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아띠에터 김효상] 공연을 소개하고 공연을 이야기하고  공연을 만나보는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KBS교향악단 공연기획팀 손유리 팀장을 만났다. 손유리 팀장은 경기도문화의전당 공연기획팀에서 근무했고 아시아문화중심도시 복합전시관 프로젝트팀 연구원으로도 일한 바 있다. 2012년 KBS교향악단이 재단 법인화되면서 공연기획팀을 맡아 지금까지 이끌고 있다.

▲ 플스 85회 게스트, KBS교향악단 손유리 기획팀장

 

[▶]을 누르면 손유리 기획팀장의 인터뷰가 실린 공연전문방송 플레이투스테이지
방송을 들을 수 있습니다.

 

Q. KBS교향악단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ㄴKBS교향악단은 1956년 창단되어 올해로 62년째다. 한국방송공사의 전신 서울중앙방송국에서 시작됐다. 그 이전으로 올라간다면 육군교향악단이 모태가 된다. 당시 육군교향악단에서 활동하던 단원들이 제대할 때 즈음 이들을 기반으로 교향악단을 만든 것이다. KBS교향악단으로 활동하던 중 국립극장으로 편입된 적도 있었고 다시 KBS소속으로 돌아왔다가 2012년부터 재단 법인화가 되어 별도의 운영사무국이 꾸려졌다.

음악감독 요엘 레비의 지휘 아래 연간 100여 회의 공연을 하고 있다. 매달 열리는 정기연주회를 중심으로 시즌별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되는 신년음악회, 어린이 음악회 등의 공연을 하고 문화 소외지역으로 찾아가는 음악회를 연간 25회 정도 진행한다. KBS교향악단은 어느 지자체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전국구 교향악단이라고 할 수 있고 어느 지역에서 공연하더라도 잘 어울리는 장점이 있다.

Q. 연간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어떤 식으로 하는가?
ㄴ 일단 정해진 예산과 범위 내에서 기획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매달 진행되는 정기연주는 음악감독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짜며, 전체적인 프로그램의 방향이나 협연자 부분에서는 음악감독이 먼저 제안을 하지만 공연기획팀에서도 프로그램이나 협연자들을 추천하여 서로 조율한다.
나머지 지방공연이나 이벤트성 공연은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프로그램을 구성한다.

정기연주회 이외의 공연은 대중과 더 가까워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지방공연을 할 경우 초청한 지역에서 성악가를 출연시켜달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음악만 연주하는 것보다 성악가를 통해 한국가곡을 들려주면 지역민들도 좀 부담 없이 공연을 즐긴다. 또한, 우리를 초청하는 지역 출신의 훌륭한 연주자가 있으면 협연하는 경우도 많다.

 

Q. 방송사와 연관되어있어 여느 공연단체보다 홍보에서 수월할 것 같은데 방송국과 어떤 협력관계를 가지나?
ㄴ 먼저 정기연주회 같은 경우는 KBS방송국 TV광고를 하고 방송권을 가진다. KBS 역시 우리의 콘텐츠를 방송으로 활용하게 되는 이점이 있다. 반면에 방송사의 교향악단이라는 이유로 다른 언론에서 관심을 덜 보이는 것이 조금 아쉬운 점이긴 하다. 이뿐만 아니라 KBS 클래식FM에도 정기적으로 출연하고 있고, 찾아가는 음악회 등을 함께 진행하며 지속적인 홍보를 하고 있다.
 그리고 KBS 드라마 OST도 우리 악단에서 많이 녹음에 참여하고 있다.

 

Q. 고정적인 후원자나 회원은 어느 정도이며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가?

ㄴ 현재 후원자가 약 1천여 명이 있는데 연간 12회의 정기연주회 공연을 패키지로 미리 구매한 사람들을 말한다. 후원회원이 되면 매번 정기연주회 때 자신이 지정한 좌석에 앉을 수 있다. 원하는 자리의 선택권을 미리 주는 것이다. 사실 전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공연에 대한 후원이나 기부문화가 활성화돼있지는 않다. 우리 악단도 이것을 잘 알고 있고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활성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단계다.

 

Q. 몇 년 전 재단법인화에 따른 진통을 겪었다. KBS뿐만 아니라 문화예술단체들의 법인화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ㄴ 처음엔 진통이 있었지만, 지금은 많이 안정화됐고 단원들도 많이 노력하고 있다.
예술가들이 법인화에 대해 두려워하는 이유는 고정적인 예산 배정을 받지 못하거나 지원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재단법인이 되었다고 해서 지원이 삭감된다는 것은 막연한 추측이다.

난 개인적으로 재단법인화는 예술단체에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어떤 예술단체가 법인화가 된다고 해서 완벽하게 독립된 기관이 될 순 없다. 그런데도 장점이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법인화가 되었을 때 예술단체들이 운영 면에서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훨씬 더 자유롭다는 것이다. 물론 법인화가 되면 예술단체들도 재정자립도를 조금씩 올려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 게다가 예술단체가 출연기관으로부터 아무리 독립성을 유지한다 하더라도 완벽하지 않을뿐더러 사실 과연 어느 선까지가 단체의 독립성을 유지하는 것인지도 명확히 규정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서로 간에 지속적으로 의견을 내면서 균형을 맞춰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 KBS교향악단 여수음악제 공연(신영옥협연)

Q. 우리나라 클래식 연주자들의 수준이 상당히 높은 것으로 안다. 그에 비해 관객층의 형성이 빈약한 것 같다.
ㄴ 매번 우리 악단의 연주가 최고라는 자부심으로 무대에 올라가는데 시장이 뒷받침되지 못하는 것이 안타깝다. 사실 우리나라 연주자들은 세계 어디에서도 인정받는데 왜 관객층이 얇은가를 돌이켜본다면 결국 교육 얘기까지 거슬러 올라가게 된다. 요새는 일반 학교에서 입시 위주의 교육이 더 강화된 것 같다. 그래서 청소년기에 음악시간에 지그시 앉아서 감상해보는 시간이 얼마나 있는지 의문이다. 학교로 진출하게 되는 음대생들을 강의하는 일이 있는데 그들에게 내가 꼭 부탁하는 것이 바로 사명감을 가져달라는 것이다.

 음악이나 연극 무용 등 다 마찬가지겠지만 어떤 공연을 일반 사람이 불쑥 보러 갈 마음을 먹기가 쉽지 않다. 반드시 어릴 때부터 교육 때문에 그런 습관을 들였을 때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음악은 단답식으로 외우는 교육이 되어선 안 된다. 내가 모차르트교향곡 몇 번을 들었는가보다 그것을 제대로 감상할 줄 아느냐가 중요하다. 미국의 오케스트라는 기업들의 후원으로 청소년들을 위한 공연을 많이 한다. 그것을 의무적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인식이 부족하고 점점 약해지고 있다.

클래식 공연장을 가보면 아무래도 관객연령대가 높은 것을 느낄 수 있다. 젊은 층 관객유입을 고민해야 한다. 유명인을 이용한 스타마케팅으로 젊은 관객을 이끌 수는 있겠지만 그것도 일시적일 것이란 생각이 든다.

 

Q. 클래식 전공자 대상의 교육도 문제점이 있지는 않은가?
ㄴ 최근 문제로 지적되는 것이 바로 콩쿠르 위주의 교육이다. 콩쿠르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다른 분야처럼 예술도 경쟁의 논리를 가지고 있다. 서로가 잘하기 위해서 경쟁하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단지 콩쿠르만을 위한 교육이 되어선 안 된다는 점이다. 클래식 전공자에 대한 교육에 있어서 예술적인 경쟁력과 그들의 내면을 같이 만들어가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교향악단에서 신입 단원을 뽑을 때 솔로 부분과 오케스트라 곡을 둘 다 연주시킨다. 그러면 연주자들이 솔로파트는 잘하지만 오케스트라 곡에 대한 이해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다. 우리나라 교육이 솔리스트 위주의 교육이다 보니 그렇다고 생각한다. 반면에 외국은 앙상블 위주의 교육이 많다. 최근엔 외국 연주자들이 우리 오케스트라에 지원을 많이 하고 실제 뽑혀서 활동하고 있다. 그 외국인 신입 단원들은 앙상블연주에 대한 이해가 높다.

▲ KBS교향악단 손유리 기획팀장

Q. 솔리스트 연주자나 오케스트라 연주자의 차이점이 있다면?
ㄴ 솔리스트나 오케스트라 연주자나 모두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성취도나 완벽함을 추구하는 데 있어서 양쪽 다 비슷하다. 예술가는 다 예술가다. 단지 다른 점은 솔리스트는 자신만의 연주를 하는 것이고 오케스트라단원은 전체의 음악을 하는 것이다. 솔리스트는 무대에서 실수했을 때 자신 혼자 비난을 받거나 그것을 감당하면 되지만 오케스트라단원은 자신의 실수로 혹시 단원전체가 욕을 먹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오히려 부담감이 클 수도 있다. 공연이 끝나고 단원들과 얘기를 나눠보면 잠을 못 잘 정도의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들도 있다.

Q. 공공단체를 많이 경험해 본 것 같다.
 공공예술단체들의 시스템을 언급한다면?
ㄴ 지금 우리나라에는 공연장이 많다. 그동안 지자체의 추진사업으로 일단 공연장을 짓는 것에 치중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업적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하드웨어인 공연장을 채울만한 소프트웨어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
대학 시절 예술의 전당을 가봤을 때 많이 황량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구나 자유로이 오가는 공간이 됐다. 꼭 공연을 보지 않더라도 공간에 사람들이 모이고 그 공간을 이용하게 만드는 고민도 필요하다. 이것은 당장 성과를 보기 위한 단기적인 사업계획으로는 안되고 전문가집단이 모여서 장기적인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Q. 다른 공연 장르의 사람들이나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ㄴ 일단 타 장르 예술을 하시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클래식 하는 사람들은 부유하고 부르주아 같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오해는 없었으면 한다. 넉넉하게 공연예술을 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관객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클래식은 어렵다’는 전제를 이해해줬으면 하는 것이다. 지난번 악단에서 대학생 서포터즈를 모집했는데 면접 보러 온 거의 모든 대학생이 했던 말이 어려운 클래식을 관객들이 좀 더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처럼 클래식이 어렵기 때문에 해설이 있는 음악회가 늘어나고, 공연 전에 강의를 곁들인 렉쳐콘서트 등이 생겨난 것이다.

관객들에게 쉽게 다가가는 공연기획도 좋지만, 클래식이 어렵다고 해서 마냥 쉽게 가려 하고 귀에 익은 곡만을 연주할 수는 없다. 어려운 곡을 끝까지 듣고 감상해보는 관객들의 마음가짐도 필요하다고 본다. 그래야 관객도 성장한다. 어쨌든 클래식은 서양음악이고 어려운 음악이라는 것을 기본적으로 이해해줬으면 한다.

▲ 플스 85회 방송을 마치고.

 

 

[글] 아티스트에디터(아띠에터) 김효상. 플레이티켓 대표·공연전문프로그램 마포FM 김효상의 '플레이투스테이지' M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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