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TV조선 유튜브

[문화뉴스 MHN 석재현 기자] 이번에는 조용히 넘어가나 싶었으나, 올해 대종상 또한 시끄러운 논란만 남겼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문화예술회관 대극장에서 진행되었던 제54회 대종상영화제 시상식은 TV조선 단독중계로 이뤄졌다. 영화 '박열'이 감독상과 여우주연상을 포함해 5개 부문을 차지했고, '택시운전사'가 작품상을 남녀주연상은 설경구와 최희서에게 돌아갔다.

하지만 이날 시상식에서 중계를 맡았던 TV조선 측의 막말 논란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시상식이 끝난 이후에 잡음을 만들고 있다. 때는 최희서가 신인여자배우상의 수상소감을 전하던 도중이었다. 최희서의 수상소감이 길어지자, 진행을 맡았던 신현준은 "마음 놓고 이야기하라. 괜찮다”고 그를 격려했다. 신현준의 응원에 힘입어 최희서는 환한 미소로 수상소감을 마무리했다. 이 과정에서 "그만합시다 좀" "아 진짜 돌겠다" "얘 누구냐" 등 짜증 섞인 TV조선 스튜디오 제작진의 목소리가 고스란히 전파를 탔다.

이 사건이 도마에 오르자, TV조선은 어떠한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는 대신에 각종 포털 사이트에 공개된 영상에서 제작진의 목소리를 모두 삭제했다.

사실 대종상이 논란거리가 되었던 건 올해만 있었던 건 아니었다. 한 때 대한민국의 가장 권위있고 유서깊은 영화제로 분류되었지만, 수많은 사건사고와 논란으로 얼룩진 흑역사 때문에 대종상의 권위는 땅바닥으로 떨어졌고, 청룡영화상에 최고의 영화상 자리를 빼앗겼다. 그래서 일부 영화팬들은 대종상을 '대충상'이라고 비아냥하기까지 이르렀다. 

▲ ⓒ MBC

1996년 제34회 대종상 : 일명 '애니꺵' 사태
대종상의 권위가 곤두박질 쳤던 시기이자 역대 최악의 대종상 시상식으로 남았던 해가 바로 1996년 제34회 대종상이었다. 이 사건은 1990년대 한국영화계의 흑역사이자 이 사건으로 인해 영화계 여러 인사들이 검찰조사를 받기까지 이르렀다.

당시 신선한 충격을 안겨다주었던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과 박철수 감독의 '301, 302'에 예선에서 불이익을 받는가 하면, 수상이 유력했던 박광수 감독의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과 장선우 감독의 '꽃잎', 그리고 강제규 감독의 '은행나무 침대'를 제치고 전혀 개봉하지도 않은 영화 '애니깽'이 작품상과 감독상, 여우조연상을 거머쥐면서 논란이 되었다.

이 수상 때문에 대종상은 시상식이 끝난 이후에도 끊임없는 의혹과 논란을 양상했고, 영화계는 주최측을 향해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 여파로 대종상의 후원을 맡았던 삼성그룹이 철수하며 대종상은 위기를 맞이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다른 후원사 쌍방울 그룹이 IMF로 무너지면서 1998년 대종상 시상식이 일시폐지라는 굴욕까지 겪었다.

 

2015년 제52회 대종상 : '대충상' 오명을 쓰다
1996년 사태 이후로도 대종상은 크고 작은 잡음을 일으켰다.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은 상을 주지 않겠다며 공표했는데, 한 예로 2011년 여우주연상 수상후보였던 심은경이 개인사정상 불참하자 후보에서 빼버리는 사태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 문제는 곪아오다가 2015년이 되어 마침내 터졌다. 52회 대종상은 남녀주연상 후보 9명 모두 불참하는 초유의 불상사가 벌어졌고, 당시 주최측 일원이었던 조근우 본부장은 "배우 수준은 후진국"이라는 막말까지 알려져 불난 집에 기름을 부었다.

2015년 대종상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웬만해서는 영화상 시상식에 매년 빠지지 않고 참석해 온 안성기, 박중훈, 강수연, 신영균 등 한국영화계의 상징적인 인물들까지 불참하며 사태는 심각해졌고, 총 24개 부문에서 11개 부문이 대리수상이 이뤄져 '대리수상 잔치'로 바뀌었다. 당시 사회를 맡았던 신현준은 진땀을 흘리며 이 난국을 홀로 헤쳐나가야만 했다.

최악의 시상식이 끝난 지 이틀 후, 김구회 조직위원장의 문자가 파문을 일으켰다. 김 조직위원장은 조직위 이사들 약 20여명에게 "국민들이 봤을 때는 부족함이 많은 행사였으나 우리끼리 얘기지만 이렇게라도 치를 수 있었던 게 다행이지 않습니까. 조금도 실망하시지 말고 힘내십시오. 조직위원장으로서 또한 영화인으로서 국민들의 바램과 우리 대종상의 위상을 세우기 위해 저는 어제부터 53회 대종상의 성공을 위하여 뛰고 있습니다"라고 보냈고, 일반정서와 동떨어진 소리라며 비난을 면치 못했다. 

이외에도 대종상은 수많은 흑역사를 남겼다. 2012년 제49회 대종상 때는 '광해'에만 무려 15개 수상을 몰아주며 수상자(작) 선정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고, 다음해인 2013년에는 50주년을 맞이했음에도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7차전이 치뤄졌던 날이 무리하게 진행하는 바람에 녹화방송으로 시청자들에게 송출하는 미숙함도 보였다.

syrano@mhne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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