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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최근 국내 상업영화에서 흥행하는 데 있어 필수공식이 있다. 연기력과 흥행성 둘 다 검증된 스타배우를 캐스팅하고, 막대한 자본을 앞세우면서 관객들에게 통쾌함의 카타르시스나 감성을 자극하는 메시지를 넣으면 안겨주면 못해도 중박 이상을 친다는 공식이다. 대중 사이에서 흥행했다고 평가받은 영화들은 대체로 이 공식 밖으로 거의 벗어난 적이 없다. 

이 필승전략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진 이가 있다. 바로 29일에 개봉한 김홍선 감독의 새 영화 '반드시 잡는다'가 그 주인공이다. 30년 전 해결되지 못한 장기 미제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동네의 터줏대감 '심덕수(백윤식)'와 전직 형사 '박평달(성동일)'이 의기투합하는 내용을 담은 이 영화는 주연배우 평균연령 57.5세라는 점과 많지 않은 예산으로 만들어 속칭 '이단아'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 중심에는 올해 일흔을 넘긴 '노장' 백윤식이 있었다. 좀처럼 보기 힘든 '장년 주연 배우' 역할로서 그는 처음부터 끝까지 고군분투하며 "역시 베테랑!"이라는 찬사를 받으며, 파트너인 성동일과 관객을 사로잡았다. 영화가 개봉하기 이전인 11월 23일 서울 삼청동 모 카페에서 필자는 백윤식을 만났다. 다양한 영화에서 다양한 매력을 선보였던 것 만큼, 1시간동안 진행된 인터뷰는 재미의 연속이었다. 

※ 주의 : 해당 기사에는 스포일러가 있으니 참고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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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재밌게 잘 봤다. '반드시 잡는다'를 본 소감은?
└ 배우이기에 일반 관객들이 보는 것과 달리,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보게 된다. 대본으로 접한 걸 현장에서 그대로 옮겨놓은 뒤 편집으로 거치는 작업이기 때문에, 직업상 냉정하게 보게 된다. 이는 나 뿐만 아니라 다른 배우들도 똑같이 느낄 것이다.

그래도 영화를 보면 '좋다', '나쁘다' 느낌이라는 게 있지 않나?
└ 시작 전에 '보다가 잠들면 안 되는데' 하는 걱정도 있었으나, 다행히 없었다. (웃음) 대체로 괜찮다는 느낌은 있었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 배우는 항상 편집과 싸움이기에, 자신이 연기한 부분에 편집될 때면 항상 아쉬워하기에 쉽게 체념하기 힘들다.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아깝지만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걸 잘 알지만, 배우들에게는 안타까움이 많았다.

언론시사회 당시 성동일이 언급했던 '동네 불량배들과 싸우는 장면'이 편집되었다고 했는데, 여기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 이미 한 번 보여줬으니, 두 번씩이나 같은 상황이 나오면 또 복수극으로 여길 것 같아 감독이 제거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처음에 대본을 쓸 때는 단계별로 나눠 기승전결로 좋아 보였으나, 감독이 막상 편집 들어가면서 생각이 바뀌어 걷어내지 않았나 싶다. 물론, 배우 입장에서 성동일의 심정을 이해하며, 안타깝게 느껴진다.

▲ 영화 '반드시 잡는다' 스틸컷

그렇다면 본인이 찍었던 장면들 중에서 편집되어 나오지 않았던 게 있었는지?
└ 납치된 '지은'을 구하러 지하실로 쳐들어갔을 때, 지은을 비롯한 젊은 층에 '덕수'가 나름 마음을 쓰는 대사가 더 있었는데, 편집되었다. 완성본에서 "왜 구하러 왔냐?"는 '나정혁'의 대사에 "미안해서였다"고 답했는데, 사실 그 뒤에 이어지는 대사가 있었다.

살기 위해 그런 고생을 하는 게 딱하다는 심정으로 "미안해서 그랬다"에 이어 보다 더 세부적으로 전달하려고 했다. 실제 촬영할 때, 대사를 하면서 감정에 북받쳐 올랐고, 대사를 반복할 때마다 눈물이 왈칵 쏟아질 뻔했던 기억이 있다. 나중에 완성본을 확인해보니까 편집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이에 감독이 리액션이 끊임없이 왔다 갔다 해야 하기에 편집되었다고 설명해주었다.

개인적으로 지하실 장면에 덕수의 대사가 더 나올 것 같았는데, 편집되어 아쉬웠다는 점에 공감한다.
└ 감정이 몰입되는 장면인데, 그렇게 편집되었다. "미안해서 그랬다"라고만 하기엔 뭔가 아쉬웠다. 하지만 감독 처지에서 생각해보면, 1절만 해야 하는데, 2절까지 했다면 도리어 감정이 김빠지니 편집한 것일 수도 있다.

김홍선 감독이 언론시사회 당시 스스로 "눈치 없었다"고 말하면서 촬영 내내 힘들게 주문했다고 하는데?
└ 촬영간 무리했던 건 없었다. 감독의 발언에 대해 설명하자면, 극 중 클라이막스이자 극한상황이었던 후반부 비 내리는 장면에서 많이 고생했다는 의미일 것이다. 나 뿐만 아니라 성동일과 천호진도 힘들었을 것이다. 특히, 김혜인이 제일 힘들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의상 자체가 추위를 많이 탈 만큼 얇았고, 맨발인 상태였다. 3일 내내 그렇게 촬영했으니 얼마나 힘들었을까? 그 때문에 그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 같다.

그 외 다른 장면은 감독과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 충분한 토론을 하고 임했기에 문제가 없었다. 좋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좋은 현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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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관객들이 느끼는 부분이 비슷할 텐데, 연기베테랑인 백윤식, 성동일, 천호진 세 배우가 한 장면에 나온다는 게 기억에 남을 정도로 좋았다. 현장에서 호흡은 어땠나?
└ 아주 좋았다. 동일이와는 주로 같이 촬영하는 장면이 많다 보니 같이 다녔다. 그래서 어떤 작품을 하기 위한 연기보단 특수한 상황에서 같이 생활을 한다고 느낄 정도였다. 천호진 또한 아주 대단한 배우이며, 큰 기둥 같았다.

'끝까지 간다' 제작진이 만들어서 그런지, 액션이 '끝까지 간다' 같은 느낌이 들었다. 액션이 많이 힘들었을 것 같은데?
└ 액션 자체가 그렇게 힘들지 않았다. 대신 극 중에도 나오는 날씨가 가장 힘들게 했다. 주어진 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데, 악천후 속에서 3일 내내 밤새 촬영했던 게 힘들었다. 그리고 장면을 위해 갯벌과 같이 지형을 만들어 그 위에서 연기하는 것도 힘들었다. 갯벌이 미용에 좋다는데 정작 눈코입에 다 들어가니까 좋은지도 모르겠더라. (웃음) 천호진은 귀에도 들어가 더 고생했을 것이다.

▲ 영화 '반드시 잡는다' 스틸컷

액션을 많이 소화했는데, 그동안 가장 힘든 액션이 들어간 작품을 꼽는다면?
└ 전작에서 선보였던 액션들은 대부분 일당백으로 상대를 때려잡는 것이었지만, '반드시 잡는다'에선 싸움은 잘 못 하는 대신 정신력 하나로 목숨까지 내놓을 정도로 대결하는 것이라 더 무지막지했다. 게다가 몸으로 때우는 것이기에 엄밀히 말하면 진짜 '센 액션'이다.

찍을 때는 몰랐는데, 완성본을 보니까 '이 순경'한테도 맞고, 나정혁 뿐만 아니라 또 다른 범인인 '배두식'한테 호되게 당하질 않나, 초반에 '박평달'에게 박치기로 얻어맞고, 게다가 동네 깡패들에게 맞는 등 무지하게 수난을 겪었다. 내가 너무나도 당하기만 하더라. (웃음)

가족들이 보면, 속상해 할 것 같다. (웃음)
└ 그럴 수도 있겠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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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비슷한 연배의 배우들 중, 상업영화에서 주연으로 나오는 배우는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유독 돋보였고 일종의 책임감도 생길 것 같다.
└ 책임감보다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생각한다. 투자나 제작, 감독 등이 소재를 발굴하면서 영화가 시작되는데, 이번에 좋은 기회가 있었고, 이 작품이 잘 되어 앞으로 계속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과 소재들이 발전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에 대한 일말의 책임감도 느껴진다. 하지만 배우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작품 안에서 맡은 배역에 최선을 다하는 것 뿐이다.

만약 2편이 만들어진다면, 덕수의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나오는가?
└ 2편이 만들어지기만 하더라도 감사하다. 원작웹툰에선 심덕수는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그는 6.25때 동생과 함께 북한군을 피해 다녔다. 북한군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어린 동생이 소리내지 못하게 하기 위해 입을 막았고, 북한군이 지나고 나서 보니 동생을 질식사 시킨 것이다.

이러한 에피소드를 가지고 있는 인물인데, 영화에선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 오로지 과거 이야기는 박평달만 나왔다. 심덕수는 오히려 아리동에서 정착한 상태로만 나왔다.

[문화 人] '반드시 잡는다' 백윤식 "내 아들 백도빈 & 백서빈 연기자의 길, 존중한다" ② 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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