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2일 오후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뮤지컬 '모래시계(제작: (주)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 SBS)'의 프레스콜이 MC 박경림의 진행으로 열렸다.

뮤지컬 '모래시계'는 1995년 ‘귀가 시계‘라 불리며 당시 최고 시청률 64.5%를 기록한 국민 드라마 '모래시계'를 무대화한 작품으로 혼란과 격변의 대한민국 현대사 속에서 안타깝게 얽혀버린 세 주인공의 우정과 사랑, 그리고 엇갈린 운명과 선택을 다루고 있다.

1976년 봄, 유신헌법과 독재 청산을 두고 대학에서 농성중인 혜린, 제 갈 길을 가고자 검사가 되려는 우석, 그들을 진압하러 온 조직깡패 태수는 그렇게 운명적인 만남을 하지만 서부호텔 카지노 최대 주주 윤회장이 아버지란 것을 알게된 태수는 마음을 접고 군에 입대하고 태수는 시대 속에서 방황하는 혜린에게 사랑을 느낀다. 시간이 흘러도 여전히 혼란스러운 세상 속, 세 사람은 각자의 위치에 서서 자신들의 운명을 뒤집으려 한다.

 

주인공 태수 역에 김우형, 신성록, 한지상, 혜린 역에 조정은, 김지현, 장은아, 우석 역에 박건형, 강필석, 최재웅, 종도 역에 박성환, 강홍석, 재희 역에 김산호, 손동운, 이호원, 윤회장 역에 송영창, 손종학, 도식 역에 이정열과 성기윤이 출연한다. 

뮤지컬 '모래시계'는 개막 전만 해도 많은 이들의 기대와 우려가 공존했다. 좀 더 정확히는 우려가 더 큰 모양새였다. 제작발표회에 이어 개막이 1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열린 연습실 공개에서 다수의 배우, 창작진이 '아직 계속 찾아가는 중이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창작 초연에 대한 어려움은 모두 잘 알고 있지만, 최근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됐던 '벤허'의 제작진 측이 개막 전부터 자신감을 내비치던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하지만 뮤지컬 '모래시계'는 이날 열린 프레스콜을 통해 그동안의 걱정이 기우였음을 증명했다.

 

우선 뮤지컬 '모래시계'를 볼 때 가장 먼저 눈길을 끄는 부분은 세련된 느낌의 연출이었다. 대극장 무대를 가득 채우는 무대미술을 비롯해 1995년의 감성을 재현하려 노력하기보다는 지금 시대의 눈으로 봤을 때 만족할 수 있게끔 시도했다. 특히 시연 장면 중 앙상블 배우들의 열연이 돋보인 '뜨거운 양철지붕'은 리얼리티를 강조하는 영화 등에 비해 촌스러워보일 수도 있는 농성 장면을 군화를 이용한 안무로 아름답게 승화시켰다.

음악적인 면에서도 예컨대 '우우우 우우~'로 잘 알려진 메인테마 '백학'도 강조되기 보다는 극 음악 안에 녹아들어 어색함을 덜어냈다.

 

유럽이 주된 배경인 타 작품과 달리 '그날들'을 통해 선보였 듯이 한국적 요소를 대형 뮤지컬로 만드는데 능한 제작사 인사이트 엔터테인먼트와 '아리랑', '서편제' 등에서 활약한 조광화 연출, 김문정 음악감독의 감각이 만나 뮤지컬 '모래시계'를 세련된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그 때문인지 하이라이트 시연 후 이어진 기자간담회는 다들 서로를 칭찬하는 훈훈함의 연속이었다. 함께 고생한 사람들이 느끼는 전우애로도 보였다. 

 

각색, 가사에도 참여한 조광화 연출은 "막을 올리고 나서 분장실에서 배우들과 인사하는데 한 명 한 명하고 많은 기억들이 떠올라서 울컥했다"라고 말하면서 "어둠속에서 헤매면서 내가 과연 이걸 할 수 있을까 스스로 의심하며 초조하게 만들었던 것 같다. 그런만큼 더 절절하게 다른 때보다 훨씬 오픈된 마음으로 의견을 모아서 만들었다"고 창작 과정에서 다른 이들의 힘이 컸음을 밝혔다.

▲ 조광화 연출

이어 작·편곡을 맡은 오상준 작곡가도 "어려운 건 항상 존재했는데 원작 드라마의 아우라를 음악으로 표현한다는 게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 그리고 우리 창작진들 회의하면서 TV드라마 '모래시계'랑 같게 해야하는 부분과 아닌 부분들, 이런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해결하는 게 작품의 핵심 과제였고 그 지점이 가장 힘들었다"라고 작업 과정을 전한 뒤 "작업 과정에 만족한다. 안 할수가 없는게 배우들이 워낙 멋지게 넘버를 소화해주셔서 감사하고 오케스트라 연주자분들이 너무 훌륭했다. 그걸 모아서 음향감독님이 또 관객에게 좋은 사운드를 전달해주시니깐 저는 만족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이에게 공을 돌렸다.

▲ 오상준 작곡가

김문정 음악감독 역시 "드라마나 영상으로 배치되던 장면들이 노래나 안무들로 대변해서 표현해야하는 작업이었기에 제게도 좀 힘든 작업이었다"라고 밝힌 뒤 "저는 오케스트라를 보지 않고 배우를 본다. 함께 많은 창작을 했기에 서로의 신뢰가 있어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쫀쫀한 음악이 만들어지는 것 같고 이 모든 것들이 표현해주시는 배우님, 작곡가님, 연출님의 디렉션에 의해 진행되기에 아직까지는 초반이지만 음악에 대한 결과가 좋은 평을 받는 것 같아서 보람차고 기쁘다"고 공을 돌렸다.

▲ 김문정 음악감독

마지막으로 조광화 연출은 뮤지컬 '모래시계'가 어떤 작품으로 남았으면 좋겠는지 묻자 "추억은 짐작하시겠지만 드라마 '모래시계' 본 세대가 많이 오신다. 그래서 객석 연령층이 다양하다. 옛날 기억 되살리며 젊은 시절, 드라마에 열광했던 시절을 되새기는 거 같아서 기분 좋다. 긍지는 그 힘들었던 시대. 세상이 계속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시대를 이겨냈다는 점에서 긍지를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그 세대나 지금 세대나 힘들지만 살아낼 수 있다. 이겨낼 수 있다는 용기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며 "추억, 긍지, 용기"라는 세 가지 키워드를 전했다.

 

이처럼 우려를 덜어내고 동시대성과 세련된 느낌을 장착한 뮤지컬 '모래시계'는 2018년 2월 11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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