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아띠에터 칼럼그룹] 문화뉴스에서는 남자의 보람찬 취미생활을 위한 트렌디한 가이드 콘텐츠 [30살 김당당C] 연재를 시작합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출장길의 기차안. 평소 잘 울리지 않는 유부남의 핸드폰 작은 창에 한 줄의 메시지가 뜬다.

"너 요즘 뭐가 가장 핫하니?"

멍하게 바라보는 창문 밖으로 지난 몇 년간의 일들이 지나는 풍경보다도 더 빠르게 스쳐 지나간다.

지금의 아내와 함께 보낸 지난 3년 즈음은 온전히 아내를 위해 보냈다. 돈을 버는 것도 여행을 가는 것도 이런저런 소소한 이벤트와 이야기들의 주인공은 언제나 '심정미'라는 한 사람이었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왠지 아내의 비웃음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다. 중요한 것은 내 생활의 중심이 온전히 나로부터 아내와 나 사이로 많이 옮겨져 있다는 것이다.

요리하는 남편. 한 달 용돈 10만 원만 받는 남편. 집에서 컴퓨터 게임을 하지 않는 남편. 아내의 집안일 파업 선언에 아랑곳하지 않고 청소와 집안일을 척척 해내는 남편. 이렇게 모든 남편들의 적이 되고 보니 주변에서 묻는다. 그러고 나면 개인적인 시간은 있느냐고. 흐르려는 눈물을 삼키며 말한다. 아직은 살만 하다고….

유부남의 울타리 안에서 하고싶은 일을 하기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아내와 크게 싸우고 나서 더는 못하게 되었지만 타투도 했고 - 기회를 봐서 하나 더 하고 싶다 - 평소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의 프라모델도 꾸준히 사고 있으며, 적은 돈이지만 매달 꼬박꼬박 기부도 하고 있고, 그 와중에 용돈을 모아 아이패드도 샀다(생일에 장모님이 주신 용돈이 한몫했다.).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어 영어와 심리학 공부도 하고 있고, 책도 더 많이 읽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조만간 취미인 춤과 수영도 다시 배워볼 생각이다. 이렇게 나열하고 보니 나도 참 멋대로 살고 있구나.

그렇다면, 요즘 나에게 가장 핫한 것은 무엇인가?

   
 

장난감.

내년이면 2세를 가질 다 큰 어른이 웬 장난감이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장난감이 확실히 나를 가장 뜨겁게 만들고 있다. 아내는 갖고 싶은 게 있으면 용돈 모아서 사라고 말하지만 2~300만 원이 넘는 장난감을 사기에 내 용돈은 너무도 초라하고, 그렇다고 갖고 싶은걸 순순히 포기하기엔 나 자신이 초라해진다. 그래서 나는 직접 내 손으로 만들기로 했다. 그렇다면, 이것은 흔히 말하는 오덕후 인가? 아니다. 나는 내 활동을 창작 활동이며 건전한 취미 활동이라 부르겠다.

내가 요즘 이토록 취미 활동에 집착하는 이유는 나만의 시간을 조.금.만 갖기 위함이다. 결혼생활과 사회생활이 어렵고 힘들어서 하는 현실도피 따위가 아니다. 지금의 나는 두말할 것 없이 행복하고 즐겁지만 조금 더 즐거워지기 위해 방법을 찾고 있는 것이고 하고싶은 일을 찾아서 하는 것이다.

요즘 들어 가장 갖고 싶은 장난감 중 하나를 골라보라고 하면 어릴 적 형과 함께 재밌게 봤던 고스트버스터즈라는 영화에서 주인공들이 사용하는 유령 잡는 총이 있다. "Proton pack"이라고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이것은 쉽게 구할 수도 없고 구입을 한다면 말 그대로 고가다. 다행히도 이미 외국의 고스트버스터즈 팬들은 온라인상에 직접 만들 수 있는 방법과 함께 도면 등을 자세히 정리해 올려두었다. 인터넷 검색만 잘하면 쉽게 만들 수 있는 길이 있는 것이다. 국내에도 누군가는 먼저 하고 있을 거 같다. (-이 글을 읽는다면 도움을 좀 주세요-)

   
▲ ⓒ 스크린크러쉬 

슬픈 것은 나에겐 재료를 살 용돈과 만들 시간이 많지 않다. 하지만, 어차피 취미 생활이라면 그냥 재밌게 하자. 거의 무에 가깝고 그 안에서 나의 결과물을 얻어낸다면 그야말로 창작을 넘어 창조이며 나의 기쁨이 아닌가 싶다. 너무 거창했다면 그저 꼼지락거리며 소소한 재밋거리를 찾고 싶다는 말이다.

긴 말 할 것 없이 지금 바로 시작하자. 나 김당당과 함께!

아띠에터 김민식 artietor@mhns.co.kr

어린왕자를 좋아하는 유부남이자 소싯적 한 춤(!)한 이력의 소유자. 홍대역에 있는 회사에 다니는 디자이너다. * 아띠에터는 문화뉴스 칼럼니스트 그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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