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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기의 공연산책] 극단 작은신화의 김연재 작 정승현 연출 반무섭 협력연출의 언덕을 오르는 마삼식을 누가 죽였나
[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pjg5134@munhwanews.com

▶공연메모
극단 작은신화의 김연재 작 정승현 연출 반무섭 협력연출의 언덕을 오르는 마삼식을 누가 죽였나
- 공연명 언덕을 오르는 마삼식을 누가 죽였나
- 공연단체 극단 작은신화
- 작가 김연재
- 연출 정승현
- 협력연출 반무섭
- 공연기간 2017년 11월 3일~12일
- 공연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 관람일시 11월 12일 오후 3시

[문화뉴스MHN 아띠에터 박정기]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작은신화의 김연재 작, 정승현 연출, 반무섭 협력연출의 <언덕을 오르는 마삼식을 누가 죽였나>를 관람했다.

김연재(1995~)는 서울생으로 동덕여자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재학 중이고 <언덕을 오르는 마삼식을 누가 죽였나>로 데뷔를 한 미모의 여류작가다.

정승현은 극단 작은신화 신진연출가다. 서강연극회에서 배우와 연출로 다양한 무대경험을 쌓으며 2001년 국립극장에서 개최된 전국대학연극제에서 <Moon 移住 Project>의 연출을 맡아 금상, 연출상, 특별상을 수상한 바 있다. 2009. 서강대 메리홀 소극장 개관기념공연 <청혼>, 2010. 거창국제연극제 자유참가작, 연기상 수상 <따냐-따냐>, 2012.

서강연극연출가 인큐베이팅 <엉클-바냐 (Uncle-Vanya)> 등을 연출했다. 정승현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시선으로 사회적 문제를 무대화하는 작업에 관심과 열정을 쏟고 있는 발전적인 장래가 기대되는 연출가다.

반무섭은 극단 작은신화 연출, 한국연극협회 회원, 한국연출가협회 회원, 공연과 이론을 위한 모임 공연분과위원장이다. 계간지 “공연과 이론” 편집위원이다. 광주평화연극상 수상, “공연과 리뷰” PAF 연극 연출상 수상했다. <정씨 여자> <해뜨기 70분전> <결혼소동> <아빠들의 소꿉놀이> 그 외의 다수 작품을 연출했다.

1961년 5·16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잡은 박정희 대통령은 6개월 뒤 전국을 떠도는 노숙자와 전과자, 윤락 여성 등을 잡아 들였다. 이른바 ‘사회명랑화사업’이라는 이름을 내걸고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는 이들을 반강제적으로 체포한 것이다.

처음에 잡아들인 인원은 50여명에 불과했는데 이들은 곧바로 열차를 타고 고향을 떠나 어딘가로 향해야 했다. 미리 짐을 쌀 수도 없는 상황에서 달랑 옷가지 몇 벌만을 챙겨 가방 하나만 들고 목적지도 모른 채 떠난 것이다. 그리고 이들은 인솔자에 의해 척박한 곳에 버려지다시피 했다.

“이곳이 어딘가요?” 누군가가 묻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여긴 충남 서산군 인지면 모월리다. 청소년 개척단에 온 걸 환영한다.” 주위를 둘러보니 황량한 바다와 갯벌뿐이었고 이들은 처음 듣는 ‘청소년 개척단’이라는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원래는 염전으로 사용하기 위해 제방을 축조해 놓았지만 이후 염전 사업이 지지부진하면서 결국 방치된 곳으로 이들을 강제 집단 이주시킨 것이다. 1980년대 삼청교육대의 원조 격이라고 할 만한 이 국가적 사업에는 ‘청소년 개척단’이라는 그럴싸한 이름이 붙었다.

군사정권의 사회정화 시책 차원에서 시작된 이 사업은 간단히 말해 갯벌을 농지로 메우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강제 이주된 이들 외에도 여기저기에서 “서산으로 가면 경작지를 준다.”는 소문을 듣고 직접 청소년 개척단에 들어온 이들도 있었다. 그렇게 청소년 개척단은 사회를 정화한다는 야심찬 계획 하에 1961년 11월에 시작됐다. 하지만 이들의 생활은 참담함, 그 자체였다.

잠 잘 곳이 없어 추운 겨울에도 산비탈에 땅굴을 파고 지내야 할 만큼 시설이 열악했기 때문이다. 부모나 형제들이 찾아와 수용자를 만나고 가는 일도 있었지만 도주하지 못하도록 밤에는 서치라이트까지 이용해 감시를 할 정도로 분위기는 살벌했다. 그들에게 자유는 없었다.

억울하게 끌려 왔다가 가족이 나타나 뒤늦게 신원을 확인시켜 줘 가까스로 풀려나는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청소년 개척단 수용자들은 매일 줄지 않고 늘었다. 처음 50명으로 시작한 청소년 개척단은 이후 남녀를 모두 합쳐 3천여 명으로 불어날 만큼 규모가 커졌다.

수용자들 중 100여 명이 추위와 배고픔을 이기지 못하고 죽었지만 그래도 수용자 수는 급속도로 불어났다. 매일 사회에서 방황하는 이들은 이곳으로 실어 왔기 때문이다. 한 번에 200명씩이나 이곳으로 이송된 적도 있다.

청소년 개척단은 아침에 점호를 하고 구보를 한 뒤 곧바로 작업에 들어가는 등 철저히 군대처럼 움직였고 자체 감시원을 둬 서로를 감시하기도 했다. 건장한 감시원 60명이 20명씩 3교대로 강제 이주자를 24시간 감시했는데 탈출을 하다 붙잡힐 경우에는 무차별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말 그대로 청소년 개척단은 창살 없는 감옥과 같았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연일 이 청소년 개척단 수용자들이 과거의 잘못을 뉘우치고 서산에서 농경지를 일구며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이 보도에 감동한 젊은이들이 언론사로 찾아가 “나도 서산으로 보내 달라.”고 사정하기도 했다.

이들이 무려 5년 동안 개간한 토지만 하더라도 약 80만 평에 이른다. 5년 동안 마땅한 장비도 없이 직접 손으로 메운 토지가 이만큼이나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청소년 개척단이 문을 닫은 이후로 대부분은 이곳을 떠났고 남은 이들은 몇 없었다.

서순군수가 세대 당 3천여 평씩을 무상으로 분배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가 분배’였다. 목숨을 걸고 죽어라 일을 해 이 땅을 실제로 손에 넣은 이들은 거의 없었다. 대부분은 곧바로 자유를 찾아 떠나면서 청소년 개척단에서의 생활을 빨리 잊으려 했지만 265세대는 정부를 상대로 기나긴 싸움에 들어갔다.

하지만 50년이 가까워지는 지금까지도 이들에 대한 국가의 보상은 극히 부족한 상황이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지난 2011년 당시 개간에 참여한 이들의 요구대로 개량비를 인정하라는 의견표명을 했지만 이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아직까지도 권익위원회의 의견표명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그런 사이 당시 강제 이주해 목숨을 걸고 일을 했던 이들은 대부분 노령으로 기나긴 싸움을 포기하고 있다.

무대는 정면 벽에 1.5m 높이의 계단형식으로 된 단을 만들고, 그 단을 하수 쪽으로 돌아 무대 중앙의 작업장으로 내려오도록 만들었다. 단에는 여기저기 어망을 걸쳐놓아 바닷가 인근에 있는 장소임을 나타내고, 출연자들 중 감시자는 군대 정복차림에 총기와 몽둥이를 소지하고 호루라기를 사용한다.

남녀 청소년 개척단원은 작업복차림으로 등장하고 삽과 짐바구니를 사용한다. 식사시간에는 바퀴가 달린 수레에 음식담긴 통을 운반해 오면 각자 식기를 들고 급식배급을 받는다.

연극은 도입에 15일 동안 수용소를 탈출했다가 제 발로 되돌아 온 여인과 그를 대하는 감시원과 개척단원의 모습에서 시작된다. 감시원은 여인을 몽둥이로 구타하고 개척단원은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선글라스를 착용한 단장이 등장하고 감시원이 여인을 구타하는 장면이 벌어진다. 또한 단체로 개척단원을 물통에 머리를 박도록 한 다음에 한참 있다가 일어서게 하는 동작을 반복시키고, 몹시 배가 고파하는 경우에는 건빵 몇 개를 던져주기도 한다.

개척단원 중 충성을 다하는 단원에게는 담배를 몇 개비 나눠주기도 한다. 감시원은 작은 이유로 개척단원을 개 패듯 구타하고 발로 짓밟는가 하면 총 머리로 짓 이기는 모습이 연출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의 나치가 유대인을 강제 수용했던 아우슈비츠(Auschwitz)에 뒤지지 않는 장면이 계속 연출된다. 수용인물 중 형제도 있고, 그 중 아우가 마 삼식이라는 이름을 가졌다.

정신병자 같은 인물이 있는가 하면, 성매매를 하다가 붙잡혀 온 여인도 있고 시를 쓴다는 청년도 있다. 각자 나름대로의 신상명세가 전해지고, 그들이 염전을 농토로 바꾸고 완성이 되면 후에 한 뼘의 농지를 얻게 된다는 희망이 영원한 암흑 속에서 한 가닥의 빛처럼 묘사된다. 개척단원은 남의 급식을 빼앗아 먹기도 하고, 건빵 한 개에 결사적으로 손을 내밀고, 담배 한 개비에 행운을 잡은 듯 기뻐하지만, 개척단원 수용소는 최악의 범죄자 수용소처럼 인권의 사각지대로 연출된다.

개척단원 중에는 견디지 못하고 기진맥진해 바닷물에 휩쓸려 가 죽기도 한다. 그러나 마삼식은 그런 와중에서도 따뜻함을 동료들에게 보이고, 의지할 곳 없는 자신에게 일자리와 거주지를 마련해 준 것을 신께서 내려주신 은혜로 생각한다. 그런데 정부에서 이 수용소를 폐지하고 수용자를 전원 석방시키라는 명령이 하달된다. 감시자나 수용자나 반신반의하면서도 석방조처에 환영의사를 표한다.

마삼식 형제도 이 조처에 따라 수용소를 떠나려 한다. 그런데 마삼식은 형에게 그대로 남아있겠다는 의사를 나타낸다. 형이 놀라고 동생을 끌어서라도 이곳에서 떠나게 하려하지만 마삼식의 의지는 철석같다. 형은 동생을 홀로 둔 채 떠난다. 마삼식은 평소 일하던 작업장으로 내려선다. 작업장에는 도입에 탈출을 시도했다가 되돌아온 여인이 서있다.

마삼식을 발견하고는 그녀는 삽을 들고 마삼식에게 가까이 다가선다. 그리고 마삼식을 죽이겠다는 의사로 삽을 번쩍 치켜드는 장면에서 암전과 함께 연극은 끝이 난다.

현대철, 임형택, 박지호, 서광일, 이규동, 박상훈, 이승현, 지성훈, 송성현, 김성준, 박소아 등 출연자 전원의 성격창출과 호연 열연은 한편의 지옥도를 그려내는 듯싶다.

무대 의상 김혜지, 조명 노명준, 음악 김동욱, 조연출 이홍근, 무대감독 홍지혁, 오퍼레이터 양어진 한주화 지성근 등 스텝 모두의 열정과 노력이 하나가 되어, 극단 작은신화의 김연재 작, 정승현 연출, 반무섭 협력연출의 <언덕을 오르는 마삼식을 누가 죽였나>를 성공적인 공연으로 만들어 냈다.

 
    박정기 | pjg5134@munhwa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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