을 마무리하며, 이 작품을 보러 갈 모든 이들에게 포스가 함께하길 바란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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