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pjg5134@mhns.co.kr

▶공연메모
극단 사개탐사의 윌리엄 미조리 다운스 작 박혜선 번역 번안 윤색 연출의 리얼 게임
- 공연명 리얼 게임
- 공연단체 극단 사개탐사
- 작가 윌리엄 미조리 다운스
- 번역 번안 윤색 연출 박혜선
- 공연기간 2017년 11월 2일~19일
- 공연장소 아름다운 극장
- 관람일시 11월 17일 오후 8시

[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혜화동 아름다운극장에서 극단 사개탐사의 윌리엄 미조리 다운스(William Missouri Downs) 작, 박혜선 번역 번안 윤색 연출의 <리얼 게임(Real Game)>을 관람했다.

윌리엄 미조리 다운스(William Missouri Downs)는 미국의 극작가다. 일리노이대학 및U.C.L.A. 대학원에서 시나리오를 전공했다.

올랜도 셰익스피어극장, 뉴욕 프린지페스티벌, 필라델피아, 샌디에고 이스라엘 국제연극페스티벌, 오스트리아, ,남아프리카 공화국, 전 세계 150개 이싱의 극장에서 공연된 작가다.

작가는 2016년 11월 <피카소 훔치기(To steal Picasso)> 공연차 한국을 방문, 비선 실세와 촛불집회 등 일련의 국내 사회상을 바탕으로 <리얼 게임(Real Game)>을 집필하기 시작했다. 당시 미국에서도 대통령 선거가 한창이었고, 가짜 뉴스와 음모론에 휩싸인 투표로 진실은 묻혀버리던 실정이었다.

<피카소 훔치기 (To steal Picasso)>는 작년 8월 미국 유진 오닐 재단 (Eugene O'Neill Theater Center)에서 주최하는 2015 National Playwrights Conference에 최종 선발된 59개 희곡 중 하나이다. 약 8개월 동안 낭독과 심의, 수정을 거쳐 2016년 1월 미국 켄사스 유니콘 극장에서 초연해 호평을 받았다.

작가는 여행을 사랑해 타지마할 묘와 중국의 만리장성, 이집트의 피라밋 같은 명승지를 돌아다니고 로키산맥에서 작품을 집필한다.

작품으로는 <무릎 위에 배꼽 아래(BELOW THE NAVEL ABOVE THE KNEES)> <햄릿을 하는 여자(WOMEN PLAYING HAMLET)> <미스터 완벽 남(MR. PERFECT)> <미친 중력(MAD GRAVITY)> <(뮤지컬) 성난 싸이코 공주(ANGRY PSYCHO PRINCESSES) > <출구 인터뷰(THE EXIT INTERVIEW)> <찌그러진(COCKEYED)> <산뜻한 루터교회(KOSHER LUTHERANS)> <존 레논 용서하기(FORGIVING JOHN LENNON)> <헤드셋- 밝은 부스에서 바라보기(HEADSET - A VIEW FROM THE LIGHT BOOTH)> <피카소 훔치기(To steal Picasso)> 등을 발표 공연했다.

박혜선(1971~)은 <억울한 여자>, <침향>, <라롱드> , <남편을 빌려드립니다> , <주머니 속의 돌> , <프라우다>, <완전한 오해>, <트릿>, <아내들의 외출> <베리 베리 임포턴트 퍼슨> <에릭사티> <그 집 여자> <이단자들> <웰즈로즈 12번지> <삼국유사 만발-만파식적 도난사건의 전말> <피카소 훔치기> 외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번역 작품으로는 <헤어스프레이> , <댄싱 섀도우> , <클로저 댄 에버> , <프라브다> <피카소 훔치기> 외 다수 작품을 번역했다.

제45회 동아연극상 신인연출상 <트릿>&<억울한 여자>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08 공연 베스트 7’-<억울한 여자]> 2013 히서 연극상 등을 수상한 미모의 연출가다.

연극 <리얼 게임(Real Game)>은 컴퓨터 게임중독자인 아들과 시나리오작가인 아버지가 겪는 이야기다.

게임중독이란 컴퓨터 게임을 과도하게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하는 것을 의미한다. 도박처럼 스스로 충동을 조절하지 못하는 정신장애의 일종이다. 의학적으로는 ‘충동조절장애증후군’이라고 부르고, 게임 과다 사용, 게임 부적응, 게임 의존증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일반적인 충동조절 장애와 마찬가지로 행위의 동기가 분명하지 않고 자신과 타인에게 해를 끼칠 만한 행동이라 해도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반복하는 증상을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충동을 억제할수록 정신적 긴장감이나 각성상태가 고조되기 때문에 충동을 그대로 실행에 옮겼을 때는 쾌감이나 만족감, 긴장으로부터의 해방감을 느끼게 된다. 초기 단계에서는 자책감을 느끼지만, 중독 증세가 심해지면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더라도 아무런 가책을 느끼지 못한다.

게임중독의 가장 큰 문제는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아동, 청소년의 경우 게임에만 몰두해 성장기에 필요한 교육이나 운동 등 사회활동을 하지 못하고, 식사를 거르거나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해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심각한 게임중독 증상을 앓으면 게임과 현실을 구별하지 못해 각종 범죄를 일으키기도 쉽다. 게임중독자들이 저지르는 끔찍한 사건들은 수시로 일어난다. 심지어 게임을 못 하게 꾸짖는 어머니를 살해한 후 자살한 중학생도 있다. 게임중독이 본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에게도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심각한 질환이다

<리얼 게임(Real Game)>은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거짓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세상 속에서 고뇌하는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우리 사회의 모습을 그려낸다. 성추문으로 인해 대학 교수직에서 쫓겨난 후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와 컴퓨터 게임과 현실을 분간하지 못하는 아들, 그리고 작가에게 실제 이야기인양 거짓 줄거리를 제공하고 감동적인 작품을 써달라고 주문하는 중년 여인 세실리아 그리고 연예기획사에 근무하는 여인의 이야기다.

무대는 뾰족한 지붕 밑의 방처럼 벽면 이 객석을 향해 비스듬히 경사가 지고 창문 문양이 그려져 있다. 이 벽면은 컴퓨터 게임화폭의 영상이 투사가 된다. 경사진 벽 양쪽에 등퇴장 로가 있고, 무대 왼쪽 벽 객석 가까이에도 문이 있다. 중앙에는 원형의 탁자와 의자 두 개가 양쪽에 놓였다.

방은 작가의 거실로 사용되고 왼쪽 문은 아들 방의 출입구다. 탁자와 의자는 작가와 집필의뢰를 하는 여인이 만나는 장소로 설정이 되고, 휴대전화 통화는 직접 통화 상대가 등장해 대사를 하는 것으로 연출된다.

유럽이나 미주의 IS의 폭탄테러보도를 자주 접하게 되듯이 폭탄테러는 테러리스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여러 공격방법 가운에 가장 빈번하게 선택되는 옵션이다. 폭탄테러는 지난 40년 넘게 지속적으로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 테러유형이며, 특히 2007년 이후로 2017년까지 가파르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폭탄테러가 비이성적, 정신 병리적 행위라는 통념은 대부분 자살폭탄테러범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테러를 계획하고 시도하는 집단의 눈으로 보면 폭탄테러를 실행하는 테러리스트 개인은 무기로 비유하면 레이저 유도 정밀타격 미사일의 회로부분에 해당한다.

때문에 자살폭탄테러의 합리성 여부는 공격을 실행하는 테러리스트 개인이 아니라 이들을 컨트롤하고 전체 테러공격을 기획하고 조율하는 지도부를 대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자살폭탄테러는 합리적 비용-효과 분석의 결과물이며 전략적 선택의 산물이다.

이 연극에서는 게임중독인 아들이 테러리스트들이 저지른 대량살상 범행을 자신이 저질렀다고 착각하는데서 출발한다. 그것도 한번만이 아니라 세계전역에서 테러가 발생할 때 마다 자신이 범행한 것으로 자부심까지 내 보인다.

당연히 작가인 아버지의 충격이 그려지고, 아들의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내키지 않은 대필 작가 노릇까지 하는 정경이 펼쳐진다. 기획사 대표 격인 여직원이 작품의뢰를 하는 인물을 소개하고, 작가가 대면을 한다. 여인은 미모이고 집필의뢰를 하며 자신이 겪은 일인 양 내용을 열거 한다.

그런데 실은 진실한 내용이 아니라 여인이 설정한 허구로 밝혀진다. 그러나 1천 만 원을 선불로 제공하니, 작가는 승낙을 한다. 향후 의뢰자인 여인과 자주 상봉을 하고, 거의 완성이 될 무렵, 여인은 작품의 내용을 함부로 삭제하거나 수정 가필하기도 해 작가를 난감하게 만든다.

게다가 기획사에서는 여인 명의의 시나리오로 영화제작을 한다는 설정이다. 작가가 당연히 거부의사를 표명하니 여인은 교태와 아양으로 작가에게 몸까지 제공하며 승낙을 얻어낸다. 작가는 대필 작가로 전락한 듯싶은 심정으로 귀가를 하니, 게임중독자인 아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아버지에게 폭력을 휘두른다.

그것도 여러 차례, 아버지는 병원으로 실려 간다. 영화 제작 발표 날이 오고, 퇴원한 아버지가 아들의 학교 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장면이 연출되고, 영화기획사 대표 격인 여인의 제작관련 이야기를 들으면서 아버지는 리얼 게임(Real Game)을 하는 듯싶은 심경에 빠진다.

윤상화가 아버지, 이지하가 집필의뢰를 하는 여인, 정의순이 기획사 대표, 박종용이 아들로 출연해, 독특한 성격설정에서부터 연기력에 이르기까지 1시간 30분의 공연시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관객을 극에 몰입시키는 역할을 한다.

윌리엄 미조리 다운스(William Missouri Downs)가 윤상화와 이지하를 미리 배역으로 정하고 집필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적역임을 감지하게 된다. 물론 연출가 박혜선의 기량에 따른 정의순과 박종용의 호연도 기억에 남는다.

 

무대디자인 김정란, 조명디자인 황종량, 음악감독 김철환, 의상디자인 김우성, 분장디자인 이동민, 조연출 신태환 이도경, 음향오퍼 최청림, 조명크루 오광민 정중현, 무대제작 스테이지빅벨, 영장프로젝터 인터렉션랩, 사진 이강물, 기획 홍보 컬쳐인 컴퍼니 등 스텝진의 열정과 노력이 조하를 이루어, 극단 사개탐사의 윌리엄 미조리 다운스(William Missouri Downs) 작, 박혜선 번역 번안 윤색 연출의 <리얼 게임(Real Game)>을 연출가와 연기자의 기량이 제대로 드러나는 장기공연이 바람직한 한편의 걸작연극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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