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11월 30일 동숭아트센터 동숭소극장에서 연극 '밀레니엄 소년단'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2018년 2월 4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소극장에서 공연되는 연극 '밀레니엄 소년단'은 어떠한 이유로 지금은 사이가 멀어져버린 네 남자가 가진 밀레니엄(2000년) 시절의 추억을 빚어낸 작품이다. 1년 전 같은 곳에서 '보이스 오브 밀레니엄'이란 이름으로 초연을 올린 뒤 전면적인 수정을 가해 새롭게 돌아왔다.

부잣집 아들로 남들과 다른 환경에서 자신만의 고민을 안고 사는 동우 역에 이강우, 주민진, 민진웅이, 늘 녹음기를 들고 다니고 친구들에게 '개또라이'로 불리며 자기만의 세계에 푹빠진 지훈 역에 박동욱, 이형훈, 정순원이, 지훈과 절친으로 개성 넘치는 친구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 형석 역에 김호진, 김다흰, 이태구가, 가난한 집안에 컴플렉스가 있지만 밝고 씩씩하게 살아가는 명구 역에 전석호, 송광일, 김연우가 출연한다.

▲ 좌측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배우 민진웅, 이태구, 주민진, 이강우, 이형훈, 김다흰, 전석호, 진주 작가, 박선희 연출, 배우 송광일, 정순원, 김연우, 김호진, 박동욱, 안혁원 프로듀서.

이번 재연에서 특히 강조된 것은 관계다. 전작이 '응칠(응답하라 1997)'로 대변되는 1990년대 복고풍 감성과 함께 누구나 겪었을 고교생 시절의 추억을 소환하는 것을 중요한 주제로 다뤘다면 '밀레니엄 소년단'은 변한 제목만큼 소년들의 관계가 전면에 나선다.

그로 인해 변화한 지점은 작품의 개연성이다. '소년들이 왜 멀어지게 됐을까?'에 대한 뚜렷한 사건을 부여해 드라마틱한 면을 부각하게 됐는데 그 근거가 되는 이야기들이 기존의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을 만큼 커다란 변화거나, 혹은 오히려 초연에서 존재하던 '실제 내 추억 같던' 느낌이 옅어지고 사건의 구성이 잘짜인 극으로 변한 점은 관객들의 호불호가 갈릴만한 변화라고 볼 수 있다.

▲ 사회를 맡은 정선아 배우

이날 프레스콜은 전막 시연이 끝난 뒤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정선아 배우가 사회를 맡아서 12명의 배우들과 박선희 연출, 진주 작가, 안혁원 프로듀서가 함께 자리해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담겨 있습니다.

제목을 바꾼 이유랑 전작과 바뀐 점은 어디인지.

ㄴ 진주 작가: 전작의 제목에 '보이스'가 들어갔다. 그래서 고교 시절을 기록한 녹음 자체가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소년단이란 모임 자체에 대한 관심과 관계에 대해 풀어가고 싶어서 제목을 바꾸게 됐다.

오랜만의 연극으로 돌아왔다. 소감은?

ㄴ 민진웅: 4년만에 공연하게 돼서 연습 때부터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많은 실수를 했다. 하지만, 스탭과 배우들 믿고 많이 도와줘서 하루하루 재밌게 공연하고 있다.

초연과 무대가 비슷해 보인다. 무대에 변한 점이 있는지 설명해주면 좋겠고 추억보다 관계에 집중하게 됐다는데 그러한 면을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ㄴ 박선희 연출: 무대는 몇몇 구조만 바뀌고 똑같다. 갈등의 핵이 됐던 어떤 사건으로 지훈이가 떨어지게 됐고 왜 혼수상태가 됐는지 보여주기 위해 사다리를 설치해서 위에서 내려다보는 이미지를 넣었다. 바꾼 부분은 뇌사상태에 빠지는 과정에서 친구들과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를 핵심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작년엔 그 지점이 우연이었기 때문에 필연성을 부과해보자고 했다. 그래서 친구들 관계속. 동우와 지훈이의 과거 사건을 만들어 봤다. 좀 더 소년들, 친구들이 헤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고 싶었다. 그래서 작가에게 중심의 핵을 좀 더 중점적으로 만들어 달라고 했고 작가도 인물을 그대로 둔채 사건을 바꿔야 했기에 힘들어 했다.

ㄴ 진주 작가: 원작이 가진 미덕과 재미를 살리는 부분에서 그 점을 훼손하지 않고 더 가려고 했다. 네 명의 인물에게 풍성한 이야기를 주려고 햇다. 각자의 모습, 전사를 풍성하게 해서 각자의 이유가 무엇이기에 움직이는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또 저는 현실이 좀 더 부각돼야 한다고 생각해서 2012년이란 시간이 들어왔다. 현재 멀어져버린 우정에 대해, 그 관계에 대해 세밀하게 보여주고 싶었고 그게 지금 우리의 관객에게 더 공감대를 줄수 있으리라 봤다. 전작이 추억에 대한 아름다운 기억이었다면 이번에는 그걸 왜 기억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자 공감의 부분을 설정하게 됐다.

 

창작하는 공간 첫 작품이다. 극을 이렇게까지 바꾸는 게 쉽지 않았을텐데 어떻게 하게 됐나?

ㄴ 안혁원 프로듀서: 어려운 결정이었다. 초연에 대한 향수를 가진 관객이 계시기에 제목, 포스터, 내용을 전면적으로 수정하는 게 쉽지 않았다. 앞으로 어떤 지속된 공연을 위해 새로운 것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이 '밀레니엄 소년단'에만 해당하는 내용은 아니고 공연제작사, 배우들, 프로듀서인 저도 좋은 것을 찾아가기 위한 시행착오를 거치는 과정이다. 공연이 잘되는 건 저희만의 노력으로 되는 건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 만들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좋은 방향을 위해 수정하고 있다. 이 배우들과 만나 작업하기까지 어려웠다. 더 잘 준비해서 많은 분에게 선보이고 싶다. 대학로에서 공연하기가 많이 힘든데 버티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잘해가고 싶다. 많이 도와달라.

2002년부터 의식이 돌아왔는데 2012년에 깼을 때 친구를 어떻게 대했을지 궁금하다.

ㄴ 정순원: 오랜 기간동안 의식은 돌아왔지만 몸은 말을 듣지 않는 식물인간 상태로 지내다가 기적적으로 눈을 떴다. 그런데 처음부터 틀어진 사이는 아니고 친구들의 우정은 남아있다가 점점 사라지고 변해가는 거 보며 속으론 답답함이 컸던 것 같다. 그런데 막상 눈을 뜨자 뜨지 못할 때 속으로 이렇게 저렇게 해야지 했던 생각들을 실천하는 게 무서웠다. 친구들을 대면하고 내가 이 안에서 말을 하고 12년 전에 풀리지 않은 미안함을 가지고 어떻게 대하나. 이런 고민 끝에 회피를 하고 만다.

ㄴ 박동욱: 저는 사실 식물인간 경험을 못 해봐서 그래서 마음을 어떻게 가져야할까 하다가 변해버린 실제 현실에 있는 제 친구들을 떠올리며 접근했다. 그 친구들도 제가 변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런 생각하며 들어갔고 그럼 다른 배우들이 99년 시절과 다른 연기를 보여줘서 (저도) 되더라.

ㄴ 이형훈: 저는 사람 감정이란 게 하나로 국한되는 게 아니라 10년 동안 식물인간으로 누워있으며 같이 나이 먹어갔다고 생각했다. 마음은 친구들과 있지만, 몸만 곁에 없다 뿐이지. (정)순원 배우 말처럼 여러가지 감정이 있을 거다. 무서움, 후회, 씁쓸함. 같이 병실에 와준 기쁨. 청첩장을 받았을 때 기쁨, 뿌듯함 등도 복합돼 있다고 생각했다.

지훈이가 건넨 "우리 친구 맞지? 우리 친구 였었지?"에 대답하지 않은 동우. 지훈은 동우에게 어떤 존재인가.

ㄴ 이강우: 동우에겐 지훈뿐만 아니라 세 친구는 자기와 처음으로 시간을 함께 보낸 소중한 친구다. 마지막에 용서 못한 건 어떻게 생각했냐면 동우는 그 장면 들어가기 전에도 유학가는 이유가 더 이상 자기자신을 어찌하지 못하고 상황을 피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가운데 결국 지훈이를 용서 못한 게 지훈에게 배신감을 느낀 거고 동우도 피하고 싶었던 거다.

 

남성 12인만 출연하는 작품인데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없는지?

ㄴ 주민진: 안타까운 현실이지만 대학로에 너무 남자배우들만 있는 공연이 많아서 군대같고 저도 힘들다. 성비가 접점이 맞아져서 더 아름다운 공연이 나오면 좋겠다(웃음).

남은 셋의 관계는 어떻게 됐을 것으로 생각하는지.

ㄴ 이태구: 실제로 보통 친구들 몇 명이 친하면 구심점이 되는 친구가 있지 않나. 저는 그게 지훈이라고 생각하고 명구 대사처럼 지훈이 사라진 뒤 천천히 멀어져갈 것 같다. 2017년에서 동우가 생일이냐고 했을 때 "아냐. 우리 그런 사이 아니야" 했던 거 보면 자연스레 멀어진 듯 하다.

ㄴ 김다흰: 저도 같은 생각을 했다. 2012년 상황이 상당히 퍽퍽하다. 그래서 그렇게 변해갔다고 생각하며 가져갈 수 있는 소스를 많이 분석했다.

ㄴ 김호진: 멀어질 수밖에 없던 상황인데 그걸 계기로 해서 나이가 들면 좀 더 외로워지지 않나. 그래서 한 번씩 술 한 잔 할 수 있는 친구들. 자주는 아니어도 볼 수 있는 친구가 되지 않을까 싶다.

 

점점 멀어지는 친구들. 현실적인 이야긴데 특별히 연기하며 공감간 점이 있다면?

ㄴ 전석호: 저도 아이엠에프 직격타를 집이 맞아서 자연스레 주변정리가 되더라. 부모님의 그런 모습도 보고 제 주변 사람들도 보이고. 꼭 교복을 입고 나오지만 30대 중후반의 사람들. 주변 환경 떄문에 어려웠던 상황 속에서 멀어져간 사람들이 있다면 공감하지 않을까 싶다.

본인의 교복 룩은 어떻게 평가하나.

ㄴ 전석호: 이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거울을 안 보고 있다(웃음).

ㄴ 김연우: 제가 가장 공감갔던 부분은 명구의 독백 중에 가장 많았던 것 같다. '그때 우리는 지구의 멸망을 이겨낸 밀레니엄 소년단이었습니다' 같은 것들. 좋았던 순간이나 나빠진 순간을 옆에서 지켜본 인물로서 연기하며 그게 가장 공감가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오늘은 집에 가서 친구들 카톡 사진 보며 잘 살고 있나 보고 싶다.

 

이 작품으로 데뷔하게 된 소감이 궁금하다.

ㄴ 김연우: 일단 잘생긴 형님들과 좋은 연출 작가 피디형님과 함께 좋은 작품하게 돼서. 물론 나이대가 저랑 안맞는 점도 있지만. 그래서 전 너무 즐겁고 재밌게 배우며 임하고 있다.

ㄴ 송광일: 29살 송광일이다(웃음). 저는 마지막 명구 독백을 좋아한다. '지훈이 가버리고 나서 삶이 또 흘러가고 나서 빠르게 굴러왔다' 그 대사를 좋아하는데 모든 삶이 다 시간이 지나면서 친구도 생기고 멀어지고 한다. 순간을 행복하게 살면 좋지 않을까 싶다.

초연 함께한 배우 6명. 새 배우 6명이 참여한다. 초연 배우이자 원작자로서 다시 참여하게 된 소감은?

ㄴ 박동욱: 저도 전 대본으로 갈거라 생각하다 대본 보고 깜짝 놀랐다. 초연은 제 개인적인 경험들 뿐이어서 사실 공연을 올리기에 더 좋은 게 없을까 고민하다 이 작품이 나왔다. 깊이 보면 공감할 수 있는 인물을 더 볼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열심히 하고 있다.

 

'밀레니엄 소년단'의 어떤 매력을 느껴서 참여하게 됐나?

ㄴ 김다흰: 일단 작년에는 관객으로 공연을 봤고 올해 참여하게 됐다. 작년도 너무 재밌게 봤고 올해 바뀐 대본도 마음에 들었다. 친구들의 이야기. 남중, 남고를 나와서 그런지 남자들의 이야기. 대본 안에서의 상황이나 변해가는 모습. 어쩔 수 없이 변해가는 인생, 관계들이 너무 잘 이해됐다. 그래서 대본 처음 볼 때부터 즐거웠고 찾아가는 건 어렵지만 즐겁게 하고 있다.

마지막 인사 부탁한다.

ㄴ 안혁원 프로듀서: 민준호 대표와 간다 하다가 처음 떨어져 만든 게 이거고 이거 한 이유가 친구들의 이야기기 때문이었다. 신작을 하기보다 발전된 모습으로 사랑을 받아보고 싶다. 작년에도 많은 사랑 받았지만 사실 금전적으로는 손해를 봤다. 올해도 돈을 벌 거라는 큰 희망을 갖고 제작했기보단 너무 힘든 공연 환경 속에서도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나가려고 노력해야된다고 생각하고 바쁜 와중에 참여해준 배우들. 같이 하자는 이유만으로 같이해준 배우들의 따듯함이 있기에 여건은 어려워도 힘들지만 지치지 않고 있다. 앞으로 이런 공연이라고 하면 어떨지 모르겟지만 제가 하고 싶은 공연. 함께할 때 즐거운 공연을 하고 싶어서 내년에도 두 편 정도 창작 신작을 준비중이다. 작품 개발이나 회사 미래를 위해 더 투자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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