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가 있는 날·문화융성을 선도합니다…<문화뉴스>] 씬 스틸러(Scene Stealer)'.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 장면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배우들을 말한다. 이들은 뛰어난 연기력으로 주연처럼 주목받는 조연배우들이다. 문화뉴스의 [대한민국 탑 아트스틸러]는 대중적인 주류는 아니더라도 각자의 분야에서 큰 인정을 받으며 My way'를 걷고 있는, 우리 문화예술계를 빛내고 있는 소중한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코너다.

   
 

솔로대첩, 물총축제, 커플런. 누구나 들었을 법한 축제들이다. 이 굵직한 축제들을 만든 사람이 바로 '무언가'의 한길우 대표다. 한 대표는 벌써 15년이 넘게 본인만의 축제를 꾸준히 만들고 있는 문화기획자다. 물총축제, 라면축제 등의 이름에서 느낄 수 있듯이 그의 축제는 단순하고 명확한 것이 특징이다.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더 나아가서는 매주 한 번 축제를 열뿐만 아니라 축제학교, 축제마을까지 만들고 싶다는, 축제와 사랑에 빠진 한길우 대표를 만났다.

뻔하지만, 그래도 첫 질문이니…문화기획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는? 
ㄴ 대학교 다닐 때 총학생회 활동을 했다. 대학생활의 반은 강의실에서, 나머지 반은 대학가에서 보내지 않나? 대학가에서 소비하고, 술 한잔하고, 사람 만나고. 당시 나는 전남대학교 학생이었는데, 젊은 친구들이 홍대, 신촌, 대학로 등 서울의 대학가를 부러워하는 거다. 그때 '(내가 다니는) 우리 대학가가 달라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래서 벼룩시장에서 비보이 행사를 시작한 것이 내 문화기획의 시작점이다. 그러면서 점점 행사의 규모가 커졌고, 어느새 신촌까지 오게 됐다. 

물총축제 이후, 계속해서 신촌에 집중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ㄴ 처음에는 신촌상인연합회의 제안을 받아서 시작했다. 당시 신촌은 홍대, 이태원 등에 비해 상권 면에서 밀려나고 있었다. 그래서 처음에 기획한 프로그램이 '어반 캠핑'이었는데, 안전 문제로 다른 걸 찾다가 물총축제를 생각해냈다. 행사 15일 전에 '물총축제'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었는데 6일 만에 8천 명이 지원하더라. '대박나겠다' 싶었다. 

   
벌써 3회…신촌을 대표하는 축제로 자리매김한 '신촌물총축제'

나는 자신을 '도시 기획자'라고 소개한다. 난 신촌을 바꾸기 위해 문화콘텐츠를 기획하는 것이다. 콘텐츠 기획만 생각했다면 아이템 하나로 여러 군데를 돌아다닐 수도 있었겠지만, 목표의식 때문에 신촌에서 계속 기획을 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과연 신촌이 달라질 수 있을까?'라는 고민은 계속 이어지고 있지만. 

문화기획을 이어나가기 위해 법 공부를 따로 했다고 들었다. 문화기획자로서는 특이한 행보다.
ㄴ 법 공부를 따로 했다기보다는…2009년에 노무현 전 대통령 국상 등으로 공연계가 거의 전멸했는데. 그때 졌던 빚을 갚기 위해 변리사 공부를 시작했고, 그걸 계기로 지적 재산권 공부도 하게 됐다.

우리가 서 있는 '길'은 공유지다. 나의 문화기획 같은 경우에는 연세로를 장악하는 게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선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만 차 없는 거리를 만들고 그 자리에 예술 콘텐츠를 채울 수 있다.

그중에서 물총축제가 많이 소문이 났던 거고, 하지만 그 사이에 기업 브랜드 축제가 들어오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다. 기업이 홍보만을 위한 축제를 만들어서는 안 되니까. 이에 대한 두 가지 해결책이 있다. 첫 번째, 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수입원을 통해 독자적인 콘텐츠를 만드는 것. 두 번째, 기업의 지원을 받으면서 유연한 브랜딩 속에 축제의 정체성을 살려내는 것. 물론 이 두 가지가 잘 맞물리면 보다 균형 잡힌 방안이 나올 수 있겠지만.

최근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은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편집자주-도시에서 비교적 빈곤 계층이 많이 사는 정체 지역에 저렴한 임대료를 찾는 예술가들이 몰리게 되고, 그에 따라 이 지역에 문화적/예술적 분위기가 생기게 되자 도심의 중상층/상류층들이 유입되는 인구 이동 현상. 한 지역의 임대료 시세가 올라 지금까지 살고 있던 사람들(특히 예술가들)이 살 수 없게 되거나, 지금까지의 지역 특성이 손실되는 경우를 말한다.) 

건물주의 의식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결국엔 직접 건물주가 되는 것이 문제의 궁극적인 해결방안이지 않을까 생각도 한다. 협동조합 방식으로든 내가 돈을 모으든. 거리, 골목을 넘어서 사적인 공간인 건물까지 장악한다면 하나의 혁신이니까, 이 일이 개인 자본으로 가능할 지에 대해서는 계속 고민해봐야 한다.

   
 

솔로대첩, 물총축제, 커플런…다양한 프로그램을 기획했는데,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을 꼽는다면? 
ㄴ 2000년도에 광주에서 진행한 비보이 프로그램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나의 첫 문화기획이었다. 대학가를 바꾸기 위해 매주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야심찬 포부로 시작했다. 그런데 당시 행사를 진행할 돈이 없어서 내 등록금(!)으로 대체했다. 첫 행사는 비보이들이 춤은 춰야 하니까 장판 얻어와서 그 위에 청테이프를붙여서 진행했다. 비용이 30만 원 정도 들었다. 

그때는 비보이들이나 나나 가난하고 절박했으니까 서로 마음이 잘 통했다. 그때가 그립기도 하다. 행사 끝나고 라면에 소주 한 잔 마시기도 하고. 서로 마음을 열었던 점이 참 좋았던 것 같고 그때의 '장판정신'이 그립다. (웃음) 

한길우 대표가 생각하는 축제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ㄴ 행복한 것. 사는 건 고통의 연속이니까. 그 고통의 연속을 나 같은 사람들이 그나마 즐겁게 만들어 주는 거다. 이런 게 나의 소명의식이고 보람 있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이 행복한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그래서 무언가 2탄 '어딘가'를 시작했다. 기차를 빌린다면 강원도, 비행기를 빌린다면 제주도 등으로 여행을 떠나볼 계획이다. 

한길우 대표의 문화기획은 단순하고 명쾌하다는 생각이 든다. 
ㄴ 그렇다. 물론 여러모로 유리한 점들이 있었다. 일단 신촌은 저절로 홍보가 되는 공간이라는 장점이 있다. 여기에 '네이밍, 타이밍, 에이밍'이라는 기획의 삼박자가 맞아야 한다. 일단 '네이밍(naming)'은 단순명쾌해야 한다. 중학교 2~3학년, 심지어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 물총축제면 물총 쏘는 축제, 라면축제면 라면 먹는 축제, 이런 것들처럼.

다음으로 '타이밍(timing)'이 좋아야 한다. 때가 잘 맞아야 한다. 물총축제를 겨울에 할 수는 없으니.

그다음 '에이밍(aiming)'은 목표를 잘 잡아야 한다는 거다. 그 고민이 제일 컸는데, 예를 들어, 물총축제의 목적이 뭐냐고 물었을 때 너무 복잡하게 정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촌의 변화, 지역의 활성화 이런 말들보다는 '그냥 스트레스 풀고 재밌게 놀려고요, 도시에서 물놀이하는 거 재밌지 않나요?'라고 하는 게 더 와 닿지 않나 싶었다. 물론 단순하다는 건 해석이 심플(!)하다는 의미이지, 행사를 가볍게 가겠다는 말은 아니다.

이 삼박자와 더불어 끈기도 중요하다. 문화기획은 결국 시행착오를 겪었을 때 누가 살아남느냐 하는 싸움이지 않나 싶다. 내가 만나 본 문화기획자 중에서 집념이 없는 사람은 없었다.

   
▲ 한길우 대표는 "솔로대첩을 통해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그 당시 느꼈던 점과 공유하고 싶은 정보를 추후 책으로 소개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솔로대첩은 당시 전국민적인 조명을 받았던 빅이벤트였다. 겉으로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녔다고.   

올해 쉼 없이 달려왔다. 내년 계획 중 미리 소개할 만한 것이 있나. 
ㄴ 일단 무언가의 계절별 축제는 그대로 진행할 예정이다. 봄에는 커플런, 여름에는 물총축제, 가을에는 맥주축제와 할로윈축제, 겨울에는 라면축제. 이제 어느 정도 안정화됐다. 새로운 아이템이라면 2000년도에 진행했던 비보이 프로그램을 모태로 해서 '스트릿댄스페스티벌'을 생각하고 있다. 아니면 EDM뿐만 아니라 트로트, 디스코 등 다양한 댄스음악 장르를 모아서 '댄스음악페스티벌'도 해볼 생각이 있다. 그리고 대선 시즌에 맞춰 '대통령축제'도 고심중이다. 대통령축제에 출마한 사람들의 공약이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까지 6개의 축제를 만들었는데 앞으로 총 12개의 축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무언가를 한 달에 한 번 축제를 진행하는 축제 브랜드로 만들고 싶다. 그러면 무언가의 일정이 적힌 축제 달력도 직접 만들어서 우리를 신뢰하시는 분들께 나눠드릴 것으로 기대한다. 

마지막으로 한길우 대표의 꿈을 알려달라. 
ㄴ 음…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좀 더 다양한 경험을 쌓고 싶다. 사랑도 많이 하고 싶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싶다. 특히 여행지 사진을 볼 때마다 죽기 전엔 꼭 가봐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여자친구랑 '달나라 여행만큼은 꼭 가자'는 말을 자주 한다. 어쩌면 달에 가서도 축제 하나 만들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웃음)

   
 

문화뉴스 김소이 기자 lemipasolla@mhn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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