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뉴스 MHN 장기영 기자]

"정답이 없어요."

해답을 갈구하는 식의 기자의 우문이 이어지자, 더 이상 물어볼 수 없도록 현답을 내놓은 사람. 그는 바로 독일인 다니엘 린데만(Daniel Lindemann)이다. 

다니엘은 JTBC '비정상회담'에서 '독다(독일 다니엘)'로 대중들에게 강렬한 인식을 남겼다. 가볍지만 타자에게는 상처가 될 수 있는 개그 몇 푼 대신, 진중하고도 지적인 코드를 가졌기에 말할 때마다 '노잼' 소리를 들었던 그였지만, 실제로 만나보니 아주 위트 있는 사람이었다. 외국어로 농담을 건넬 수 있다는 것은, 그가 해당 외국어와 문화를 얼마나 깊이 있게 이해하고 있는지를 보여준다. 유창한 한국어 실력은 방송에서 보던 그대로였다.

최근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으로 다시 한 번 주목을 받고 있는 그는 한국인보다 더 대한민국의 역사를 관심 있게 공부하고 있음을 보여주며 많은 시청자들의 자성적인 감상평을 잇따르게 했다. 뿐만 아니라, 현재 타 매체서는 '다니엘 린데만의 비정상의 눈'이라는 칼럼으로 독일과 한국뿐 아니라 세계정세에 대해 본인만의 시각을 담백한 문장으로 담아내고 있기도 하다.

지적인 이미지, 개그 센스, 젠틀한 매너로 뭇 여심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그가, 이번에는 직접 작곡한 곡들을 피아노로 연주해 앨범으로 발표했다. 제목은 'Esperance'다. 지난 25일 발매된 해당 앨범은 'Love of Sunshine', 'Smiling Innocence', 'Waiting for You', 'Happy End', 'Morning Tide', 'Esperance' 등 자작곡 6곡과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의 'Happy'를 다니엘의 편곡 버전으로 들어볼 수 있다.

이루마와 히사이시 조를 좋아한다는 그는 뉴에이지풍의 피아노 곡을 작사, 연주한 후 전문 편곡가에 의해 스트링 콰르텟(바이올린2, 비올라, 첼로) 버전으로 편곡해 이번 앨범을 구성했다. 또한 주목할 만한 점은, 이번 앨범을 구입하면 다니엘이 작곡한 곡들의 악보 또한 피아노 버전으로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단행본처럼 구성된 이번 앨범에는 악보와 더불어 다니엘의 화보와 곡 해설까지 모두 수록돼 있다.

다음은 '뮤지션'으로서의 다니엘과 일문일답이다.

 

 

 

최근 근황은?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나?

└ MBC every1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가 생각보다 화제가 돼 바쁘게 지내고 있어요. 근데 딱 좋을 정도로 바빠요. 방송, 강연, 행사 등으로 여기저기서  많이들 불러주세요. 작곡 같은 경우는 2년 전부터 해왔어요. 앨범 작업은 올해 봄부터 했고, 이번에 발매합니다.

앨범명이 'Esperance'이다. 최근에는 잘 쓰지 않는 단어로 우리말로는 '희망'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설명돼 있다. 앨범 소개 부탁한다.

└ 6곡의 자작곡이 수록됐습니다. 그중 4곡은 바이올린 두 대, 비올라, 첼로로 구성된 스트링 콰르텟 버전으로 구성됐습니다. 나머지 1곡은 Pharrell Williams의 'Happy'인데, 제가 연주곡으로 편곡했고 공연 라이브 버전으로 담았어요.

말씀하신대로 'Esperance'는 요즘 잘 안 쓰는 단어입니다. 사실 앨범 제목은 고민을 많이 했어요. 첫 곡인 'Love of Sunshine'이 어떻게 보면 타이틀곡이라 할 수 있는데, 앨범명으로 하기는 적절치 않은 것 같더라고요. 반면 'esperance'는 메이저로 구성됐고 잔잔한 분위기에, 좋은 기운을 전달합니다. 이 곡이 앨범 전체 분위기를 요약하는 것 같아 앨범명을 이 곡명으로 정했어요. 일반 앨범과는 다르게, 곡 해설과 사진, 악보까지 포함시켰습니다. 만족스러운 디자인으로 구성됐어요. 연주는 많이 부족하지만요(웃음)

앨범 작업 어떻게 이뤄졌는지 궁금하다. 악상이 머리에 떠올라 바로 악보에 기록하나? 아님 즉흥적으로 연주하면서 악보를 기록하는 편인가?

└ 대개 '작곡 과정'을 상상할 때, 아름다운 나무처럼 근사한 무엇을 보고 영감을 얻은 후 곡을 쓴다고들 생각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아요. 특별한 영감 보다는 피아노 앞에 앉아서 놀다 보면, 어느 순간 재밌는 테마가 나와요. 그걸 발전시켜 곡으로 구성합니다. 제목은 곡을 다 구성한 다음에 짓습니다. 글도 다 쓴 후에 제목 짓는 것처럼 말이죠. 곡을 완성한 후 몇 번 반복해 듣고 그와 어울리는 제목을 짓습니다. 앨범에 수록된 자작곡 6곡 모두 이렇게 완성했어요. 

그런데 아무리 좋은 곡이라도 피아노곡으로만 들으면 지루할 수밖에 없어요. 피아노 선율에 스트링을 붙이고 싶었는데, 마침 훌륭한 편곡자를 만났어요. 그 친구에게 제 곡을 들려주고 스트링 편곡에 대해 조언 구했더니 빠른 시간 안에 녹음을 마치더라고요. 대단한 친구입니다(웃음). 먼저 이틀 내내 제 연주를 녹음하고 스트링은 따로 녹음해 삽입했어요. 이번 앨범은 제가 들어도 너무 좋더라고요. 악보는 녹음 작업 다 끝나고 나왔어요. 그 친구한테 미안할 정도로 3일 동안 번거롭고 어렵게 작업했어요. 

 

 

 

앨범에 수록된 곡 순서에 대해 설명해준다면?

└ 첫 곡 'Love of Sunshine'은 처음으로 작곡한 곡입니다. 작곡한 곡들 중에 처음으로 공개하고 싶었던 곡이기도 하고, 제일 잘 나온 곡이기도 하고요. 곡 순서도 중요하지만 스트링이 들어가는 곡과 피아노로만 구성된 곡을 적절히 섞으려고 했어요. 마지막 'Happy'는 라이브 버전이고 편곡한 곡이니, 추가적으로 넣었다고 보시면 됩니다.

악보가 없는 상태에서 앨범 녹음 작업을 진행한 건가?

└ 피아노로 곡을 친 후 녹음하거나 영상을 남깁니다. 제 인스타그램 계정에 올린 것처럼요. 이번 앨범 편곡자가 피아노 연주 영상을 보고 스트링 버전으로 만들었어요. 저 때문에 고생 많이 했죠.

SNS에서 보여준 편곡에서는 화음을 주로 활용하는 것 같았는데, 이번 앨범은 선율이 더 강조되는 듯하다. 

└ 정해진 답은 없어요. 집에서 녹음할 때도, 전자 피아노로 피아노 소리와 스트링 소리를 함께 따며 녹음할 때도 있어요. 이번 앨범에는 첼로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Morning Tide'는 피아노가 중요한 곡이었는데, 생각보다 편곡이 아주 좋게 나왔어요. 첼로 선율이 피아노 선율과 대조하듯이 구성되니 훨씬 새롭더라고요. 

 

 

 

뭉개지는 음들은 기술로 충분히 보완할 수 있었을 텐데 그러지 않았다. 일부러  그런 건가?

└ 맞아요. 물론 이번 작업도 믹싱과 마스터링을 진행하긴 했어요. 근데 저는 개인적으로 자연스러운 것을 제일 좋아해요. 기술적으로 뛰어나게 만들어서 중요하고 좋은 앨범이 되는 것도 좋겠지만, 그럼 실제 연주를 들으러 온 관객들이 앨범과 너무 달라서 깜짝 놀라지 않을까요?(웃음) 음악도 자연스러운 게 좋아요. 피아노 울리는 소리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자연스럽게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앨범 작업을 마쳤어요. 

가장 애착이 가는 곡이 있다면?

└ 'Morning Tide'는 첼로 소리 때문에 정말 좋아하는 곡이에요. 제가 지은 곡들이니 모두 좋아하는데요, 곡마다 느낌이 색달라요. 'Love of Sunshine'은 작년에 무대에서 두 번 연주했어요. 자선콘서트와 페스티벌 무대에서요. 곡 자체가 워낙 좋습니다. 그런데 피아노로만 연주하는 것보다 스트링 편곡이 더해지니 사운드가 풍성해지더라고요. 곡 말미가 제일 마음에 들어요.

좋아하는, 혹은 영향 받은 뮤지션이 있다면? 연주자일 때와 청자일 때 좋아하는 장르나 뮤지션이 다를 것 같다.

└ 이번 앨범에 수록된 곡들은 이루마와 히사이시 조(Hisaishi Joe)의 영향이 컸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피아노 가이즈(The Piano Guys)'라는 그룹을 정말 좋아해요. 5명 중 2명이 피아노와 첼로로 여러 스타일의 편곡을 선보여요. 뮤직 비디오도 열심히 찍는데, 계속 웃으며 연주하는 모습을 담아내요. 음악을 즐기는 모습이 좋아보였고, 영화 본(BOURNE)시리즈 ost와 비발디를 섞는 재치도 보여요. 그 음악 들으면서 음악 자체가 좋아졌달까요.

얼마 전에는 한스 짐머(Hans Zimmer) 콘서트에 다녀왔어요. 정말 좋았어요. 그분이 원래는 무대공포증이 있었다고 해요. 올해 60세이지만 용기 내 무대에 섰고 이제부터 무대에 열심히 설 거라고 말씀하시더라고요. 악기 처음 배울 때는 고통스럽고 엄격하게 배우며 연습하지만, 어느 정도 실력이 갖춰지면 그때부터는 놀면서 할 수 있어요. 그분도 '음악은 놀이'라고 하시더라고요. 저도 그런 마인드를 가지고 음악으로 놀고 있어요.

[문화 人] 다니엘 린데만 "꼭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야 할까요?" ②로 이어집니다.

keyy@mhnew.com 사진ⓒ문화뉴스 MHN 서정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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