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pjg5134@mhns.co.kr

▶공연메모
30스튜디오 창작극전 5 연희단거리패의 이윤택 예술감독 임은재 작 김소희 연출의 두 개의 달
- 공연명 두 개의 달
- 공연단체 연희단거리패
- 예술감독 이윤택
- 작가 임은재
- 연출 김소희
- 공연기간 2017년 10월 19일~29일
- 공연장소 30스튜디오
- 관람일시 10월 29일 오후 3시

[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30스튜디오에서 창작극전 5, 제2회 윤대성희곡상수상작 이윤택 예술감독, 임은재 작, 김소희 연출의 <두 개의 달>을 관람했다.

서울 예술대학 극작가를 졸업한 임은재(35세)는 CJ문화재단 꿈 키움 창의학교 공연부문 작가 대 멘토이자 극단 목화 기획실에서 근무한 제2회 윤대성희곡상을 수상한 재주가 많아 보이는 모습의 여성연극인이다.

김소희는 연세대학교 국문과와 동국대학교 대학원 연극영화학과 출신으로 경기대 연극영화과 교수를 역임하고 있다. 현재 연희단거리패 대표이자 연기생활 30년을 한 미모의 여배우로 각종 연기상을 수상했고 최근 몇 작품의 연출에서도 놀라운 기량을 발휘했다.

무대는 중앙에 커다란 침대가 놓이고, 머리맡에 링거를 주사할 장치도 보인다. 침대 주변에 책장, 냉장고, 오른쪽에는 가는 끈으로 촘촘히 연결된 휘장이 있고 그 뒤에 좁은 공간이 있어 사람이 누울 수 있다. 무대 하수 쪽에는 수돗물을 틀고 받을 수 있는 장비도 만들어 놓았다. 그 옆에 빨래 감을 넣을 수 있는 통이 있다.

연극은 도입에 암전 속에서 자동차 사고 음이 들리고, 조명이 들어오면 식물인간으로 설정된 남편을 아내가 돌보는 장면에서 출발한다. 아내는 수건을 빨아 남편을 씻어주고, 기저귀도 갈아주면서 베게잇과 침대보나 이불천도 바꿔주는 장면이 펼쳐진다. 베게나 이불 천, 사용한 수건은 빨래 통에 집어넣는다. 그러는 동안 남편에게 끊임없이 말을 건넨다. 물론 남편은 무응답이다.

남편이 아내의 말을 듣는지 못 듣는지 알 수 없지만, 의사의 등장으로 비록 식물인간이 되어 거동은 못해도 환자는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설명을 한다. 남편의 친구라는 의사 역시 같은 차에 탑승하고 있다가 사고를 당했는데, 다행히 환자의 아내처럼 다치지를 않았다는 설정이다. 남편은 2년째 혼수상태이고, 남편의 친구인 의사는 2년 동안 한 결 같이 친구의 병문안을 오고 진찰을 하며 친구부인을 위로한다.

의사가 여느 때처럼 다녀가는데 폭우가 쏟아져 다시 집으로 들어온다. 물론 비를 흠뻑 맞았다. 환자의 아내는 의사의 옷을 벗게 한 다음 수건을 가져다주고 등을 닦아 준다. 그러다가 자연스럽게 몸에 손을 대면서 두 사람은 몸을 밀착시키게 되고 서로 격정적으로 끌어안고 몸을 합친다.

남편이 푸시시 일어나 두 사람의 행위를 바라본다. 두 사람의 행위가 끝나면 남편은 자리에 눕고 비도 그치게 되면서 의사는 돌아간다. 아내는 벌거벗은 몸으로 남편의 침대로 기어 올라가 남편 곁에 달라붙어 눕는다.

장면이 바꾸면 다시 의사가 등장을 하면 남편을 들여다본 후에는 여인과의 밀착행위가 반복되고 의사는 돌아간다.

아내는 침대 곁 의자에 앉아 빨간색 털실로 뜨개질을 한다. 뜨개질을 하면서 남편에게 계속 이야기를 한다. 남편이 듣는지 못 듣는지은 알 수가 없으나, 아내가 남편을 돌보는 행위가 계속되고, 여전히 말을 건네다가 반복되는 행위가 지긋지긋한지 아내는 뜨개질 하던 것을 집어던지고, 남편을 침대에서 끌어내려 방바닥에 내팽개친다.

그리고는 빨래 통에서 베게나 천을 꺼내 남편에게 던지기 시작한다. 차츰 분노를 폭발시키며 대야의 물을 남편에게 끼얹고 남편의 목을 조이기 시작한다. 거의 살해 직전까지 갔을 때 남편이 일어나 아내의 손을 뿌리치고 아내의 목을 조인다. 아내가 실신하니, 남편은 아내를 번쩍 안아 침대에 눕히는 장면에서 암전된다.

다시 조명이 들어오면 아내는 남편에게 “내가 미웠지? 다 알고 있으면서 암말도 않고 누워있느니 내가 얼마나 미웠을까?” 한다. 남편은 “사랑한다.”는 말만 한다. 의사가 들어온다. 남편은 벌떡 일어나 의사에게 덤벼든다. 자신을 속였다며 칼까지 뽑아들고 의사를 겨눈다.

의사는 친구를 속인 적이 없다며 남편을 밀친다. 아내가 두 사람을 말린다. 남편은 아내에게도 똑 같은 말을 한다. 자신을 속였다고. 아내는 남편을 사랑하기보다 미워했다고 고백한다. 남편이 친구에게로 가지 그랬느냐고 하니, 아내는 부인이 있는 사람이라 못 갔노라고 대답한다. 의사가 나간다. 남편은 아내를 침대에 눕히고 욕정이 폭발한 듯 달려든다. 그러나 아내는 차디찬 나무토막 같다.

조명이 들어오면 의사와 환자의 아내가 행위를 끝내고 옷을 입는다. 아내는 의사에게 필로우 섬으로 가고 싶다고 한다. 의사가 가지고 하지만 아내는 고개를 젓는다.

장면이 바뀌면 연극의 첫 장면에서처럼 아내가 남편을 돌본다. 베게 잇을 바꾸고, 몸을 닦아준다. 폭우소리가 들리고 의사가 다시 등장한다. 아내가 의사를 기다렸다는 듯 희색이 만면한 모습으로 바라보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현준이 남편, 김하영이 아내, 김승현이 의사로 등장해 호연과 열연, 그리고 성격설정은 물론 몸을 밀착시키는 동작으로 관객을 극 속에 몰입시킨다.

성관계에 대한 도덕적 종교적 관념의 장막이 젖혀져 가는 듯싶은 느낌의 연극이다.

 

예술감독 이윤택, 조명디자인 조인곤, 안무 김윤규, 움직임지도 박소연, 무대감독 김한솔, 사진 김용주, 홍보디자인 황유진, 기획 천석기 김아라나, 홍보 노심동, 트레일러 촬영 및 제가 이신혜, 공연진행 이혜민 이미영 이유라 등 제작진과 기술진의 열정과 기량이 조화를 이루어, 30스튜디오의 창작극전 5, 제2회 윤대성희곡상수상 임은재 작, 김소희 연출의 <두개의 달>을 연극사에 한 획을 그을 성적고정관념 탈피연극으로 창출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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