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모든 눈송이와…' 은희경 지음 문학동네 펴냄, 248쪽

 
   
 
 
[문화뉴스] 소설가 은희경(55)의 신작 소설집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가 지난 26일 출간됐다. 
 
소녀가 그녀의 책을 읽으며 엄마가 되고, 엄마의 딸이 자라서 그녀의 책을 여는 세대를 관통하는 소설가 은희경(55). 그녀의 신작 소설집 '다른 모든 눈송이와 아주 비슷하게 생긴 단 하나의 눈송이'(문학동네)가 나왔다.
 
이번 신작에는 우리를 관통하고 지나간 시간의 흔적들과 풍경을 통해 인간 실존의 상황을 압축해 보여주는 6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특이한 점은 이 여섯 편이 각기 다른 단편소설이지만 느슨하면서도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이야기들을 모아놓으면 전체적으로 하나의 이야기가 된다는 점이다.
 
소설집의 주요 배경은 신도시와 이국땅이다. 그렇지 않아도 고독한 현대인들에게 결코 고향처럼은 보이지 않는 신도시와 먼 이국땅은 고독을 심화시키는 공간이다. 그 속에서 뿌리내리지 못한 자의 슬픔과 상실감을 통해 우리가 낯선 인생에 부딪혀 상처를 입고 괴로워하면서도 또다시 낯선 곳을 부단히 찾아다닐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흔히 '인생 뭐 있겠어?'라는 탄성을 자주 듣지만, 뭐가 있는 게 인생이 아니라 인생 그 자체가 의미와 무의미 사이를 건너가는 하나의 포즈라는 걸 은희경은 소설 속에서 잔잔한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다.
"정작 우리 인생을 끌고 가는 것은 굉장히 오랫동안 준비하고 오랫동안 원했던 것이 아니라 작은 우연이나 스침일 지도 모른다"고. 
 
"풍경은 늘 그렇게 있다. 계절과 날씨에 따라 조금은 다를 것이다. 결국 시간이 개입된다는 뜻이겠지. 풍경을 보기 위해 내가 간다. 대체로 헤맸다. 익숙한 시간은 온 적이 없다. 늘 배워왔으나 숙련이 되지 않는 성격을 가진 탓이고 가까운 사람들이 자주 낯설어지는 까닭이다. 왜 그럴까. 시간이 작동되는 것이겠지. 내 탓도 네 탓도 아니다. 내가 어떻게 그곳에 닿느냐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고 여겼을 때는 그랬다는 말이다. 지금 이 풍경 앞에서 생각한다. 내가 풍경으로 간 것이 아니라 실려갔다. 떠밀려간 것도 아니고 스침과 흩어짐이 나를 거기로 데려갔다. 이런 생각을 하던 시간들이 이 책 속 이야기가 되었다. 쓸 수 있다, 고마운 일이다." (은희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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