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폭력의 정서적 피해에 대한 사회적 문제인식 필요

[문화뉴스 MHN 아띠에터 이슬기] 최근 종영한 시즌제 드라마 ‘청춘시대’는 20대 청춘들의 현실적인 고민과 아픔을 그리며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특히 극중 인물인 '정예은' 관련 에피소드는 최근 몇 년 새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된 ‘데이트폭력’의 현실을 가감 없이 보여줬다. 사랑했던 사람이 휘두른 폭력이 핑크빛 가득했던 로맨스를 마치 호러의 한 장면으로 만드는 것은 한순간이었다.

 데이트폭력은 비단 드라마 속 이야기만은 아니다. ‘현재 또는 과거에 연인이었던 남녀관계에서 발생하는 신체적·언어적·정신적 폭력 등’을 포괄적으로 일컫는 데이트폭력은 그동안 사적 영역의 경미한 범죄로 간주되었으나, 최근 동거녀 살인사건과 같이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2016년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데이트폭력의 피해유형은 폭행·상해(69.2%), 체포·감금·협박(13.1%), 살인(미수포함, 5.6%), 성폭력(2.5%)순으로 드라마 속 ‘정예은’의 경우 연인으로부터 폭행과 상해, 그리고 체포 후 감금과 협박에 해당하는 데이트폭력을 당했다.

데이트폭력에 관한 진짜 이야기는 시즌2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사건 발생 후 심리치료를 받으며 회복의 시간을 가졌던 예은은 외출 시 눈에 띄지 않는 검은색 옷만을 고집하고 타인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모습으로 재등장한다.

주변의 도움 없이는 여전히 일상생활이 힘든 그녀의 상황은 데이트폭력의 후유증에 시달리는 피해자들의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었다.

심지어 예은을 찾아온 그녀의 어머니는 "행실을 어떻게 하고 다녔기에 또 이런 일이 생겨? 다른 집 딸들은 안 그러는데 왜 너만 그러니?" 하며 폭력에 대한 책임을 딸에게 전가하였고, 이러한 질타는 그녀에게 사건 당시보다 더 고통스러운 2차적인 가해로 다가왔다.

이런 상황은 범죄피해자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각을 담고 있어 우리의 경각심을 일깨운다.

▲ 데이트 폭력의 대상이 된 '정예은' (출처) JTBC '청춘시대' 중 /

 이처럼 데이트폭력 이후 피해자에게 남겨지는 트라우마는 매우 가혹하지만, 범죄자의 처벌과 피해자의 보호에 관한 법적 장치는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데이트폭력에 대한 낮은 사회적 인식은 엉성한 법망과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졌다. 연인관계의 집착에서 발생하는 스토킹은 현행법상 경범죄로 취급되어 1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거나 구류되는 등 처벌수위가 매우 경미하다.

  최근 3년간 경찰청에 접수된 데이트폭력의 빈도를 살펴보면 6675건(2014년), 7692건(2015년), 8367건(2016년)으로 사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그런데 데이트폭력을 경험한 여성 중 경찰에 신고한 사람은 9% 미만에 불과했고, 그 주된 이유가 ‘신고할 만큼 폭력이 심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었다(2016년 한국여성의전화의 조사 참조). 피해자들이 폭력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는데, 이는 살인이나 성폭행 등의 강력 범죄로 이어지지 않는 한 데이트폭력을 둘만의 ‘사랑싸움’ 정도로 여기는 사회문화적 인식 탓이다.
 
 하지만 데이트폭력을 당했거나 피해가 우려되는 경우, 즉시 신고를 하는 것이 2차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데이트 폭력 상담 전문가들도 “초기 대응이 가장 중요하다”며 신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주로 긴밀한 인적 관계에서 발생하는 데이트 폭력은 구체적으로 발생하기 전에는 사법적 대응이 사실상 어렵다. 데이트폭력은 초기 대처를 못하면 재발률이 높고, 장기간 지속되거나 은폐되어 강력 범죄로 변할 위험이 크므로 피해자들은 초기에 적극적으로 신고하고, 담당자들 역시 경각심을 갖고 사건에 대응하는 것이 추가 피해를 예방하는 지름길이다.

▲ (출처) JTBC '청춘시대' 중 / 타인의 시선을 피해 어두운 차림으로 돌아다니는 '정예은'

 상기 기재와 같이 데이트폭력이 드라마 메인 소재가 될 만큼 사회적인 문제 인식이 높아진 지금, 현 정부도 ‘젠더폭력방지기본법’ 제정을 국정과제의 하나로 추진하면서 여성가족부 등 관련부처의 대책과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들이 줄을 잇고 있다.

 데이트폭력은 당사자들의 단순한 사랑싸움이 아니라 엄연한 범죄이고, 사랑하는 남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사회문제이다. ‘사랑'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폭력에 대해 우리 모두가 좀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다. 드라마 속 예은처럼 데이트폭력은 그 가해자가 연인이라는 점 때문에 피해자는 온전히 위로받기 힘든 상황에 놓인다. 현실의 수많은 예은에게 극중 유은재의 대사를 전하며 이 칼럼의 끝을 맺고자 한다.


'그건 너의 잘못이 아니야' 라고.

[글] 문화뉴스 아티스트에디터 이슬기. 경북대학교 법학과 및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한 이슬기 변호사는 여성과 가정의 기준에서 사회를 통찰한다. 헌법재판소 경험과 함께 '전국청년대표자 연합 여성분과 위원장', '네이버 지식인 이혼상담변호사', '한국가족법학회 정회원' 활동을 호기롭게 이어가고 있다. 특히 사회적인 약자 변호라는 큰 장점을 무기로 현재는 중앙헌법법률사무소에서 가사전담변호사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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