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미니크 곤잘레스, 포스터 ⓒ 서울시립미술관

[문화뉴스 MHN 김민경 기자] 서울시립미술관이 SeMA 벙커의 두 번째 개관기획전으로 'Vision on Vision'-르메트르 비디오 콜렉션'을 2018년 1월 21일까지 개최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이 주최하고 주한 프랑스 대사관 및 주한 프랑스 문화원이 후원하는 이 전시는 주로 90년대 중반 이후의 싱글채널 비디오와 실험영화를 수집해 온 프랑스의 개인 콜렉터인 르메트르 부부(이자벨 르메트르Isabelle Lemaitre, 장-콘라드 르메트르Jean-Conrad Lemaitre)의 실험적인 콜렉션을 통해 동시대 미술에서 개인 소장의 차별적인 모델을 소개한다. 르메트르 부부는 비디오 조각으로서의 물적, 매체적 특성의 비디오에서 내러티브 위주의 싱글채널 비디오로 옮겨가던 90년대에 일반적으로 개인 소장이 기피되던 싱글채널 비디오 작품을 수집하는 실험성을 보여왔다.

▲ 야엘 바르타나, 언덕의 제왕 ⓒ 서울시립미술관

총 150여개 이상의 비디오 아트와 10개의 영화로 이루어진 르메트르 콜렉션에는 변화하는 인간상, 사회 정치적 시스템의 한계 등과 같이 오늘날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다양한 이미지들을 다루는 35개국 예술가들의 영화, 다큐멘터리, 시각예술 비디오가 소장되어 있다. 프랑스 파리에 살고 있는 르메트르 부부는 국제적 아트 콜렉터 데이터베이스인 래리스 리스트(The Larry' s List)에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흥미로운 비디오와 뉴미디어 예술 작품을 소장한 콜렉터로 상위 10위 안에 소개되기도 하였다. 이들 부부는 하루에도 서너 번씩 영화를 관람할 정도로 영화를 좋아했는데, 1996년 어느 날, 런던 갤러리에서 작가 질리안 웨어링(Gillian Wearing)의 비디오 작품을 보고 현대 미술에 대한 관심과 영화에 대한 자신들의 열정을 결합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때부터 비디오 아트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이들에게 비디오란 현세대를 반영하는 매체이자 동시대를 표상하는 장르다.

비디오 작품은 유일한 원본 가치가 더 우월한 지위를 드러내는 회화, 드로잉, 조각, 오브제 등에 비해 복제된 복수의 에디션으로 생산되고 짧게는 몇 분에서 몇 시간까지 감상에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한다는 점 때문에 매체의 빠른 변화에도 불구하고 개인 콜렉터보다는 미술관과 같은 기관 소장의 대상에 주로 머물러왔다. 이번 전시는 부부가 함께 오랜 시간 비디오 작품에 대한 애호를 통해 구축한 르메트르 콜렉션에서 선별한 비디오 작품을 선보임으로써, 90년대 말부터 변화해 온 동시대 미술에 대한 새로운 접목과 시도를 통해 좋은 성장을 이루어낸 개인 콜렉션의 모범 사례를 소개한다. 

▲ 양 푸동, 거기 뒷마당, 해가 뜨고 있다네 ⓒ 서울시립미술관

르메트르 콜렉션은 그 미학적 우수성을 인정받을 뿐 아니라, 영국과 프랑스 등의 서구권에서 동유럽, 남미, 아시아, 중동 지역에 이르기까지 90년대 이후 동시대 미술의 세계화 속에서 지정학적 다변화와 비서구권 작가들의 급부상을 잘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 3세계 예술가들의 작품과 영국 흑인독립영화 역사의 대표적 작가인 아이작 줄리앙의 작품을 비롯하여 최근에 소장한 '우아한 인도의 나라들'이라는 동명의 오리엔탈리즘적 오페라 곡을 배경으로 흑인 커뮤니티의 전복성 가득한 댄스 배틀 장면을 보여주는 클레망 코지토르의 작품 등을 통해 볼 수 있듯, 르메트르 콜렉션은 인종적으로도 다양성과 비차별성을 보여준다. 또한 야엘 바르타나, 도미니크 곤잘레스-포스터, 에밀리 자시르, 캐서린 설리반 등 여성 및 성소수자를 포함한 젠더적 다양성을 확보하고 있는 급진적인 콜렉션이기도 하다. 작품에서 발견되는 시각 역시 권력과 차별의 부조리, 사회 시스템의 한계를 비판적으로 지각하고 있으며, 나아가 이들의 콜렉션은 복합적이고 흥미로운 인간의 다양한 초상과 군상에 대한 이해를 풍부하게 반영하고 있다. 

르메트르 부부의 콜렉션은 작가들이 아직 알려지지 않았을 무렵부터 주목했거나 대부분은 작품이 첫 선을 보였을 때 소장한 것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심미안과 선견지명을 통해 오늘날 세계적으로 예술적 성취를 평가받은 중요한 작가들의 작품을 초창기에 소장하여 작가와 콜렉션이 함께 성장하는 결과를 이루어낼 수 있었다. 이번 전시의 기획자인 김현진 큐레이터는 총 11점의 작품을 선별하여 소개하는데, 이 가운데 다수의 작업이 여성 작가의 작품이며, 캐서린 설리반, 케렌 시터, 비아트리스 깁슨, 클레망 코지토르 등의 작품을 통해 마이너리티적 몸과 시선, 언어의 정치를 이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퍼포먼스적 특성이 강한 비디오 작품들 또한 만날 수 있다. 

한편, 12월 8일(금) 오후 4시에는 이번 전시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르메트르 부부와의 대담 프로그램을 개최한다. '비디오 아트 수집가, 르메트르 부부와의 대담'이라는 제목으로 서울시립미술관 세마홀에서 진행되는 전시 연계 대담은 11월 27일부터 12월 6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홈페이지에서 참가 신청을 받으며, 현장접수도 가능하다. 

▲ 케렌 시터, 드림토크 ⓒ 서울시립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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