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아동문학에 평생을 바친 두 사람의 이야기가 찾아온다.

23일 오후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연극 '오래된 편지'의 프레스리허설과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연극 '오래된 편지'는 평생을 우리글 바로쓰기 교육에 힘써 온 교육자 이오덕과 '강아지똥', '몽실언니'로 잘 알려진 아동문학가 권정생의 이야기다. 이 작품은 실제 그들이 30년간 주고받았던 편지의 내용을 바탕으로 공연 예매 사이트인 '플레이티켓'을 운영 중인 공연기획사 '티위스 컴퍼니'의 첫 제작 작품이다.

이날 열린 프레스 리허설을 통해 선보인 공연에는 두 사람의 편지를 바탕으로 광주5.18민주화운동 등 현대사의 아픈 이야기들이 더해지며 실화로서의 진정성과 그 속에서도 아동문학에 모든 걸 바친 삶이 그려졌다.

 

지난 8월, 약 170명이 지원한 연극 '오래된 편지' 오디션을 통해 최종 선발된 배우 김정석과 최우성이 이오덕과 권정생 역을 맡았고 장용현, 주영, 윤지홍이 마을 사람들을 비롯해 여러 단역들을 맡아 출연한다. 거기에 더해 현재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배우 정세희와 아역배우 권미조, 이진우가 극 중의 어린아이로 출연해 이오덕과 권정생의 곁을 지킨다.

'오래된 편지'는 이오덕과 권정생을 제외한 다른 이들의 역이 구체적으로 설정되지 않았다. 때로는 마을 사람, 출판사 사람, 동네 친구 등으로 변신하는 세 명의 배우는 이오덕과 권정생 주변을 둘러싼 시대의 흐름에 휩쓸려 살아가는 평범한 이들을 상징한다. 반면 정세희와 두 아역배우는 계속해서 고정된 캐릭터로 남아 작품의 주제의식을 한층 강화한다.

 

예술감독을 맡은 원로 연극인 박웅은 프레스 리허설이 끝난 뒤 "전 예술감독이라기보다 멀리서 지켜봤습니다. 요즘 연극계가 침체 됐는데 그래도 우리가 계속 해야겠죠. 이번 연출 맡은 이구열 씨는 연극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직장에 다니다가 연극을 하고 싶어서 사표를 낸 뒤 많지 않은 작품을 했는데 앞으로 그 열정이 잘 이뤄지면 좋겠습니다. 저는 배우들이 일인다역을 하는데 상당히 좋았고 대학로에서 오랜만에 보는 소재였다. 여러분은 어떻게 봤는지 모르겠지만 많은 성원 보내주시면 좋겠다"며 연극 '오래된 편지'의 선전을 기원했다.

 

'오래된 편지'를 출간했고 꾸준히 교육, 아동문학을 다뤄온 양철북 출판사의 조재은 대표 역시 "연극보며 내내 눈물이 났습니다"라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이어서 "책을 만들 때는 제가 정말 두 분의 편지를 전달하는 우편배달부가 된 심정으로 책을 만들었는데 실제 연극으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연극을 잘 모르지만, 선생님들이 어떤 심정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힘든 조건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그리고 너무나 정성을 다해 연극무대에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너무나 어려운 시대를, 거짓문학과 잘못된 교육 속에서 참된 교육과 올바른 문학을 지키고자 했던 두 분의 만남이 오롯이 전달되면 좋겠다. 평생 아이들 마음으로 아이들과 살아 오신 두 분의 이야기가 관객에게 고스란히 전해져서 힘든 시대를 살지만 좀 더 인간된 삶을 살자는 다짐을 하게 되는 그런 작품이 되리라고 믿습니다"라며 연극 '오래된 편지'가 이오덕, 권정생의 마음을 관객에게 널리 퍼트리는 작품이 되길 기원했다.

 

이오덕, 권정생 역을 맡은 두 배우는 실제 인물의 이야기인 만큼 조심스럽지만, 작품 속의 살아 있는 인물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아들이 둘 있어 특히 애틋했다고 밝힌 김정석 배우는 "책과 생전 영상 등을 보며 목소리를 듣고 했을 때 제가 받은 느낌은 무척 외로우셨을 것 같더라. 이 분을 더이상 외롭게 하고 싶지 않았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부드럽고 따듯하게 말들을 전하기 위해 고민할 것 같다"고 연기 의도를 밝힌 뒤 "이 분의 생각에 공감하고 빠져들긴 쉬웠다. 제가 잘해서가 아니라 아이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모든 사람은 선생님의 이야기에 다 감명받을 수 밖에 없고 공감할 수 밖에 없다"라고 이오덕 선생을 치켜세우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최우성 배우는 권정생 선생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직접 편지를 썼다고 밝혔다.

그는 "작품에 들어가는 데 있어선 무식한 방법을 잘 쓴다. 어제도 편지를 써서 우체국에 부쳤는데 이 편지가 갔다 돌아오는 기다림의 시간이 저를 두근거리게 만들더라. 선생님들도 그랬을 것 같다는 저의 추측이기도 하다"라며 작품 연습과 함께 편지를 쓰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처음엔 쓰기 귀찮았는데 편지를 써보며 느끼는 건 과연 저 사람이 나의 편지를 읽고 어떤 생각을 하고 답변을 보내줄 거지? 싶었다. 다른 방식과 편지가 가져다줄 수 있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무척 다르지 않을까. 행운의 편지는 아니고(웃음) '친구'라고 호칭하는 20살 넘게 많은 분이 계시는데 연습 첫 날 편지를 썼다. 특별히 답장해달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답장이 오더라. 그렇게 해서 주고 받기 시작한 게 처음엔 세 줄 정도였는데 서로 이야기가 많아지며 두장까지 늘었다. 이런게 편지가 주는 아날로그 감성이 아닌가 싶다. 또 뻔한 걸 아무렇지 않게 뻔하게 할 수 있는 것도 배우라고 생각한다. '왜 그런 걸 이 시대에 해. 그 뻔한 걸'이라고 해도 그럼 그걸 누가할까 싶다. 뻔한 걸 뻔하게 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해 컴퍼니와 연출, 배우에게 존경의 박수를 드리고 싶다"라며 작품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또 작품의 특이점은 아역배우와 성인배우가 함께 연기한다는 점인데 이에 대해 이구열 연출은 "성인과 아역 배우가 한 무대에 서서 호흡 맞추기가 쉽지 않다. 톤이 튄다거나 몰입이 깨지는 경우가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런데 처음에 (작품 만들며)두 분의 편지에 접근했다가 두 분의 삶으로 이어졌는데 결국 그게 어린아이들로 귀결되더라. 그런 모습들을 무대화할 때 진짜 아이가 있어야만 그 느낌. 정서가 전달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아역 배우들을 썼다. 아이들을 무대에 올리는 건 욕심으로 시작되긴 했지만 지금 배우들과 호흡을 맞추고 어머님, 아버님이 많이 도와주셔서 무대에는 큰 무리가 없다. 이 자리 빌어 모두에게 감사드린다"며 의도를 밝혔다.

 

한편, 서울문화재단 최초예술지원 선정작인 '오래된 편지'는 23일부터 12월 3일까지 대학로 드림시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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