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극 '1984'의 한 장면

[문화뉴스 MHN 양미르 기자] "연습 기간에 버스에 있는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의 광고 문구를 봤다. '진실과 거짓, 그 경계가 무너진다'라는 내용인데, 연극 '1984'와 의미가 비슷해 신기했다."

연극 '1984'에 출연한 이승헌 배우가 프레스콜 이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남긴 말이다. 연극 '1984'는 조지 오웰이 1949년 출간한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당시엔 이런 SF와 디스토피아 소설이 많지 않았던 시절로, 결말을 본 관객은 충격에 빠질수 밖에 없었다. 전체주의의 극한적인 모습을 보이는 가상 장소 '오세아니아'를 배경으로, 지배 시스템 앞에 놓인 '윈스턴 스미스'(이승헌)를 통해 한 개인이 어떻게 저항하고 파멸하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연극에서는 '윈스턴'을 파멸로 이끄는 고문 장면이 시각과 청각을 통해 극대화되어 표출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사실이 진실인지도 묻는다.

당의 상징적 최고지도자인 '빅 브라더'는 2017년에는 스마트폰 도청·GPS 위치 추적 등으로 이미 일상화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있는 미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가 '전체주의'가 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등장했다. 현재와 작품이 나온 시기를 비교하면 생각할 여지가 많은 작품이다. 한태숙 연출은 "현재 세계 최강대국이 상당히 독재적인 힘의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라면서, "평화의 시대라고는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 치밀하고 계산적인 염탐이 있을 것 같다. 암울한 미래를 경고하는 메시지가 분명히 찍히는 게 이번 공연의 목표"라고 설명했다.

▲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

한편, 연극 '1984'가 개막 1주 전에 개봉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 2049'도 일명 '저주받은 걸작'인 1982년 영화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이다. 어린 시절부터 1편을 감명 깊게 본 드니 빌뇌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으면서, 1편을 연출한 리들리 스콧 감독이 꾸민 세계관을 완벽하게 결합한 호평을 받았다. '전체주의와 다국적문화'가 혼재한 세계관은 '1984' 속 디스토피아 세계관을 오마쥬한 인상이 컸다. 주인공 '데커드'(해리슨 포드)에게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이나, '레이첼'(숀 영)이 '1984'의 '줄리아'(정새별)와 유사성이 있다는 점도 작품의 연결고리가 될 수 있다.

속편인 '블레이드 러너 2049'는 인간과 같은 지적 능력과 사고방식, 그리고 신체적 조건을 갖춘 노동력 제공을 위한 인간의 대체품인 '리플리컨트'를 통해, '인간다운 존재가 인간인가?'라는 명제,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기억이 진실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을 관객에게 던진다. 성경에서 나오는 내용, '칠드런 오브 맨', '그녀', '프로메테우스' 등에서 등장하는 SF 상황이나 철학이 고스란히 녹아 들어간다. 이처럼 다양한 함의를 가지고 있는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볼 때마다 여러 각도로 관람하면 곱씹을 이유가 많다.

지적인 재미를 주는 두 SF 걸작을 누군가는 '2017년에 다시 무대로, 스크린으로 꼭 나와야 하는가'라며 물을 수 있다. 당연히 '시의성'도 물어볼 수 있다. 2049년에도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쳐다보지 않는 것이 가당키나 했는지를 물을 수 있다. 그러나 두 작품이 2017년에도 여전히 유효한 이유는 '우리가 과연 인간적인 삶을 누리고 있는 것이 맞는가? 그렇다면 '인간적인 삶'은 무엇인가?'라는 철학적 사유가 아직도 이어지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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