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ly(러블리)'와 'Lovable(러버블)'의 차이, 그리고 리더의 자질에 대해

   
[글] 문화뉴스 아띠에터 미오 jy3308@mhns.co.kr 좋아하는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여주인공 이름이자, '미혹됨과 깨달음'을 통틀어 의미하는 말. 연세대 임상심리학 석사 과정을 마치고 현재 임상심리전문가로 활동중.

[문화뉴스] 황정음과 박서준. 함께 출연했던 '킬미, 힐미'에서 이루어지지 못했던 두 배우가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에서 다시 만났다. 전작에서 우애좋은 남매의 사랑으로 마무리했다면 이번에는 남녀 주인공으로 함께 하며 한층 물오른 케미를 보여준 두 사람. '하이킥'을 썼던 작가의 작품답게 유머와 약간의 과장됨이 감칠맛 나게 가미되었던, 등장인물들의 연기도, 이들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꽤 괜찮았던 작품. '그녀는 예뻤다'에 대해 말해보자.

어릴 적 친구였던 혜진(황정음)과 성준(박서준). 인기 많았던 혜진과, 외모도 성격도 찌질한 소심소년이었던 성준은 어울리지 않는 듯하지만, 우연한 계기로 단짝이 되어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가 된다. 갑작스런 성준의 미국 이민으로 헤어지게 된 둘은 15년 만에 재회하게 되는데, 외모뿐 아니라 능력, 직업에서까지 환골탈태해 유명잡지 '모스트지'의 한국지사 부편집장이 되어 돌아온 성준에 비해, 기울어버린 가세부터 성적도 외모도 점차 잃어, 지금은 취직만을 기다리는 못난이 취준생 처지인 혜진. 결국, 자신의 모습 그대로 첫사랑 앞에 당당히 나타날 자신이 없는 혜진은 함께 사는 절친 '하리(고준희)'에게 자신의 대타로 성준을 만나달라고 부탁한다.

하지만 어렵게 입사한 회사에서 필연인지 악연인지 결국 성준과 만나게 되고, 성공했지만 독단적인 워커홀릭인, 예전과 영 다른 성격이 되어버린 성준과 자꾸 부딪히게 된다. 예전의 빛나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지만, 여전히 밝은 심성의 소유자 혜진이 성준과 서로 알아볼 수 있을지, 다시 만난 이들이 어떤 인연이 될지.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스토리라 하겠다.

'그녀는 예뻤다'에는 해결해야 할 두 가지 커다란 과제가 등장하는데, 바로 '이 둘의 사랑이 이루어질 것인지'와, '모스트지의 폐간 여부'이다. 대타로 나가 성준에게 반해버려 자신의 이름을 속이고 '혜진'인 척하면서라도 그를 만나고 싶은 혜진의 절친 '하리'와, 정체를 알 수 없지만 흉내낼 수 없는 똘끼와 의외의 따뜻함으로 혜진에게 자꾸 존재감이 커지는 잡지사 선배 '김기자(최시원)'의 방해가 있긴 하지만, 애초에 남녀 주인공인 성준과 혜진의 사랑은 아마도 이루어지지 않을까 싶었다.

   
 

동종 업계 1위 탈환을 하지 못하면 폐간될 위기에 처한 모스트지의 존속 여부는 마지막 화가 되어서야 답을 내리며 스토리의 긴장감을 이어갔지만,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된다.

'과거 첫사랑이었던 두 사람이 어른이 되어 예전과는 전혀 달라진 모습으로 다시 한 번 사랑에 빠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해보면 상당히 뻔한 주제를 다루었고, 결국은 못난이였던 혜진이 예쁜 외모를 되찾으며 사랑이 이루어지는 게 아닌가 싶은 전형적인 스토리. (사실은 주근깨투성이에 파마머리 못난이 코스프레를 했을 때도 황정음의 얼굴은 그다지 못나 보인 적 없다는 의견들도 꽤 있긴 하다.) 그러한 와중에 이 드라마가 정말 처음의 의도대로 외모가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데 성공했을까?

'혜진이라는 사람', 그리고 '사랑스러움'에 대하여

'막돼먹은 영애씨' 정도의 캐스팅이 아니라면 '내 이름은 김삼순'의 '삼순이'에 대해서도 사람들은 '저 여자 주인공이 정말 현실의 못난이 같지는 않잖아'라고 생각한다. 이목구비가 황정음인데, 양 볼을 주근깨로 가득 채우고 울긋불긋 분장하든, 뽀글뽀글 아줌마 펌을 하든, 유치 뽕짝 센스제로의 옷을 입든, 그래 봐야 '예쁘지 않냐'는 자조적인 반응이랄까.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극 중 '혜진'이라는 인물에게서 여성적인 매력을 찾기 쉽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얼굴이야 어찌 망쳐놓아도 연예인이 맞지만, 그녀의 딱딱하고 어색한, 다소 남성스럽기까지 한 말투는 후반부에 가서는 살짝 지겨워지기도 한다. 정말 참 착한 여자구나 싶지만, 사실 착하다는 이유로 우리가 사랑에 빠지지는 않으니까. 힘들었던 성장 과정을 거쳐오며 이미 많이 수그러들고 위축된 그녀에게서 여성적인 매력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자신 있게 나 자신을 사랑하는 여자가 매력적인 이유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그렇다고 과하게 씩씩한 그녀는 실수투성이의 모습을 보이며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타입이라기에도 조금 부족했지 싶다.

   
 

개인의 취향에 따른 차이는 있겠지만, 여성적인 매력만을 따지자면 '혜진'보다는 그녀의 친구로 등장하는 '하리'에 끌리는 남자들이 많은 게 현실에 가깝지 않을까. 하지만 드라마 속 두 남자 '성준'과 '신혁'은 하리가 아닌 혜진에게 끌린다. 표면적으로 자신들이 그래야 할 이유가 전혀 없어 보이는 대상이기에, 처음 그런 감정이 들고, 그것을 스스로 알고 인정할 때까지 약간의 시간이 필요하기도 한 그들이었다.

이 둘이 혜진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 것은 어떠한 면에서 닮았는데, 외모적인 부분이 아닌 그녀의 내면에 마음이 움직였다는 점이다. 성준은 어린 시절 어머니의 부재를 채워주며 자신이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되어주었던 혜진에게 사랑을 느꼈다. 김기자 역시 그가 그녀를 보내주며 가장 마지막 순간, 여자고 무엇이고를 떠나 '인간 김혜진'을 정말 좋아했노라고 말했던 것처럼 '인간으로서 그녀'를 보았던 사람이었다. 그래도 그녀가 덜 예뻤다면 이 둘이 사랑의 감정을 느끼지 못했을 거라 생각하는가? 사실 개인적으로는 배우 황정음의 코믹오버연기는 '하이킥'이 시작이었고, 지난 '킬미, 힐미' 정도까지가 가장 적절했다고 본다.

   
 

이번 작품에서의 연기는 후반부로 가며 다소 거슬린다 싶어질 정도로 과해진 느낌이 없지 않다. 예쁜 얼굴에 혹했더라도 '아…이 여자 깬다' 싶은 마음이 들만한 장면도 종종 등장한다. 정말 '예쁜 여자'였던 과거 우결에서의 그녀가 캐릭터를 위해 자신을 이만큼 놓아버릴 수 있는 배우가 되었다는 점이 놀랍기까지 하다.

어쨌든, 황정음이 연기한, 한없는 착함과 배려로 무장한 '김혜진'은 사랑스러웠다

여기서 말하는 '사랑스러움'은, ' 러블리(lovely)'가 아닌 '러버블(lovable)'을 뜻한다. 얼핏 비슷한 말로 들릴지 모르지만, 러블리가 블링블링 빛나는 예쁨에 가깝다면, 러버블은 사랑받을 만한 사람을 의미한다. 모든 이가 러블리해야할 필요는 없지만, 모든 사람은 그 존재만으로 러버블하다. 상담 장면에서 낮은 자존감으로 힘들어하는, 그중에서도 '예쁘지 않은 외모를 가진 나를 아무도 사랑할 리 없다'는 믿음을 가진 내담자들은 자신들에게 남들이 좋아하고 예뻐할 만한 부분이 없어 사랑받을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어떻게 더 나은 외모를 가질 것인가'가 아니라, '나 스스로, 그리고 내 주변 사람들이 좋아하는 나의 모습이 무엇인지를 찾고 그 부분에 집중하는 것'이다.

우리가 나의 소중한 친구 혹은 가족을 좋아하는 이유가 '그들의 외모가 아름다워서'가 아니듯, 내가 누군가에게 '알고 지내며, 함께 이야기하고 무언가를 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 '힘든 일이 있을 때 의지하고 싶은 누군가'가 된다는 것. 그렇게 남자 혹은 여자를 떠나 '인간 아무개의 매력'을 찾기 시작하는 것이 그 깊은 수렁 속에서 빠져나오는 시작점이 된다. 하리가 분명 더 예쁘고 러블리할지 모르지만, 러블리가 아닌 러버블의 문제였기에 혜진에게 승산이 있었던 게 아닐까.

Bonus Q. '성준의 결정'은 누구를 위해서였나?

어렸을 적 외모든 능력이든 자신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성준은 커가며 자신을 가꾸고 채찍질해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것을 갖춘 사람이 되는 법을 알아갔다. 그 방식대로 직장에서도 워커홀릭의 모습으로 일해 결국 자신이 태어난 한국 지사의 부편집장으로 최연소 부임한다. 그리고 이제 자신의 소관이 된 '모스트지'를 최고의 자리에 올려두어야 한다는 책임과 사명감으로, 팀원들,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을 가장 세게 채찍질하며 목표를 달성하려 애쓰던 성준. 그가 간과했던 것이 있다. 바로 그 과정에서 누군가와 소통하며 일하거나, 함께 나누며 일하려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리더가 갖추어야 할 자질이란 무엇일까? 우선 어리석고 멍청한 리더보다 나쁜 것은 없다. 왕위계승이라든지 소위 낙하산이라는 것은 그래서 문제가 된다. 출신보다 우선으로 갖추어져야 하는 것은 바로 '일을 할 수 있는 역량'이다. 성준은 이 부분에서는 충분히 합격이었다. 하지만 그다음 요건, '소통할 줄 알고 독단을 부리지 않는 리더'라는 부분에서 실격이었다. 리더가 착할 필요는 없다.하지만 자신이 책임져야 할 이들을 살피고, 더 많은 사람에게 이득이 되는 길을 택할 줄 알아야 한다.

성준은 모스트지가 1위를 탈환하지 못하면 폐간될 거라는 사실을 팀원들에게 숨기고 혼자 안고 가는 길을 택했다. 그 결과 사실이 밝혀진 순간, 독단이었다는 비난과 외면을 받으며 모두가 그에게서 등을 돌려버린다. 사태를 풀기 위해, 팀원 한 사람 한 사람을 찾아가 '당신이 필요하니 돌아와 달라'고 호소했다는 것은 그가 변화하고 성장했음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리라. 하지만 그는 마지막 순간에도 결국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고 생각한다. 모스트지의 판매부수를 높이고, 폐간을 막기 위해 모두의 이목이 주목될 만한 인물과의 인터뷰가 필요했던 모스트지는 결국 자력으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김기자는 자신이 '텐'이라는 가명을 쓰는 베스트셀러의 작가였음을 밝혀 자신의 희생으로 모스트지를 살리고자 한다. 하지만 선택의 키를 손에 쥐게 된 성준은 고민 끝에 누군가의 개인사를 이용해 1위 탈환을 하는 것은 진정한 실력이 아니라고 생각해 그 패를 결국 이용하지 않기로 한다. 이런 그의 결정은 얼핏 목표 달성이라는 결과에만 치중하지 않는 멋있는 것이었다 보일지 모르겠지만, 어쩌면 이번에도 그와 함께했던 팀원들의 생각은 달랐을지 모른다. '이런 식으로 비겁하고 구차한 성과를 이뤄낼 수는 없다', '나 스스로 떳떳하지 않다'. 그런 생각으로 성준은 마지막까지도 스스로를 위한 이기적인 선택을 했던 것은 아닐까. 리더인 당신, 언젠가 리더가 될 당신이 생각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요기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문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