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프랑켄슈타인. 관자놀이에 나사못이 박혀있고 이곳저곳에 꿰맨 자국이 있는 인간, 아니 피조물을 만든 사람이다.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죽은 자를 되살리고 싶다는 이기심과 욕망에 괴물을 만든 자이기도 하다. 피조물은 각기 다른 시체의 머리와 팔다리를 봉합해 만들었기에 그 외양은 실로 끔찍하다. 어렸을 적 한 번쯤은 영화나 소설에서 괴기스러운 존재로 묘사되는 걸 본 적이 있을 거다.

이렇게 '괴물'로 묘사되는 프랑켄슈타인 이야기는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다. 1818년 '프랑켄슈타인'이 출판된 후 소설 '아이, 로봇'이나 영화 '터미네이터' 등에서 다양한 피조물이 만들어졌다. 2011년 영국에서는 종이와 영상을 뛰어넘어 무대 위, 연극이란 장르에 '프랑켄슈타인'을 완벽하게 재현해 격찬을 받기도 했다. (드라마 '셜록'으로 유명한 베네딕트 컴버배치와 조니 리 밀러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은 작품이기도 하다) 오늘날까지 프랑켄슈타인이 여전히 매력적인 소재임을 입증한 셈이다.

물론 국내도 예외는 아니다. 연극과 뮤지컬 등에서 다양하게 활용됐으며, 그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지난 11월 개막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이다. 2014년 충무아트홀 개관 10주년을 맞이해 제작한 공연이자 국내 대표 창작진이 의기투합해 만든 창작뮤지컬이다. 당시 초연인 창작뮤지컬로선 드물게 "창작뮤지컬 역사에서 하나의 '사건'으로 기록될 만한 작품"이란 평을 받으며 작품성과 대중성을 모두 인정받았다.
 

   
 

'프랑켄슈타인'은 피조물이 둘인 원작 소설의 설정을 과감히 생략하고 창조주인 빅터와 피조물인 괴물 사이의 관계에 집중했다. 자신을 희생할 정도로 빅터의 꿈을 지지했던 앙리가 피조물이 된 후에 잔인한 복수를 가하는 과정을 짜임새 있는 드라마로 구성했다. 1막에서 빅터의 생명 창조 실험이 구심점 역할을 한다면, 2막은 빅터에게 버림받고 인간에게 혹사당하며 증오심에 찬 괴물이 창조주인 빅터에게 가하는 복수가 이야기의 큰 줄기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가장 큰 힘은 단연 음악과 배우다. 극이 끝나고 음악(넘버)을 곱씹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이 '휘몰아친다'였다. 그 정도로 다른 작품에선 '킬링 넘버(뮤지컬의 대표곡)'일 법한 넘버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 '너의 꿈속에서', '위대한 생명창조의 역사가 시작된다', '난 괴물' 등 기억에 남는 넘버만 꼽다 보면 어느새 두 손이 필요하다. 높은 음역 혹은 강한 오케스트라 연주의 곡들이 계속되다 보니 피로도가 쌓인다는 평도 있으나, 이건 지극히 취향의 문제일 듯하다. 본인은 음악이 캐릭터와 극 흐름에 어울려 오히려 몰입이 더 잘 됐기 때문. 특히 앙리의 죽음을 관망하면서까지 실험에 집착하는 빅터가 히스테릭한 캐릭터로 만들어지는데 음악이 큰 일조를 했다고 본다.

그리고 배우들. 자칫 시끄럽기만 할 수 있는 음악을 배우들이 강렬하고 무게감 있게 소화하기에 극이 더 빛을 발한다. 주목할 건 주연 배우들이 모두 1인 2역이란 점이다. 과묵한 빅터와 잔망스러운 자크, 빅터의 조력자 앙리와 창조주마저 외면한 괴물, 빅터를 유일하게 이해해주는 따뜻한 누나 엘렌과 돈에 목숨 거는 에바, 빅터의 약혼녀 줄리아와 격투장 하녀 까뜨린느까지. 인터미션을 기점으로 전혀 다른 성격, 목표를 가진 인물들이 등장하며 그 이중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말 그대로 극과 극인 인물들을 보며 인간의 이중성에 (같은 인간이지만) 한숨이 나올 정도다.
 

   
 

물론 아쉬움도 있다. 1막은 빅터와 앙리, 주변 인물들의 관계가 촘촘히 엮어 있었다. 앙리의 죽음을 미묘하게 어긋난 관점으로 바라보는 빅터가 중심을 잡으며 극을 이끌어가기 때문에, 관객도 자연스레 빅터에 공감하다가도 앙리를 동정하는 복잡한 감정으로 극을 바라보게 된다. 하지만 2막은 인물들의 감정을 명확히 알 수 없어 관객으로서 극에 대한 공감도가 떨어진다.

개인적으로 '프랑켄슈타인'의 묘미는 빅터가 이해는 가지만 앙리 혹은 괴물 편에 서고 싶은 미묘한 심리라고 생각한다. 그래야만 빅터와 앙리의 노력에 웃음 짓고 괴물의 복수에 안타까워하며 나쁜 놈이지만 혼자가 된 빅터를 동정하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2막이 1막에 비해 고리가 헐겁다 보니 1막에서 고조된 감정이 2막에서 찝찝한 응어리도 남는다. (초연 때는 이 고리가 지금보다 탄탄했기에 더 아쉬움이 남는다)

시작에 비해 끝은 다소 아쉬움이 남지만, 그럼에도 만족도가 높은 공연임은 확실하다. 무대를 꽉 채우는 빅터의 실험도구나 괴물의 분장 등을 보는 맛도 있고 앞서 말했던 대로 듣는 맛도 뛰어나기 때문. 2막을 1막보다 너그러운 마음으로 본다면 누구나 만족할 거로 생각한다. 무섭고 끔찍한 '프랑켄슈타인'만 알고 있었다면, 인간의 감정을 가졌지만 그래서 더 외로웠던 한 괴물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문화뉴스 전주연 기자 jy@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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