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2008년 11월부터 뒤늦게 이 일을 시작, 2009년부터 본격으로 그라운드에 나섰습니다. 프로에서 활약하고 있는 선수들의 이야기를 담는 것도 좋았지만, 미래의 프로야구 선수들을 만나는 것 역시 또 다른 즐거움이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9년째에 접어들면서 전국대회 결승전 등을 통하여 많은 선수들의 웃고 우는 모습을 지켜봤고, 프로에서 일이 잘 풀리지 않아 고민을 털어 놓는 친구들도 많았습니다.

이렇게 짧은 시간 동안 프로야구 못지않게 많은 이야기들이 오갔던 아마야구의 뒷이야기들, '김현희의 야구돌 시트콤'에서 풀어보고자 합니다. 그7편은 야구가 아닌 제2의 인생을 선택한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다양한 진로를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최근들어 의외로 군인의 길을 선택한 이들이 많았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입니다.

장교 양성 과정에서 만난 '야구하는 동기',
부사관에 최종 임관한 대학 야구 선수

사실 본인은 다른 이들과는 조금 다른 방법으로 병역의 의무를 마쳤습니다. 병사가 아닌 장교로 임관을 하여 약 40개월동안 나라의 녹을 먹고 살아야 했습니다. 그러한 만큼 장기 복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기도 했지만, 전역 이후 꿈이 있었기에 직업 군인의 길을 걷지는 않았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장교 양성 과정에서 만났던 동기들 중에는 스포츠 특기자들이 많았다는 점입니다. 세계 선수권 대회에서 사격 은메달을 획득했던 동기, 축구로 대학 무대를 평정했으면서도 프로행을 포기하고 군 입대를 선택했던 동기도 있었습니다.

물론, 야구 특기자도 있었습니다. 건국대학교에서 내야수로 활약하면서 재간둥이 역할에 충실했던 이용찬 동기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본인과 같은 포병이었던 이용찬 동기는 신문지상에도 대학리그 맹활약이 소개될 만큼, 전역 이후 신고 선수(지금의 육성 선수)로 현대 유니콘스(넥센 히어로즈 전신)에 입단하겠다는 복안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당시 전남 장성의 포병 학교에서 본 기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던 이용찬 동기는 "추후 프로에 입성하면, 꼭 나를 인터뷰 해 달라."라며, 각오를 다지기도 했습니다. 우투우타 유격수였던 그 친구는 프로에서 조금이라도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하여 스위치 히터로 연습을 시행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두산 베어스에서 '이용찬'이 데뷔한다고 들었을 때 본 기자는 제 동기인 줄 알고 기뻐했으나, 장충고 졸업생이었던 동명이인의 이용찬이었음을 알고 다소 아쉬운 마음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포병학교 수료 이후 본인은 강원도 인제에, 이용찬 동기는 수도포병여단에 배치되면서 연락이 끊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동기의 꿈이었던 신고 선수 입단은 끝내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합니다. 되려 의가사로 인하여 다른 동기들보다 일찍 전역하면서 제2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는 짤막한 소식만 들려 왔을 뿐이었습니다. 지금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교 양성 과정에서 나누었던 기분 좋았던 꿈 이야기를 언젠가 다시 나누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봅니다.

이렇게 본인의 장교 복무 경험은 의외로 사회에 나와서 크게 힘을 발휘하게 됐습니다. 특히, 진로 문제를 상담할 때 야구 외에 다른 길을 고민하는 친구들에게 '이러한 방법으로도 사회 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라며, 군 입대 후 장기 복무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합니다. 병사로 입대한 이후 현역 부사관으로 현지 임관하는 방법에서부터 시작하여 대학 졸업 후 장교로 복무하는 방법, 2년제 졸업 후 3사관학교 생도로 입교하는 방법 등이 그러합니다. 다만, 야구만 했던 친구들이 직업 군인으로 제2의 인생을 선택할 때까지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한 듯 싶었습니다. 장충고-경성대 졸업 이후 곧바로 군 입대를 선택했던 사이드암 투수 유재협도 병사로 복무하다 최근 현역 부사관 임관에 성공했습니다. 프로 입단이라는 꿈 대신 직업 군인으로서 제2의 인생을 선택한 것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대학생 기자로 본인이 눈여겨봤던 예비 후배들 중에서도 장교 후보생의 길을 선택한 이들도 있다는 점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들어 더욱 증가하고 있는 듯 합니다. 장기복무를 선택하건 안 하건 간에 전역을 한다 해도 군 생활을 하나의 커리어로 추가하려는 움직임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여군일 경우 이러한 경향은 더욱 크게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다행인 것은 야구를 했던 이들이 프로가 아니어도 다양한 방법으로 장래를 결정할 수 있는 길이 조금씩 넓어졌다는 점입니다. 장기 군 복무의 길도 그 중 하나이며, 일부 독립리그 구단의 경우 고교 졸업 예정인 선수들을 그대로 뽑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대학에 진학한 이후 학사 학위를 받아 체육 교사를 선택하는 경우도 있기에, 야구와 공부를 병행하는 선수들도 분명 있습니다. 서울고 졸업 예정인 홍민재, 상우고 졸업 예정인 박우현처럼 미국이나 중국으로 유학을 떠나면서 전혀 다른 방법으로 야구를 계속하는 경우도 있음을 이미 문화뉴스를 통하여 보도된 바 있습니다.

어떠한 길을 가건, 야구를 바탕으로 본인의 진로를 다양하게 바라봤으면 하는 마음을 안고, 옛날 이야기를 마치고자 합니다.

eugenephil@mhn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