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이라는 특수성에서 마니아로 활동할 수 있는 경계선은?

▲ 한 언론인은 "야구부 기자는 야구를 좋아해야 한다. 그러나 일을 하러 오는 순간, 철저하게 팬심은 버려야 한다. 입사 전에 어느 팀을 응원했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라는 이야기를 남긴 바 있다. 다만, 이러한 언론인도 마니아가 될 수는 있다. 문제는 언론인이라는 특수성과 마니아 사이의 경계를 어느 기준으로 둘 것인가에 대한 부분이다. 자료사진=김현희 기자

[문화뉴스 MHN 김현희 기자] 마니아(maina)의 사전적 의미는 '한 가지 일이나 분야에 몰입하는 사람, 또는 특정분야에 해박한 사람'으로 명시되어 있다. 굳이 직업으로 삼지 않아도 본인이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을 지니고 있다면, 마니아로 봐도 좋다. 때로는 그러한 마니아들이 전문가 집단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도움을 주기도 한다. 특히, 스포츠 분야에서는 그러한 성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국내 최다 회원 숫자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야구 마니아 사이트 '엠엘비파크(MLB PARK, 이하 엠팍)' 역시 마찬가지. 야구 전문 기자 못지않은 식견으로 전문가 집단을 머쓱하게 하는 마니아들도 많고, 그 안에서 신선한 주제가 발견되는 경우도 많다. 그런 점에 있어서 이러한 마니아 사이트는 언론사와의 '견제와 균형의 논리'라는 측면 그 자체만 놓고 보아도 존재 의의가 있다.

전문가 집단과 마니아의 교집합 속에서
'언론인' 이라는 특수성은 어디까지 허용되야 하나?

그런데, 최근 이 '엠팍'을 통하여 꽤 논란이 될 만한 일이 일어났다. 그동안 프로야구계의 각종 어두우 면을 탐사하면서 야구팬들이 알고자 했던 사항을 심층 보도한 '엠스플뉴스' 소속의 A기자가 엠팍에서 활동했던 것이 시초가 됐다. 문제는 본인이 쓴 기사를 발행하기 전에 해당 사이트의 '일반 회원'이 되어 관련 내용을 한국야구타운에 공개하여 반응을 확인한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점에 있다. 그 다음에는 본인의 닉네임으로 기사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에 댓글을 달았고, 이것이 발각되면서 A기자는 사과문을 올리는 상황까지 놓이게 됐다. '엠팍'의 일반 회원인 줄 알았던 이가 실제로는 기자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해당 사이트에서는 A기자에 대한 비판이 현재까지 끊이지 않고 있다. 특히, 특정 팀 팬들을 상대로 '광신적인 반응'이라는 표현을 썼던 것에 대해 '엠팍' 회원들은 상당한 불쾌감을 표현하고 있다. 이에 엠스플뉴스의 야구 팀장격인 대표 기자까지 페이스북 계정에 공식 사과문을 등재하기도 했다.

단순히 이러한 펙트(fact)만 놓고 보면, 마니아 사이트에서 활동했던 한 개인의 작은 일탈 정도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팬들 사이에서 앞으로 보도될 엠스플뉴스의 보도 내용까지 색안경을 끼고 볼 수 있다는 데에 있다. 그 동안 야구계 전반적인 '적폐 청산'을 모토로 꽤 높은 강도의 탐사 보도를 해 왔던 엠스플뉴스였던 만큼, 그 안타까움도 큰 것이 사실이다.

물론 전문가 집단도 마니아로 활동할 수 있다. 또한, 본인 견해의 옳고 그름을 가늠하기 위해 마니아들의 의견을 구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다만, 언론인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서 이러한 기준점을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명확한 대답을 내놓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실명, 혹은 실명에 준하는 필명으로 활동할 수 있는 SNS와는 또 다른 공간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러한 일로 인하여 이제까지 누구도 시행할 엄두도 내지 못했던, '탐사 보도'와 관련된 기존의 노력까지 격하되지는 않았으면 한다. 물론, 과오(過)에 대해서는 그 나름대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대전제가 있어야 할 것이다.

eugenephil@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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