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지난 9일 오후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서울예술단 창작가무극 '칠서'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칠서'는 오는 10일부터 17일까지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공연되는 작품으로 17세기 조선 광해군 시대, 세상을 바꾸려다 실패한 일곱명의 서자들과 그들을 모델로 '홍길동전'을 쓴 허균을 재조명한 팩션 사극이다.

허균 역에 정원영, 광해 역에 박강현, 서양갑 역에 박영수, 칠서 역에 최정수, 정지만, 김용한, 강상준, 이기완, 신상언, 초희 역에 송문선, 서울예술단 단원들이 출연하는 이 작품은 프레스콜을 통해 전체적인 작품을 설명하고 백성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프롤로그인 '일어선다'와 '용은 어디에', 허균의 솔로넘버 '위험한 이야기', 불안한 국제 정세 속에 어지러운 광해군의 솔로넘버 '외줄 위의 용상', 칠서들의 우정을 그린 '강변칠우 part1'까지 총 5개 장면을 시연했다.

 

이날 시연한 장면들은 대규모 세트 등이 동원된 대극장 창작 뮤지컬이면서 상업적이지 않은 서울예술단만이 보여줄 수 있는 노선을 잘 살린 장면들로 구성됐다. 또 작품 전면에 내세운 신분 차별, 평등한 세상 같은 이야기는 '칠서'를 통해 현재의 우리 모습을 되짚어 보려는 의도가 뚜렷했다.

최종실 예술감독은 "2017년 서울예술단 마지막 공연 '칠서'는 역사가 짧게 기록한 일곱서자의 꿈과 모험, 그들과 함께 새로운 세상을 꿈꾼 허균이 쓴 홍길동전의 뒷 이야기를 엮은 픽션 사극이다"라며 작품을 소개한 뒤 "'칠서'는 서울예술단 대표 레퍼토리인 '잃어버린 얼굴 1895'(이하 잃얼)의 장성희 작가, 민찬홍 작곡가의 만남으로 기획 단계부터 큰 신뢰를 받았다. 단단하고 묵직한 대본과 칠서들의 기상이 느껴지는 강렬한 음악은 이 작품의 핵심이 될 것이다. 또 노우성 연출을 비롯한 창작진의 열의에 이 자리를 빌어 깊은 감사드린다. 부디 역사가 채 담지 않은 잃어버린 일곱 명의 홍길동 이야기가 많은 관객의 마음 속에 와 닿길 바란다."며 인사말을 남겼다.

▲ 기자간담회 참석 중인 최종실 예술감독, 나정윤 음악감독, 이정윤 안무가, 김성수 음악 수퍼바이저, 장성희 작가, 노우성 연출, 민찬홍 작곡가.

그의 말대로 이번 작품은 서울예술단의 역량이 집중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 화려한 창작진이 모였다. 장성희 작가와 민찬홍 작곡가 외에도 이정윤 안무가, 나정윤 음악감독, 그리고 여러 작품을 함께하며 좋은 호흡을 과시한 노우성 연출과 김성수 음악 수퍼바이저가 서울예술단 작품에서 다시 한 번 뭉쳤다.

이에 노우성 연출은 "연출가에게 오디션을 보고 뽑은 배우와 함께하는 것과 서울예술단처럼 오랜 역사와 숙련도를 가진 배우들과 함께하는 작업은 차이가 있는 것 같다"며 입을 뗐다.

이어 "가무극이란 이름에 어울리는 춤과 노래, 드라마가 유기적으로 연결되게 만들기 위한 욕심을 예술단과 함께하며 더 구체적으로 냈다. 최선을 다한 만큼 만족스럽게 만든 장면들이 나름 있다. 어떻게 그 세 가지가 유기적으로 돌아가는지, 또 예술단만의 색깔과 예술단이기에 할 수 있던 장면들이 무엇인지 찾아와서 확인해주시기 바란다"며 소감을 밝혔다.

▲ 기자간담회 참석 중인 배우 정원영(좌측 두 번째)부터 오른쪽으로 박강현, 박영수, 최정수, 정지만, 김용한, 강상준, 이기완, 신상언.

김성수 수퍼바이저는 "저희 관계는 불타오르다가 이제 안정기"라며 장난스럽게 답변을 시작했다. 이어 "'꾿빠이, 이상'은 제게 너무 기억에 남을 작품이다. 아주 좋은 기회였고 한 작품 했을 뿐인데 서울예술단과 배우들이 고향같고 가족같다. 이쪽(서울예술단) 마음은 어떨지 몰라도 제 마음은 그렇다"라며 서울예술단의 작업에 감동을 표했다.

이어 "장점은 저희가 다소 건방지게도 대극장에서 작업하는 과정에서 깊이를 만들 수 있는 프로세스가 쉽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서울예술단에서 이런 작품을 만들어주시면 상업성에서 조금 빗나간 욕심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무척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라며 '칠서'가 서울예술단만이 할 수 있는 작업임을 강조했다.

 

한편, 배우들은 젊은 청년으로서 '칠서'들에게 깊이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허균 역을 맡은 정원영 배우는 "서울예술단과 세 번째 도전이다. 늘 작품하며 많이 배운 것 같다. 국사시간에도 이렇게 공부한 적 없는데(웃음) 머릿속으로만 알던 걸 가슴으로 느낀 게 많았고 현 시대의 젊은이들, 나아가 모든 이의 가슴에 불을 지필수 있는 작품이 되면 좋겠다."며 작품에 참여한 소감을 전했다.

이어 "무엇이 진짜 어른인가 생각했다. 온전히 그냥 따라갈 것이 아니라 옳고 그름을 분간할 수 있는 인물. 조금 더 많은 젊은이들이 세상에 귀와 눈을 열어서 멀리 바라볼 수 있고 그래서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게 만드는 작품이 아닌가 싶다"라며 '칠서'를 통해 관객들이 더 넓은 시야를 가지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랐다.

 

박영수 배우는 "창작 초연에 이렇게 많은 킬링넘버가 있을까 싶다. 모든 배우가 짧은 연습 기간에도 작품 노래를 흥얼거린다는 게 쉽지 않은데 모든 넘버가 쉽게 불리고 함께할 수 있었다"라며 '칠서'의 장점을 언급한 뒤 "개인적으로는 가무극, 외부에서는 뮤지컬이라고 하는데 여기서는 배우가 춤, 노래, 연기 모든 걸 다 해야 하지만, 주연들은 보통 격렬한 춤이나 안무를 하지 않는다. 그런데 '서양갑'이란 배역 자체가 안무나 무술, 노래, 연기를 극적으로 왔다갔다해서 '아 이정도 해야 가무극이라고 하는 구나' 싶었다. 리프레쉬될 수 있는 인물을 만난 것 같다."라며 '칠서'의 인물에 만족을 표했다.

 

다소 의외의 장면은 최근 '팬텀싱어2' 결승전을 끝낸 박강현 배우에게 별다른 질문이 나오지 않았던 점이다. 하지만 그도 그럴 것이 슈트를 입던 '팬텀싱어'로서의 모습과 달리 예민하고 날카롭기까지 한 외로움이 느껴지는 박강현의 '광해'는 너무나 달랐고, 두 모습 사이의 유사점을 찾기 어렵게 만들었다.

창작가무극 '칠서'가 혁명에 실패한 일곱 서자처럼 시대의 흐름에 쓸려내려가게 될지, 아니면 짧은 공연 기간이나마 의미 있는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을까. 서울예술단의 2017년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기대가 모인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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