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이우람, 이지현 기자] 바야흐로 크리에이터 시대가 찾아왔습니다. 화제의 크리에이터를 소개하는 '크리에이터 세터' 코너입니다. 오늘은 '공학의 멋짐을 소개하는' 미디어 스타트업 긱블(GEEKBLE)의 박찬후 대표를 인터뷰합니다.

▶ 진 행 자 : 이우람 (문화뉴스 MHN 편집장·마포 FM_100.7MHz 이우람의 트렌드피디쇼 DJ)
▶ 패 널 : 김도연 PD (영상콘텐츠 컨설턴트)
▶ 게 스 트 : 박찬후 (긱블 대표)

▲ 좌측부터 이우람, 박찬후(긱블), 김도연 ⓒ MHN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ㄴ 안녕하세요? 공학 미디어 스타트업 '긱블(GEEKBLE)'을 운영 중인 박찬후 대표입니다. 공학이 미술이나 스포츠처럼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개인 크리에이터는 아니고, 팀으로 활동하는 회사다.

최근 근황은 어떠한가

ㄴ 얼마 전까지 포항에 있다가, 투자를 받아 서울로 올라왔다.

네이버로부터 5억 원 등, 총 8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 소식이 들렸다. 투자 소식을 공개한 이유가 있나

ㄴ 큰 이유는 없지만, 기쁜 일이라서 공개했다. 콘텐츠 생태계가 많이 힘들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콘텐츠의 힘으로 투자 유치가 가능하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김도연 PD, '긱블'을 소개해 달라

ㄴ 김도연: 공학 대중화에 큰 역할을 맡고 있다. 대중에게 낯설었던 공학 장르가, 긱블을 통해 친숙해진다면 집단 지성이 가능하지 않을까. 긱블은 '공학의 미래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공학의 미래'라는 평가, 어떻게 생각하나

ㄴ 긱블이 바라는 지점을 잘 짚어주셨다. 감사하다. 저희는 공학도 즐거울 수 있다는 확신으로 움직이고 있다.

▲ 긱블 ⓒ 유튜브

긱블 팀의 영상은 실제로 재밌다. 재밌게 만드는 노하우는?

ㄴ 만드는 작품이 흥미를 끌어야 한다. 평범한 스탠드를 만들면, 누가 그걸 재밌다고 생각하겠나. '아이언맨 광자포', '액화질소 메이 총' 등 아이템을 신중하게 선택하는 편이다.

긱블(GEEKBLE), 무슨 뜻인가

ㄴ 'Geek(괴짜)'과 'able(할 수 있다)'을 합친 말이다. Geek은 Nerd와 마찬가지로 '공붓벌레'라는 의미지만, 뭔가 하나에 꽂힌 사람을 뜻한다. 공부도 잘하지만, 괴짜같이 자기가 만들고 싶은 것에 푹 빠져 있다. 정리하자면, '긱(괴짜)들은 뭐든지 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저희 슬로건도 '상상할 수 있는 건 만들 수 있다'로 정했다.

이름은 누가 지었나

ㄴ 제가 아이디어를 냈다. 사실 처음에는 'Geek'과 'Blender(믹서기)'를 합한 단어였다. 'Geek'들을 섞는다는 의미였다.

긱블, 팀원 소개 부탁드린다

ㄴ 팀원은 모두 공대생이다. 공학도이면서도, 대중에게 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찾았다. 포스텍 전기전기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김현성 씨가 긱블 공동 창업자로 합류하게 됐다. 김현성 씨가 로봇동아리 회장이었다. 현재 제작 관련으로 중추 역할을 맡고 있다. 저는 대학 시절, 대학 방송국 국장 역할이었다. 원래부터 미디어 콘텐츠에 관심이 많았다.

미디어 스타트업을 생각하게 된 계기가 있나

ㄴ 1학년 겨울방학 때, 구글 뉴스랩에서 인턴 생활을 했다. 그전까지는 미디어 관련 직업을 생각하지 않았다. 당연히 개발자가 될 줄 알았다. 그런데 구글 뉴스랩에서 인턴 생활을 하면서, 미디어 계통의 일을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었다. 과학고를 나와서 과학만 하는 사람들 사이에 있다가, 정치·미디어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니 정말 신선했다.

그렇다면, 구글 뉴스랩에 지원한 이유는?

ㄴ 음, 저도 좀 대단한 성과를 보여주고 싶었다.

만약 과학이 아니었다면, 어떤 소재를 골랐을까

ㄴ 제가 1인 방송을 했던 과거가 있다. 발을 다쳤을 때, 병실에서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1인 방송을 시작했다. '비고 라이브(BIGO LIVE)'라는 어플을 이용했다. 태국의 '아프리카TV'라고 생각하시면 된다. 그 경험을 토대로, 동남아시아 네티즌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본 적도 있다. 1인 방송 경험은 사실, '팀을 꾸려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만들었다. 개인 방송을 하면서, 팀으로 활동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 구성은 어떻게 했나

ㄴ 팀 빌딩 자체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일주일 만에 팀원을 모집했다. 하지만 어떤 포지션에 어떤 인물을 섭외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2~3달 정도 했다. 포스텍 대학 생활을 하면서, 인재를 물색했다. 공동 창업자인 김현성 님은, 함께 영어 수업을 들으며 인연이 닿았다. 김현성 님 페이스북에 들어갔는데, 자기가 만든 공학 작품들을 전시하고 있더라. 이걸 보고 '감'이 왔다. 왜, 감이 항상 중요하지 않나. 그렇게 CTO(최고기술경영자) 역할을 제안하게 됐다.

타 유튜버들과 다르게, 방송에서 말이 거의 없다. 정말 '제품'을 만드는 모습 위주로 촬영한다

ㄴ 그렇다. 말을 하면서 방송을 해봤는데, 재미가 없더라. 그렇게 조용한 방송이 시작됐다.

아이템 선정을 중요시 여긴다고 들었다. 어떻게 아이디어를 떠올리나

ㄴ 회사 내 커다란 화이트보드가 있다. 우리는 그걸 '아이디어 보드'라고 부른다. 긱블 멤버뿐 아니라, 긱블에 놀러 오는 분들에게도 아이디어가 적힌 포스트잇을 붙여달라고 말한다. 일주일에 두 번, 월요일·금요일마다 이 포스트잇을 바탕으로 아이디어 회의를 한다.

구글 뉴스랩 인턴 시절 배운 팁이 있다면?

ㄴ 구글 뉴스랩에서는 타이머를 켜놓고 회의를 진행한다. 말이나 안건이 끝나지 않아도, 시간이 다 되면 회의를 정리한다.

보통은 콘텐츠가 인기를 끌면서, 창업을 결심한다. 그런데 긱블은 반대다. 창업을 하고, 콘텐츠를 만들었다.

ㄴ 초반에 많이 좌충우돌했다. 머리가 다 빠지는 줄 알았다(웃음). 우리가 '공학을 재밌게 만들자'는 목표는 일치하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거다. 다들 지쳐갈 때쯤, 그냥 한 번 '콘텐츠 내보자' 해서 내놓게 된 것이다. '아이언맨 광자포 장갑 만드는 영상'이었는데, 페이스북 구독자가 0명에서 하루 만에 3,000명까지 올라갔다. 그때 자신감이 생겼다.

학생 신분이기에, 나태해지는 순간도 있었나

ㄴ 그걸 막기 위해, 10시부터 6시까지는 사무실에 있기로 약속했다. 처음부터 원칙을 그렇게 세웠다.

제작비와 제작 시간도 꽤 소요될 것 같다

ㄴ 그렇다. '어제 만든'이라는 제목을 달고 있지만, 2~3주 전부터 설계도를 만들고 준비한다. 중간에 아이템이 엎어지거나 수정되기도 한다. 한 아이템 당 평균적으로 80만 원 정도가 들어갔다. 다행히 창업 초반부터 '메디아티(미디어 전문 액셀러레이터)'의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래서 가능했다. 한 달에 한두 개 정도 콘텐츠를 올리는 것도, 제작 소요 시간이 길기 때문이다.

메디아티 투자는 어떻게 받게 됐나

ㄴ 제안서를 들고 찾아갔다. 공학 콘텐츠를 만들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저희가 정말 애절하게, 공학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다. 그런 가치를 봐주신 것 같다.

가장 애착이 가는 콘텐츠는?

ㄴ 처음 만들었던 '아이언맨 장갑'과, 가장 인기를 끈 '오버워치 메이 총'(2017년 12월 기준, 조회수 110만 회)에 애착이 남는다. 실수도 많았던 콘텐츠다. 우선 '오버워치 메이 총'의 액화질소는 공기 중에서 날아가 버린다. 영상 속에서는 멋지게 총을 쏘는 것 같아 보인다. 현실은 계속 액화질소를 퍼와서, 총 속에 집어넣어야 했다. 사실 10개 중 8개는 실패한 것 같다. 물론, 아예 기획 단계에서 포기한 것까지 포함한 수치다. '스파이더맨 홈커밍 벌처 날개'도 만들고 싶었는데, 너무 커서 포기해야 했다.

최근, 브이로그(일상 영상) 영역도 확장하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유가 있나

ㄴ 이제 슬슬 영상을 통해 (시청자와) 소통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 말고도, 공학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이 앞으로 나와 이야기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현재 소재들은 영화 속 아이템 등에 치중한 느낌이다. 더 큰 계획이 있다면?

ㄴ 지금 하는 영상들은 '메이킹 필름' 위주다. 좀 더 나아가, 다큐멘터리나 SF 영화 등도 제작해보고 싶다. 최근에 팀원들이 모두 애니메이션 3D 모델링을 공부 중이다. 과학 분야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볼 계획이다.

사무실 공간이 넓어야 할 것 같다

ㄴ 최근 100평 사무실을 계약했다. 회사 차원의 큰 투자다. 단순히 콘텐츠 제작을 위해서만은 아니고, 저희 수익모델 중 하나가 EBS·서울시·포항시 등과 오프라인 워크숍을 진행한다. 그런데 이 공간을 빌리는 비용이 만만치 않더라. 이제 긱블 자체 사무실에서 워크숍을 진행할 계획이다.

ㄴ 김도연: 확실히, 단순 크리에이터라기 보단 '회사' 느낌이 훨씬 강하다.

유튜브 구독자 수는 2017년 12월 기준 35,000명 선으로 많진 않다. 하지만 투자 유치 등에 측면에서 활발한 제안이 들어온다

ㄴ 아무래도 공학·과학 콘텐츠가 가지는 희소성에 주목해주시는 것 같다. 또 저희는, 취미가 아니라 본업으로 '콘텐츠 제작'을 하고 있지 않나. 그런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하시는 것 같다.

향후 수익 모델은?

ㄴ 긱블은 '공학 미디어 스타트업'이다. 즉, 공학과 미디어, 두 가지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 저희가 과학·공학 콘텐츠로 독보적인 미디어 업체가 된다면, IT 테크 사업과 연계할 수 있다. 뷰튜버들은 화장품 회사와 협업하고, 먹방 BJ들은 음식 사업과 관련이 깊다. 분야마다 필요한 '톤앤매너'가 있다. 저희가 IT 분야에서 홍보 등의 역할을 할 수 있다. 다양한 IT 기업과 콜라보레이션 하는 게 꿈이다.

공학 분야로는 '오프라인 워크숍'이 하나의 수익 모델이다. 학생부터 성인까지, 과학 교육 콘텐츠로 '공학 교육'을 진행할 수 있다. 현재 '오프라인 워크숍'은 실제로 서울시, 포항시, EBS 등과 연계해 진행하고 있다. 저희는 유튜브·네이버TV를 통한 조회 수 수익은 없다. '조회 수를 높여서' 돈을 버는 방향은 아니다.

마무리 인사 부탁드린다

ㄴ 긱블은 '과학을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게' 만들고 싶다. 아이언맨을 들었을 때 '과학 기술의 우상'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긱블을 들었을 때도 '과학 기술의 상징' 같은 느낌을 받아주시면 좋겠다. 콘텐츠 열심히 만들어 더 즐거운 영상 보여드리겠다.

▶ (링크) 긱블 인터뷰 바로 듣기

jhlee@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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