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인생은 아름다워. 아니 '인간은 아름다워'를 증명하는 두 편의 뮤지컬이 오는 19일 마지막 공연을 가진다.

극단 죽도록달린다의 뮤지컬 '주홍글씨'와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아카펠라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가 그 주인공이다.

두 작품은 서로 전혀 다른 색깔을 지녔지만 인간을 위한, 인간에 의한, 인간의 작품이라는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 뮤지컬 '주홍글씨'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주홍글씨'는 17세기 청교도 시대 보스턴을 배경으로 인간의 죄와 구원을 다룬 작품이다. 당시로서는 사형에 해당하는 간통을 저지른 주인공 '헤스터 프린'과 그녀를 사랑한 목사 '아서 딤즈데일', 죽은 줄 알았지만 살아 돌아와 복수를 꿈꾸는 헤스터의 남편 '로저 칠링워스'. 세 사람이 얽히고 설키는 과정 속에서 나약한 인간의 모습, 그 가운데 이성간을 넘어 숭고한 '사랑'이 빛난다.

작품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어둡고 음울하다. 게다가 지금 기준으로는 도무지 이해가 어려운 사람들의 행동과 생각들을 보면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이는 그들이 저지른 죄 위에서 고민하고 괴로워하며 점차 나약해지는 아서 두 주인공들의 행동에서도 마찬가지로 드러나고, 가난과 추위를 이기기 위해 마녀사냥을 시도하려는 마을 사람들의 행위에서 가장 극적으로 발현된다.

원작 소설과 달리 2시간이 되지 않는 러닝타임 안에서 이야기를 꾸리기 위해 다소 극적인 사건 위주로 각색된 점과 시간의 흐름이 눈에 보이지 않는 면이 눈에 띈다. 이를 통해 목사인 아서가 스스로 죽음을 택하는 과정이나 그로 인해 몇 년간 고생한 뒤 복수를 다짐한 칠링워스의 결말이 잘 다뤄지지 않는 등 이야기 면에서 다소 아쉬운 점도 있다.

이야기 속에서 가장 빛나는 역할은 아마도 서하윤 배우가 연기한 '히빈즈'일 것이다. 작품 속 전체 인물들 중에서 유일하게 '하고 싶은 말을 하는' 이 캐릭터의 존재는 걸크러시적인 면모까지 뽐내며 세 주인공만큼이나 관객의 눈을 끄는 획기적인 존재다.

게다가 400석이 넘는 극장의 객석을 극단적으로 덜어내며 배우들과 관객의 공간을 무대와 객석의 이분법으로 나눈 것이 아니라 극장 자체가 배우와 관객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만들어낸 점과 소극장 뮤지컬을 위해 15명의 앙상블이 출연하는 등 극단 시스템 안에서만 가능한 노동집약적인 연출은 뮤지컬 '주홍글씨'를 '무대의 정답'을 찾아내려는 다양한 시도 중 주목받아야 할 하나로 만들어낸다.

단순히 극단 소속 배우들을 많이 기용하는 것만이 아니라 이들의 목소리로 빚어진 노래가 음악적인 면에서도 매력을 더하고 초중반에 활용되는 감옥의 묘사는 많은 돈을 들이고 최신 기술로 무장한 여느 뮤지컬 못지 않은 미장센을 자랑한다.

▲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

한편 대학로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거울공주 평강이야기'는 곧 작품 자체가 인간의 아름다움을 문자 그대로 '온몸으로' 보여준다.

아카펠라 뮤지컬이자 아크로바틱이 주된 소재인 이 작품은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 이야기를 재해석하는 과정을 모두 '배우의 몸'에 맡긴다. 배우들은 효과음부터 노래까지 모두 입으로 만들어내고 나뭇가지, 동굴 등 모든 배경도 몸으로 만든다.

무엇으로든 변할 수 있는 블랙박스 형태의 무대는 정말 텅빈 '공간'으로서의 기능만을 제공하는데 이를 통해 그 안에 서있는 사람들이 더 빛나는 진정한 '미니멀리즘'이 무엇인지를 보여준다.

두 작품은 모두 극단 시스템 하에서 선보이는 공통점을 지녔다. 또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나 대학로예술극장의 저렴하지만 좋은 시설을 이용하는 등 '망원동 브라더스'의 협동조합과 함께 올 한해 사람들이 무수히 찾아다니던 '지속가능한 공연 시스템'에 대한 좋은 예시 중 하나가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갈수록 현대화, 대형화되는 상황 속에서도 두 편의 뮤지컬이 거둔 나름의 성과에 주목해야하지 않을까. 두 작품 모두 오는 19일까지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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