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사월 '7102' 앨범 자켓

[문화뉴스 MHN 박소연 기자] 2017년을 마무리할 때 곁에 두기 좋은 앨범, 김사월의 '7102'를 들어보자.

'성장'이라는 것은 무엇일까. '몸집이 커지는 것', '할 수 없던 것을 하게되는 것', 혹은 '하고 있던 것을 더 잘하게 되는 것' 등 성장은 많은 의미를 담고 시시때때로 쓰인다. 어쩐지 지금 소개할 이 뮤지션에게 만큼은 '성장' 이라는 수식어가 그저 의미없는 프레임처럼 느껴진다. 바로 싱어송라이터 김사월이다. 그의 시작부터 지금까지를 보고 있노라면, 가장 먼저 '단단해지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지난 11월 김사월의 라이브 앨범 '7102'가 발매됐다. 이번 앨범은 김사월이 여러 공연을 통해 선보였던 라이브를 모아 발매한 것으로, 그는 앨범 소개를 통해 "김사월의 현재를 함께 하는 이들과 그녀의 변화를 알고자 하는 모두를 위한 앨범"이라고 전했다.

몇몇의 라이브 음원을 엮은 앨범은, 공연장 특유의 사운드와 엉키는 관객들의 반응 때문에 청취가 어려운 경우가 있다. '7102'는 마치 모니터가 좋은 공연장에서 진행한 공연을 그대로 녹음한 것처럼,그 퀄리티도, 음원 사이의 연결고리도 훌륭하다. 이 완성도를 위해서 엔지니어들이 어떤 수고로움과 세심함을 발휘했을지 짐작이 간다. 믹싱을 도맡은 김해원의 다부진 뒷모습이 떠오르기도 한다.  

이 앨범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전, 아래의 리뷰를 통해 재미와 궁금증을 더해보자. 

('7102'의 수록곡인 '너무 많은 연애', '설원', '그녀의 품' 그리고 낭독 트랙인 '아주 추운 곳에 가서야만 쉴 수 있는 사람'에 대한 리뷰)
 

▲ 2017년 벨로주에서 진행된 사월쇼에서의 싱어송라이터 김사월 ⓒ 문화뉴스 MHN 박소연 기자

너무 많은 연애

화자는 차분하다. '잠들다가 죽어버렸으면 하고 바라는' 사람이지만, 그것이 비관의 말로 들리지 않는다. 편의점 냉장고 소리를 들으며 먹을 것을 담는, 아주 평범한 일상을 사는 이들이 있다. 그들은 편의점 봉투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며, '그저 잠들다가 죽어버렸으면 하고 바라'기도 한다. 이 장면이 비관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왜일까. 오히려 아주 차분하고 평범한 일상 같아 보인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너무 많은 연애'를 하며 살아간다. 부모와 친구와 애인과 동물과 심지어는 식물과도. 각자에게 '연애'의 형태는 모두 다르다.  굳이 구분선을 둔다면, '성애가 있느냐 없느냐' 정도로 규정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우리는 이 모든 연애에서 공통적으로 '사랑'을 갈망한다.김사월은, 내가 알고 있던 '연애'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를 준다. 또 그 연애 속에서 내가 목 조른 누군가는 없는지, 나를 '목조르게 한' 것은 누구인지 무엇인지, 복기해 볼 기회를 준다. 

2절이 시작되기 전 삽입된 박희진의 건반 소리를 따라 2절을 들어보자. 김사월의 목소리는 박희진의 건반 연주 위에 부유한다. 마지막 소절 '내가 원하는 건 사랑뿐이었는데' 에서 그의 목소리는 약간 떨린다. 김사월이 의도한 바는 아니겠지만, 필자는 이 곡의 최고조의 감정은 바로 이 소절에 담겼다고 본다. 어떤 곡의 감정이 고조되는 것은, 보컬의 힘이나 기교에만 달린 것은 아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 노래에서 감정의 물결이 이는 것을 발견하는 일은 아름답다. 김사월이 의도하지 않고도 만들어낸 물결. 이 곡에서는 그 잔물결이 오래도 인다.

▲ 2017년 벨로주에서 진행된 사월쇼에서의 키보디스트 박희진 ⓒ 문화뉴스 MHN 박소연 기자

'설원' 그리고 '아주 추운 곳에 가서야만 살 수 있는 사람' 

김사월은 몇 번의 공연을 통해 자신의 일기를 낭독하곤 했다. 그의 낭독과 라이브가 함께 진행되는 날이면, 그는 보통 검은색 일기장을 조용히 꺼내들고 지난 기록들을 담담하게 읽어나간다. 그때 김사월의 표정과 목소리는 차갑도록 담담해서, '자신의 지난 일에 대해 그가 아는 사실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한다. 

'아주 추운 곳에 가서야만 살 수 있는 사람'은 노래는 아니다. 그저 낭독이라고 해야할까, '설원' 다음 트랙으로서 이전 곡의 여운을 좋은 모양으로 가둬두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아야할까. 어떤 편이어도 좋다. 필자가 주목한 부분은 이 두 트랙이 아주 긴밀하지만, 인위적이지 않게 성겨있다는 것이다. 

이 트랙만 가사가 등록되어 있지 않아서, 김사월의 목소리를 따라 구절을 따라 적어야 했다. 쓸모있는 수고로움이었다. 글을 받아적으니 알게되었다. 이 트랙은 그의 낭독을 따라 눈을 감고 '설원'에 있을 누군가를 생각하며 듣고 느끼는 것으로 충분하다.

▲ 2017년 벨로주에서 진행된 사월쇼에서의 싱어송라이터 김사월 ⓒ 문화뉴스 MHN 박소연 기자

그녀의 품

이번 앨범에서 고개를 까딱이며 듣기에 가장 어울리는 곡이 아닐까. 김사월의 목소리는 어느때보다 맑고 경쾌하다. '나를 밀치고라도' 가버린 이, 나 아닌 그녀와 '죽음을 함께 한다는 게 샘이 나서 죽을 것만 같'은데도, 노래 속 화자는 이해하고 인정한다. 내가 사랑했던 이에게 나는 섬이 되어줄 수 없었고, 결국 그는 자신의 섬을 찾아 떠났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그저 오늘만은 머물고 싶다'는 바람은 김사월의 경쾌한 목소리와 어우러져 귀여운 투정으로 들리기도 한다.

김사월은 무던하고, 꾸준하고, 단단해보인다. 동시에 그 속에 얼마나 많은 계절이 오고가는 걸까, 궁금하게 한다. 얼마나 다양한 모양과 빛깔을 품고 있을지, 우리는 계속해서 그녀가 궁금하다. 김사월이 전하고 싶었던 그의 '지금'. 그 진심이 청자에게 고스란히 가닿을 만큼, 우리는 이 앨범을 통해 김사월의 '지금'을 바라 보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와 쉼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김사월은 오는 24일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공연장 '웨스트브릿지'에서 연말 단독 공연인 '아주 추운 곳에 가서야만 쉴 수 있는 사람'을 개최하고 팬들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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