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이 연극은 정말 세대에 상관없이 온 가족이 손잡고 오셔서 보셔도 될 거다. 근데 이야기가 가볍지 않고 청년 문제 부부문제. 앙리할아버지 대사 중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있어서 공감될만한 부분이 곳곳에 있을 거다. 너무 재밌고 따듯하게 보러올 수 있는 작품이다."

지난 15일 오후 대학로 수현재씨어터에서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의 제작발표회가 열렸다.

12월 15일부터 2018년 2월 11일까지 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될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는 프랑스 극작가 이반 칼베라크의 작품으로 2012년 프랑스에서 초연된 작품이다. 2015년 바리에르 재단 희곡상을 수상했고 영화로도 제작되며 대중적인 작품 반열에 올랐다.

파리의 한 아파트에서 혼자 사는 까칠하고 괴팍한 노인 앙리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모르면서도 자유와 독립을 갈망하며 시골에서 상경한 콘스탄스가 함께 룸메이트로 거듭나고 이 예측불허의 동거 생활을 통해 결국 앙리가 갈망하던 가족과의 화해를 이루게 되는 이야기를 다룬다.

이해재 연출은 "원작을 읽어보면 아실텐데 특별히 한국적으로 번안한 부분은 사실 없다"고 밝히며 "작업하다 보니 프랑스나 우리나 사는 모습이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가족이란 게 다 똑같다. 늘 싸우고 그러면서도 같이 살고, 서로 이해하지 못하는 그런 점이 기본이다"라고 특별히 외국 정서를 각색하려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미래가 불확실한 친구가 스스로 미래를 개척할 줄 모르는 상태에서 성장해가는 이야기다. 그 친구만의 성장 이야기가 아니라 나중에 깐깐하고 괴팍한 할아버지의 성장도 같이 담고 있다. 결국 할아버지를 둘러싼 가족의 성장, 관계의 성장이기도 하다. 이 가족 성장이 결국 사회 성장이고 의식의 성장이다. 그런 부분에 초점을 맞춰 작업했다."라며 앙리와 콘스탄스의 성장이 극의 주요한 동력임을 밝혔다.

이 작품은 이름만으로 독특한 그림이 예상되는 캐스팅으로 화제에 올랐다. 앙리 할아버지 역에 '꽃할배'인 이순재와 신구, 콘스탄스 역에 27세 동갑내기지만 서로 다른 매력을 뽐내는 박소담과 김슬기가 출연한다. 앙리의 아들 폴 역은 이도엽, 조달환, 폴의 아내 발레리 역에는 김은희, 강지원이 출연한다.

이날 배우들의 소감 역시 두 거목 이순재와 신구를 중심으로 돌아갔다. 후배 배우들은 앞다퉈 "두 선배님과 함께 공연하게 돼 영광"이라며 벅찬 감정을 밝혔다.

 

'디셈버' 이후 3년 만에 무대에 오르는 김슬기는 "저는 선생님들도 (작품)하신다고 해서 대본도 훌륭했는데 작품의 매력이 100% 발산되겠다는 확신이 있었다. 그래서 제 27살 김슬기 인생에 선생님들과 연기하는 영광을 꼭 누리고 싶었고 같이 연기해보니까 연기뿐만 아니라 열정, 삶에 대한 자세까지 열심히 배우고 있다"며 두 선배 배우와 함께한 소감을 밝혔다.

조재현 역시 "두 선생님과는 작업을 계속 해왔기에 작품이 좋으면 하실 거란 확신이 있었다. 결국 작품이 좋아서 하신 거라고 생각되고 다른 젊은 배우들도 선생님들이 캐스팅 됐기에 더 수월하게 작품을 믿지 않았나 싶다."며 작품의 제작이 가능했던 이유가 두 배우의 캐스팅에 있었다고 전했다.

 

활발하고 명랑한 대학생 콘스탄스 역으로 무대에 오르는 박소담은 "이 극을 읽는 내내 입가에 미소가 떨어지지 않았다"며 대본이 재밌음을 강조했다.

또 "작년 이맘때 '클로저'를 하면서 제일 크게 느낀 건 영화도 두 시간 정도 되는 영화가 있고 드라마도 같은 인물로 몇 달을 살지만 연극은 매일 두 시간 동안 같은 인물로 같은 감정을 끌고 가면서 매일매일 성장한다는 느낌이 들 때가 많았다. 끝나면 머리가 아플정도로 그런 집중하는 게 가끔 힘들 때도 있지만, 처음엔 너무나 '살아있음'에 재미를 느끼다가 한 달 정도 지나니 매일 같은 걸 반복하는 제가 맞나 싶을 때가 있었다. 같은 걸 매일 하니까 '내가 잘하고 있나? 기계적이지 않을까?' 고민하기도 했는데 그 때마다 상대배우의 눈을 보면 정신이 번쩍 들었다"고 밝히며 연극을 통해 성장한 자신을 되돌아보기도 했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특히 이번에는 저만 그런 게 아니라 다들 선생님들을 보면 저도 모르게 자꾸 웃음이 나고 마음이 콩닥콩닥 떨린다. 이번에 무대 서면 그런 떨림이 더 크게 느껴질 것 같아서 스스로도 긴장도 되고 기대가 된다."라고 두 '앙리'와의 작업에 기대감을 표했다.

김은희 역시 "일단 선생님들이 워낙 유쾌하게 현장을 이끌어 주셔서 나이차이가 어마어마하게, 아니 조금 나는데도(웃음) 즐겁게 연습할 수 있는 것 같다. 다른 배우들도 너무 밝은 분들이라서 연습이 너무 재밌다"고 말했다.

두 배우도 언제나 젊은 배우들과의 열린 작업에 앞서는 선배다운 발언으로 좌중을 휘어잡았다.

이순재는 "사실 제가 올해는 드라마를 안하는 걸로 알고 있었다. 작년 말부터 사랑해요 당신 등으로 무대에 계속 올랐다. 후반기에 비니까 한 편 더하자고 했고 또 제작자가 누구냐. 조재현이다. 내가 도망갈 수 없는 상황이다(웃음). 그래서 욕심을 냈는데 드라마가 같이 시작돼서 좀 벅차지만, 신구 배우와 같이 하기에 나눠서 하면 충분히 할 수 있지 않나 싶다. 작품이 좋아서 덤볐는데 좀 과욕이 아닌가 싶지만 열심히 하겠다"며 바쁜 스케줄에서도 계속해서 무대에 오르려는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내비쳤다.

신구는 어떻게 젊은 배우들과 유연하게 작업하는지 묻자 "세대 차이라고 하는데 그건 물리적인 숫자의 차이 아닌가. 그거 없다고 생각하면 일대일. 인간대 인간이다. 그렇게 대하면 해석하기 쉽지 않나 생각한다.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의식이나 생각. 그런 걸 빼고 지금 잘하고 있는 사람들의 의견에 접근하려 노력하면 소통하기 쉬워지지 않나 싶다"라며 모범답안을 제시했다.

 

또 연습 과정에서 김슬기가 피아노를 치는 장면에서 울컥했다던데 어떤 이유에선지 묻자 "연습 시작할 때 (김슬기가)처음 건반 두드린다고 들었다. 가끔 틈날 때마다 건반을 두드리는 거 보고 저게 언제 진전돼서 공연에 보는 사람에게 감명을 줄까 걱정했는데 막상 동작에 들어가서 그 장면을 연주하는데 난 깜짝 놀랐다. 난 음악에 조예가 깊지 않지만, 그 정도 치려면 내재된 실력이 있어야 그만큼 나올 수 있지 싶다. 또 그만큼 열심히 했기 때문에 그렇게 표현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얼만큼 노력했을까 싶어서 고맙고 대견했다"라며 후배 배우를 바라보는 따듯한 시선을 드러내기도 했다.

연극 '앙리 할아버지와 나'가 과연 배우들의 바람대로 연말을 따듯하게 녹일 수 있는 작품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남은 한 달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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