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알못의 '플래시백' #004 '메리와 마녀의 꽃'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매주 새로운 영화들이 관객들 앞에 공개되고, 그 중 일부 영화만이 박스오피스를 차지하곤 합니다. 그 중 필자는 해당 주에 개봉하는 '요주의 영화'를 '영알못의 플래시백'을 통해 사정없이 파헤쳐봅니다.

시놉시스
도시에서 시골 친척 집으로 이사 온 후 지루한 일상을 보내던 소녀 '메리(스기사키 하나)'는 어느 날, 길 잃은 고양이를 따라갔다가 신비로운 숲을 발견한다. 그 곳에서 7년에 한 번밖에 피지 않는 비밀스러운 마녀의 꽃 '야간비행'과 마법으로 봉인된 낡은 빗자루를 발견한다. 야간비행을 통해 메리는 마법의 힘을 얻고, 낯선 마법 세계에 도착한다. 그러나 마녀의 꽃 야간비행의 비밀이 서서히 드러나면서 메리는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

 

'지브리' 떠나 홀로서기 도전한 니시무라 요시아키 X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일본 애니메이션의 간판이자, 전 세계를 강타했던 스튜디오 지브리, 그 중심에는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가 있었고,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그가 만들어낸 애니메이션은 '어른 동화'까지 불릴 만큼 전 연령층을 망라하며 크나큰 감동을 안겨다 주었다. 대표작으론 '바람계곡의 나우시카'부터 '마녀 배달부 키키', '천공의 성 라퓨타', '이웃집 토토로', 최근작으로는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하울의 움직이는 성' 등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많다.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의 후계자가 등장하지 않자 지브리는 하락세를 걷기 시작했고, 일본 내에선 '포스트 미야자키'를 찾고자 혈안이 되었다. 이 와중에 미야자키 하야오 밑에서 작업하다 과감하게 홀로서기에 도전한 이들이 있었으니, 니시무라 요시아키 프로듀서와 '마루 밑 아리에티' 등을 연출했던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이었다. 두 사람은 2015년 지브리를 떠나 스튜디오 포녹을 설립하였고, 홀로서기의 위대한 첫걸음으로 '메리와 마녀의 꽃'을 선보였다. 결과부터 말하자면, 영화를 보는 내내 실망 그 자체였다.

 

독립했지만, 여전히 느껴지는 미야자키 하야오의 흔적들
영국의 작가 메리 스튜어트의 아동문학 '작은 빗자루'를 모티브 삼아 '메리와 마녀의 꽃'을 제작했다고 밝혔지만, 요네바야시 히로마사 감독은 지브리의 역작 중 하나인 '마녀 배달부 키키'의 21세기 버전을 생각하며 만들었다고 밝힘으로써 '나는 여전히 스튜디오 지브리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간접적으로 인증했다. 그 때문에 국내에 수많은 지브리 팬들은 걱정과 우려가 앞섰고, 지난 10월에 개최되었던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먼저 관람했던 관객들의 반응은 '혹평' 그 자체였다.

관객들이 혹평하는 주된 이유는 앞서 밝혔듯, '메리와 마녀의 꽃'이 전반적으로 스튜디오 지브리의 작품들을 그대로 가져다 썼다는 인상이 강했기 때문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작품을 본 사람들이라면, 극 중 내내 '마녀 배달부 키키' 뿐만 아니라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의 '센'을 닮은 듯한 메리, 메리가 사슴에 올라탈 때는 '원령공주'가 떠올랐으며, 마법학교인 '엔돌 대학'과 초반 장면은 '천공의 성 라퓨타'의 오마주라 느껴질 정도였다. 그들은 여전히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자에 의존하고 있었다.

 

'메리와 마녀의 꽃'의 장점이 있나 찾아봤다. 하지만...
'메리와 마녀의 꽃'을 제작한 스튜디오 포녹 팀 대다수가 지브리에 몸담았던 이들이었기에, 비슷한 화풍, 그리고 여러 오마주에 착안해 만들 수 있다고 너그럽게 넘어가더라도, 이 영화의 장점이 무엇이 있나 최대한 찾아보려고 노력했지만 없었다. 먼저, 주인공인 메리는 지브리에 등장하는 진취적이고 적극적이었던 여성 캐릭터보다 수동적이고 평면적 그 자체였다. 메리 이외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 또한 개성이 없으며 그저 이야기를 위한 부속품에 불과했다.

또한, 메리가 우여곡절 끝에 마법학교까지 가게 되는 여정은 왠지 모르게 '해리 포터'가 '호그와트'에 입학하게 되는 과정이 상당히 닮아있는가 하면, '메리와 마녀의 꽃'이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모호하여 '멈블추크'와 '닥터 디'의 존재감도 약해졌던 건 부인할 수 없다. '메리와 마녀의 꽃'을 향한 관객들의 평을 피드백하여 스튜디오 포녹이 더욱 나은 영화를 만들어낸다면 다행이겠지만, 현재로선 영화를 접한 관객들은 미야자키 하야오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었는지 새삼 깨닫고 있다.

 

'메리와 마녀의 꽃'를 향한 총평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미야자키 하야오의 그림자, 답답하다. (★★)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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