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후루하타 니노(왼쪽)와 미야자와 리에(오른쪽)가 연극 '해변의 카프카'의 한 장면을 선보이고 있다.

[문화가 있는 날·예술이 있는 삶을 빛냅니다…문화뉴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일본 작가 중 한 명인 무라카미 하루키, 그리고 세계적인 연출가 니나가와 유키오가 만났다. 그리고 일본의 국민 여배우인 미야자와 리에가 공연을 위해 처음 한국에 왔다.

24일부터 28일까지 LG 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연극 '해변의 카프카'는 무라카미 하루키가 2002년에 발표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소설 '해변의 카프카'는 2005년 뉴욕 타임즈 '올해의 책'으로도 선정되는 등 화제를 일으켰다. 또한, 영화나 연극을 위한 소설 판권을 잘 안 주는 하루키의 장편소설 중 처음으로 연극으로 2012년 일본 사이타마에서 초연됐다. '해변의 카프카'를 연출한 니나가와 유키오는 비영어권에서 최초로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연출가로 위촉됐고, 일본 예술계 최고 영예인 '일본 문화훈장'을 수상한 거장 연출가다.

'해변의 카프카'는 어른들이 만든 부조리한 현실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를 찾기 위해 집을 나선 15세 소년 '다무라 카프카'가 방황하며 삶과 죽음, 어른과 아이, 현실과 꿈의 경계를 넘나드는 여정을 다룬다. 시카고 스테판울프 씨어터 출신의 극작가겸 연출가 프랭크 갈라티가 대본으로 각색했고, 니나가와 유키오 연출이 스펙터클한 무대를 선보인다. 24일 오후 프레스콜을 통해 공개된 하이라이트에선 26개의 거대한 투명 아크릴을 이용한 세트가 여러 조합과 동선으로 무대를 돌아다니며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했다.

특히 이번 공연엔 일본 연예계에서 떠오르는 신성인 후루하타 니노가 주인공 '카프카'를 연기한다. 니나가와 연출가는 지난해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그를 주인공으로 발탁한 배경으로 "연극적으로 과도하게 훈련되지 않은, 미완성의 영혼을 지니고 있는 점이 좋았다"며 "흔들리는 마음과 위험한 면모를 함께 지닌 소년이라는 이미지에 잘 맞아 떨어진다"고 밝혔었다.

   
▲ 후루하타 니노가 '카프카'를 연기한다. ⓒ LG 아트센터

후루하타 니노는 "지난해부터 외국에서 이 작품을 하고 있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한국 공연을 끝으로 스케쥴이 끝나서 굉장히 긴장하고 있는데, 지금도 그렇다"며 "한국어를 잘 모르는데 길거리에서 잘 모르는 언어가 들려와 나도 모르게 확 반응하고 있다"고 하이라이트 시연 후 진행된 기자 회견장에 있는 취재진에게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내게 했다.

한편, 이번 공연은 올해 니나가와 유키오 연출가의 팔순을 기념하는 월드 투어로 진행됐다. '사에키'를 맡은 미야자와 리에는 "이 작품을 뉴욕 링컨 센터, 런던 바비칸 센터, 일본 사이타마 예술극장, 싱가포르 에스폴라네이드 등에서 공연하고 한국 공연을 하게 됐다"며 "5회 공연을 서울에서 하는데, 끝나면 100회가 된다. 그런 기념적인 공연을 한국에서 할 수 있어 기쁘다. 각 나라 관객분들의 반응이 다르다. 한국은 처음 방문하는데, 어떤 모습을 보여주실지 기대가 된다"고 소감을 전했다.

미야자와 리에는 1990년대 일본 최고의 아이돌로 군림했다. 그중 1991년 18살의 나이로 발간한 누드 사진집 '산타페'로 일본에서 큰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 후 잠시 개인사로 슬럼프를 겪었지만, '유원경몽', '황혼의 사무라이' 등의 작품으로 각각 2001년 23회 모스크바 국제영화제, 2003년 26회 일본 아카데미상 여우주연상을 받으며 탄탄한 연기력의 여배우로 인정받게 됐다. 지난여름, 국내에서 개봉한 영화 '종이달'을 통해 올해 38회 일본 아카데미상 최우수 여우주연상을 비롯한 여러 여우주연상을 휩쓸며 일본의 국민 여배우로 자리매김했다.

'건어물녀'라는 신조어를 만든 일드 '호타루의 빛'의 '부장' 역으로 국내에도 많은 팬이 있는 후지키 나오히토는 이번 작품에서 고무라 기념 도서관 사서인 '오시마'를 맡았다. 그는 "이번이 두 번째 방문"이라며 "여기 온 지 며칠 되진 않았지만, 한국과 일본의 닮아있는 공통점을 많이 봐서 역시 한국은 가까운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한국 영화와 음악이 독자적인 문화가 있어서 일본에서도 많은 인기가 있는데, 반대로 '해변의 카프카'도 한국에서 공연하게 되어 기쁘다"고 말했다.

   
▲ 후지키 나오히토가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LG 아트센터

본격적인 취재진의 질문이 이어 시작됐다. 후루하타 니노는 작품의 메인 키워드를 묻는 말에 '변신'이라고 답했다. 그는 "단순히 변하고 싶다는 욕망이 이 작품에 있다고 생각했다"며 "변하지 못했다고 가정했을 땐 종교 등의 여러 이유가 있다고 봤다. 그런데 무언가에 인해 내가 바뀌었을 때, 나와 밖에 있는 세계가 대치하는 방법도 바뀐다고 봤다. 외부의 것을 적으로 받아들일지도 나에게 유용할 수 있는데, 그런 세상을 받아들이는 방법들이 나에 인해 변할 수 있다고 봤다"고 의견을 제시했다.

미야자와 리에에겐 메인 키워드 중 '해변'에 대한 질문이 이어졌다. 그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을 100명의 독자가 읽는다면 100가지의 해석이 가능하다고 본다"며 ൒대 때 읽을 때와 50대에 대사 읽을 때의 느낌이 다를 작품이다. 그런 의미에서 표현이나 해석 방식은 자유롭다고 본다. 그러므로 해변에 대해 말을 하더라도 100%의 정답은 아니라고 본다.내 생각엔 '해변'은 끝이나 경계라고 본다. 생과 사가 있는데 그곳을 향해가는 파도의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답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책들은 현재에도 한국 대형 서점의 설문조사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 순위에 오르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는 일본 NHK 취재원의 질문에 미야자와 리에는 "뉴욕과 런던에서도 무라카미 하루키의 열렬한 팬들이 많았다. 세계 공연을 하면 현지 자막이 나오는데, 자막을 읽지 않더라도 많이 책을 읽어서인지 이해하는 분들이 많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철학이 어렵게 쓰여 있는데, 연출님이 쉽게 무대 세트나 연기 포인트를 줘서 훌륭하게 만들어줬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 공연이 자랑스럽게 여겨진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후지키 나오히토는 "하루키는 일본에서도 인기가 많다"며 "한국에서 큰 인기가 있다고 들으니 부담이 많이 됐다. 이 작업을 할 때 하루키 씨와 메일을 주고받기도 했다. 그 사이에 하루키 씨가 본인 소설의 어떤 역할을 맡으면 좋을 것인가에 대한 설문조사가 있었는데 내 역할인 '오시마'가 1위였다"고 밝혔다.

이 작품의 특징은 아무래도 여러 가지 조합과 동선으로 무대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며 저택이 되었다가 공원, 고속도로로 변하거나, 장서가 가득 찬 도서관, 숲 속으로 변하는 투명 아크릴 세트라 할 수 있다. 후지키 나오히토는 "니나가 유키오 연출님이 굉장히 멋있게 무대 전환을 계획했다. '카프카'와 '나카타' 노인의 이야기가 평행이 되고, 로드무비 같은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무대 전환이 많이 이뤄진다. 아쉽게 배우여서 객석에서 그 무대 전환을 볼 수 없다. 한번 보고 싶다. 마치 영상과도 같은 작품"이라고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 미야자와 리에가 인사말을 남기고 있다. ⓒ LG 아트센터

"자신의 성장을 이 작품에 빗대어 표현해달라"는 질문에 미야자와 리에는 "이 작품에서 '카프카'가 누군가와 만나면서 변환(바뀌는 점)이 있는데, 그런 것은 누구나 있다고 본다"며 "내 인생 안에서도 여러 만남과 헤어짐이 있었고, 그것이 나를 많이 변하게 했다. 그 만남이 행복하거나 그렇지 않을 수 있는데, 이런 만남이 풍부하게 작품에 연결될 수 있을 거라 봤다"고 답했다.

끝으로 미야자와 리에는 "니나가와 유키오 연출이 같이 못 왔다"고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현재 건강상의 문제로 니나가와 유키오는 주요 해외 공연에 참석하지 못한 상황이다. 그는 "선생님의 마음을 담아 공연하려고 한다"며 "앞서 만남에 관해 이야기를 했는데, 선생님과의 만남이 나의 인생을 풍부하게 해줬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두 거장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와 니나가와 유키오 연출, 그리고 일본 스타 배우들의 방문으로 기대되는 연극 '해변의 카프카'는 이미 주요 공연 5회차 분량의 매진이 눈앞에 두고 있다.

문화뉴스 양미르 기자 mir@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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