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뮤지컬 '서른즈음에'는 발전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보여줬다.

뮤지컬 '서른즈음에'는 영화 '써니'와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이후 이어진 복고 열풍과 맞닿은 작품으로 조금 더 구체적으로는 중장년층의 추억과 공감을 불러일으키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이는 강승원 작곡가의 곡을 세련되게 살리기보다는 투박하지만 정감 있는 느낌으로 살리게끔 IMF 시절의 대학생 이야기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적절한 소품 활용이나 앙상블의 열연으로 그 시절의 추억을 불러내는데 성공했지만, 삼성홀의 큰 무대와는 다소 어울리지 않은 점이 아쉽다. 배우들의 디테일한 열연은 더 작은 규모에서 밀도 있는 합을 보고 싶게 만든다.

가장 중요한 지점은 이 이야기가 지나치게 주인공 현식의 이야기에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현식이 자기가 돌아보지 못했던 것들의 소중함을 다시 깨닫게 되는 과정에서 여성 주인공인 옥희나 혜원은 '현식의 시점'으로만 표현된다. 중장년층의 추억과 공감은 있지만 중장년층 여성은 이야기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다. 중년 옥희가 뒷모습만 보여주는 장면은 그러한 면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그 결과 현식의 고뇌와 갈등은 중장년층 남성들이 직장에서 겪는 애환과 겹치는 동안 옥희, 혜원, 엄마의 고민은 모두 현식을 둘러싼 고민에 그친다. 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배우들이라는 점에서 특히 아쉽다.

특히 러블리즈의 케이는 뮤지컬에 데뷔한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높은 수준의 공연을 선보였다. 배우들 사이에서도 부족함 없는 보컬과 툭 튀어나올 정도로 뛰어난 안무 소화 능력은 차기작이 있다면 더 많은 것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하게 만든다.

뮤지컬 '서른즈음에'는 추억과 공감을 되살리는 배우들의 열연이 인상적이지만, 그만큼 타겟층이 되는 관객을 좁게 가져간 측면이 있다. 대본의 장점을 꼽자면 조금 상투적일 수도 있지만, 극의 전개가 매끄럽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주크박스 뮤지컬이 가지는 고질적인 문제가 개연성 부족이기 때문이다.

* 공연 정보

- 공연 제목 : 서른즈음에

- 공연날짜 : 2017. 10.20. ~ 2017. 12.02.

- 공연장소 : 이화여대 삼성홀

- 작사, 작곡 : 강승원

- 극본 : 황선영, 최미연, 조승욱

- 연출 : 조승욱

- 총괄 프로듀서 : 문대현

- 협력연출 : 윤상원

- 음악감독 : 구소영

- 출연배우 : 산들, 백형훈, 이정열, 조순창, 유주혜, 케이, 정예지, 김려원, 김도신, 최석진, 김현진, 김민성, 김현진, 이한밀, 한규정, 윤진영, 정연호, 이휴, 정민희, 서연정, 김경용

-'연뮤'는 '연극'과 '뮤지컬'을 동시에 지칭하는 단어로, 연극 및 뮤지컬 관람을 즐기는 팬들이 즐겨 사용하는 줄임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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