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유망주 기량 점검 이상 무. 시기와 장비 문제에는 '코웃음'

▲ 지난해에도 추계리그는 열렸지만, 올해처럼 그렇게 추웠던 것은 아니었다. 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프로야구의 모든 일정은 지난 19일, 일본 동경돔에서 열린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쉽(APBC) 2017 결승전을 끝으로 모두 마무리됐다. 날씨가 쌀쌀해지는 11월에 무슨 야구를 하는가 싶겠지만, 야구 경기를 하기에 동경돔이나 고척 스카이돔같은 공간은 되려 계절과 날씨를 뛰어 넘어 야구를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되려 팬들에게 더 큰 볼거리를 제공해 줄 수 있었다. 흥행이라는 측면에서는 크게 합격점을 받지 못했으나, 그래도 오프시즌의 연장선상에서 이러한 이벤트 대회를 열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그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여기까지가 '공식적으로 마무리 됐다고 여겨졌던' 야구 일정이었다. 문제는 19일이 지났는데도 야구가 끝나지 않은 곳이 있었다. 그렇다. 바로 서울지역의 고교야구였다. 목동구장에서 늘상 해 오던 추계리그가 지난 23일에야 종료된 것이다. 가을이 아니라 겨울이라고 느껴질 만큼 날카로운 한강 바람이 목동구장을 강타했지만, 다행스럽게도 모든 일정은 기온이 더 하강하기 전에 마감됐다. 여러 가지 이야깃거리가 많았던 만큼, 이번 서울시 고교야구 추계 리그를 통하여 살펴보고, 진단해야 할 이슈들을 크게 두 가지 측면으로 나누어 보고자 한다.

내년 프로 지명을 기다리는 예비 3학년 건제 속
'베이징키즈 3세대'들의 대두도 흥미로워

▲ 월드 파워 쇼케이스 국내대회에도 참가한 바 있던 장충고 박주홍은 목동구장에서 무려 3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사진ⓒ김현희 기자

대회 과정과 결과만 놓고 보면, 상당히 흥미로운 부분이 많았다. 일단, 결승전은 서울고가 선린인고에 9-1로 완승하며 두 번의 준우승 이후 처음으로 대회 우승의 꿈을 이뤘다. 그 과정에서 최고의 활약을 선보인 서울고 예비 3학년 외야수 이대희가 MVP에 선정된 것을 비롯하여 투수 김도영이 우수 투수상을 받았고, 지명타자 강민은 수훈상을 받았다. 선린인고를 결승까지 이끈 투수 조영현이 감투상을 받은 데 이어 주요 타격상은 장충고와 충암고의 유망주들이 모두 가져갔다. 올해부터 간간히 실전에 투입되며 두각을 나타냈던 1학년 함창건이 23타수 13안타(타율 0.562)의 놀라운 성적으로 타격상을 받았고, 장충고 올라운더 이영운이 무려 11타점을 쓸어 담으면서 타점상을 가져갔다. 10개의 도루를 기록한 장충고 외야수 이후석이 도루상을 받은 데 이어 큰 덩치로 목동 구장 담장 밖으로 홈런을 세 번이나 기록한 장충고 1학년 박주홍이 홈런상을 받았다. 수상자 면면을 살펴보아도 내년 서울 지역 고교 야구 판도를 가늠해볼 수 있을 만큼, 주목을 받을 만한 선수들은 나름의 활약을 선보였다.

이들 외에도 내년 시즌을 꾸며줄 수 있는 1학년 선수들, 이른바 '베이징 키즈 3세대'들이 의외의 활약을 펼치는 경우도 있었다. LG와 SK에서 불꽃을 선보였던 투수 신윤호의 아들인 휘문고 포수 신효수가 내년을 준비하고 있으며, 정통파 전동현도 준비를 마친 상태다. 이들 모두 예비 2학년으로서 내년 휘문고를 이끌어야 하는 인재들이다.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우승 멤버이기도 한 휘문고 황재영, 성남고 최해찬, 덕수고 김동혁도 이제는 내년에 2학년이 되는 만큼, 팀에 보탬이 되는 활약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1학년들 외에도 내년에 3학년이 되는 서울고 4번 타자 송승환이나 휘문고 4번 타자 겸 투수 김대한, 서울고 마운드를 지탱하게 될 최현일-이교훈-정우영 트리오, 성남고 에이스 손동현, 경기고 에이스 박주성 등도 충분히 기대를 해 볼 만한 인재들이다.

전체적으로 내년에 주력이 될 예비 3학년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가운데, 추계리그를 통하여 첫 선을 보인 예비 2학년들, 즉 '베이징키즈 3세대'들도 상당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는 점이 이번 추계리그를 통해서 드러난 가장 큰 특징이라 할 수 있겠다.

▲ 휘문고 1학년 전동현-신효수 듀오는 내년을 기대해 볼만한 유망주다. 사진ⓒ김현희 기자

그런데! 추계리그인가요 동계리그인가요?
운동장 때문에 공 스파이크만 신으라고요?

그런데, 이러한 대회 본연의 결과와 과정을 뒤로 하더라도 몇 가지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항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항은 일회성이 아니라, 향후에도 꾸준한 문제 제기를 통하여 서울시측이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차원에서 '올바른' 지침과 해답을 내놓아야 한다.

먼저, 올해 추계리그가 열리는 시기와 관련된 부분이다. 이번 추계리그는 11월 23일에 종료될 만큼 시작도 느렸고 마감도 느렸다. 시작할 때부터 목동구장 그늘진 곳에는 찬바람이 불어 올 만큼 야구 경기하기에는 상당히 최악의 조건을 갖췄던 상황이었다. 추계리그가 아니라 동계리그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가 결코 농담은 아니었던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23일 저녁에는 눈이 왔다. 하루라도 연기가 됐다면 눈이 쌓인 목동 야구장에서 추계리그 마지막 경기를 치르는 참사가 일어날 뻔했다. 추계리그 자체를 개최를 하지 않거나, 굳이 진행을 해야 한다면 그나마 기온이 덜 내려가는 10월 이전에 끝내야 했다.

▲ 올해 추계리그는 동계리그라 해도 좋을 만큼, 더그아웃에서 패딩을 입고 대기해야 할 정도로 기온이 상당히 낮았다. 사진ⓒ김현희 기자

또한, 이번 대회에서는 상당히 의아할 만한 지침이 각 학교로 전달됐다. 징이 없는 스파이크(이른바 '공 스파이크')를 신고 대회에 참가하라는 내용이 그것이었다. 정말로 황당하기 이를 데 없는 지침이었다. 징이 없는 스파이크를 신고 경기에 임하면, 미끄러워져 부상당할 확률이 상당히 높아진다. 실제로 이번 대회에서는 선수들이 여러 차례 넘어지는 장면이 목격되면서 다소 위험한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프로 스카우트 팀이나 감독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선수들을 위해 운동장이 존재하는 것이지, 운동장을 위해 선수들이 존재하는 것입니까? 운동장 상태 보존하자고 선수들을 부상 위험으로 내몰다니, 이것이 정말 누구 생각인지 묻고 싶습니다. 이 점은 반드시 짚고 넘어 가 주십시오."

또한, 이번 대회에 참가한 서울 지역 감독들은 "선수들이 부상을 당할까봐 작전을 마음대로 낼 수가 없었습니다."라는 말로 답답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선수들이 올바른 장비를 착용하고 그라운드에서 활약할 수 있다는, 매우 당연한 이야기를 왜 이번 대회에서는 하지 못 한 것인지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이 스카우트 및 가독들의 생각이다. 추계리그를 시작으로 내년에는 아예 모든 전국 대회에 공 스파이크 착용을 의무화할 수 있다는 것. '공 스파이크를 사용하게 한다 → 운동장이 훼손될 위험이 적다 → 운동장을 관리할 수 있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라는 괴상한 삼단 논법의 논리를 누가 생각해 낸 것인지 되물어야 하며, 서울특별시 시설관리공단이나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어느 주체건 간에 선수들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 안전장치마저 제거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운동장 상태 보존을 위해 비용을 아꼈다가 선수들이 큰 부상을 당하여 맞게 될 치료/소송 비용 폭탄이 더 크게 다가올 수 있다는 점을 왜 간과하고 있는지 모를 일이다.

코미디언 故 이주일(본명 : 정주일)씨는 14대 국회의원직을 수행한 이후 정계 은퇴를 선언할 때 "4년 동안 코미디 잘 배우고 갑니다."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다. 4년간의 정계 생활동안 보았던 장면이 한 편의 코미디와 같았다는, 매우 신랄한 풍자였던 것이다. 만약에 이주일씨가 살아 계셨다면, 이번 추계리그 이후 "코미디 한 편 잘 보고 갑니다."라는 이야기를 남기지 않았을까?

"대한야구소프트볼 협회장님! 설마 내년에 징 없는 스파이크를 신고 전국 대회에 임하라는 지침을 내리실 것은 아니시죠? 대외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있다면, 협회장님께서 직접 나서야 할 일도 있는 것이랍니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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