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pjg5134@mhns.co.kr

▶공연메모
제12회 여성연출가전 이상훈 작 이준영 각색 함유운 연출의 꽃이 피질 않아요
- 공연명 꽃이 피질 않아요
- 공연단체 女 연출집단 GO
- 작가 이상훈
- 각색 이준영
- 연출 함유운
- 공연기간 2017년 10월 17일~22일
- 공연장소 여우별씨어터
- 관람일시 10월 21일 오후 7시

[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여우별씨어터에서 女 연출집단 GO의 이상훈 작, 이준영 각색, 함유운 연출의 <꽃이 피질 않아요>를 관람했다.

이상훈(1971~)은 배우이자 작가다. 배우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담은 에세이를 쓰는 경우는 많지만 소설을 내는 것은 드문 일. 이상훈은 시나리오를 쓰다가 작가가 됐다. 첫 책 <이별할 때 키스하기>를 출간한 후 <독도>를 썼다. <독도>는 조선 선조 때를 배경으로 한 역사 소설이다.

동인과 서인의 붕당정치로 왕권이 미약했던 시절, 선조는 왕권 강화를 위해 정여립과 대동계의 몰락을 꾀한다. 이 과정에서 무창과 대동계의 13명은 삼봉도(독도)로 유배를 당하게 된다. 그곳에서 뜻하지 않게 왜구를 만나게 되고 무창 등은 이들의 침입에 맞선다.

이상훈은 “독도를 지키는 조선인의 얘기”라며 “독도가 일본 땅이라고 아무리 우겨도 독도는 대한민국의 영토다. 역사 소설을 통해 그 얘기를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함유운(1973~)은 연극실험실 늘의 대표이자 배우 겸 연출가다. <우주인 지구 생존기> <동행> <안녕 골목길! 하얀 그림자 여행> <계란을 드립니다> <꽃이 피질 않아요>를 연출하거나 협력연출하고 출연도 한 발군의 기량을 갖춘 미모의 여배우다.

무대는 과부가 된 며느리 집의 거실이다. 방 좌우에 장롱이 놓이고 오른 쪽 장위에는 죽은 남자의 영정사진이 있다. 왼쪽의 장에는 전화기를 올려놓았다. 방문이 있고 문 뒤쪽으로 부엌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있고, 방의 오른 쪽 통로는 시아버지 방으로 설정된다.

무대 앞쪽은 선술집으로 사용되고, 또 계란을 파는 약장수의 무대가 되기도 한다.

나이 많은 시아버지가 착한 중년의 며느리와 함께 산다는 설정이고, 시아버지는 별 일 없이 친구들과 어울려 음주를 하거나, 정력에 좋다는 약이면 모두 사들이는 성격이지만 방에 약을 쌓아두고 먹지는 않는다. 며느리의 시아버지에 대한 지극정성과 효성을 시아버지는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는 눈치이고, 마치 친딸을 대하는 듯싶다. 그렇기에 가끔 며느리와 티격태격하는 정경이 펼쳐지기도 한다.

휴대전화 대신 일반 전화기를 사용하고, 가끔 비슷한 또래의 노인과의 음주장면이 펼쳐지기도 한다. 여기에 계란을 파는 약장수가 등장해 한바탕 법석을 떨고 퇴장하면 평소의 조용한 분위기로 되돌아온다. 죽은 아들의 기일에 평소 국화꽃을 좋아하던 아들의 취향대로 국화꽃 화분을 주문해 꽃망울이 잔뜩 달린 화분을 들여다 방 오른쪽에 놓는다,

그런데 날자가 흘러도 꽃이 개화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어느 날 시아버지는 며느리에게 실내화를 사다가 준다. 당연히 며느리는 그런 걸 무엇 때문에 사 왔느냐고 투정을 부린다. 시아버지가 방으로 들어간 후 포장을 끌러보니, 무척 예쁜 실내화다. 며느리의 좋아하는 모습이 관객의 가슴을 따뜻하게 만든다.

그런데 불쑥 전화벨이 울린다. 전화를 받으니, 평소에 연락이 없던 남편의 누님인 고모가 아버지를 모시겠다는 전화다. 며느리로서는 충격이다. 여러 해를 시아버지를 모시고 친부모로 여기고 살았는데, 고모가 모시겠다니.... 섭섭하고 원망스런 심정의 며느리는 내키지는 않지만 시아버지에게 이 사실을 알린다.

시아버지도 며느리와 똑 같은 심정이지만 며느리 집에 얹혀살기보다는 딸에게 가는 것이 도리인 것 같아 새로 이사를 한 딸집으로 가기로 결정을 한다. 내색은 못 하지만 며느리와 시아버지가 갈라서는 안타까운 심정이 무언극처럼 펼쳐지고, 관객도 자신이 겪는 일처럼 여기는지 객석 여기저기에서 손수건을 꺼내 눈으로 가져가는 모습이 보인다, 국화꽃도 같은 심정이기에 꽃을 피우지 않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장면에서 연극은 끝이 난다.

이준영이 시아버지, 함유운이 며느리, 양권석이 시아버지 친구 역과 약장수 역, 박미정이 이웃여인과 의사, 이미경이 청주 댁으로 등장해 호연과 열연 그리고 적절한 사투리 구사로 관객을 시종일관 극에 몰입시키고 대단원에서 감동선사와 함께 갈채를 이끌어 낸다.

 

기획 함영철, 무대감독 박상백, 오퍼 김라희 유영준, 소품 임숙연 등 스텝진의 열정과 기량이 드러나, 女 연출집단 GO의 이상훈 작, 이준영 각색, 함유운 연출의 <꽃이 피질 않아요>를 연극성, 대중성을 살린 성공작으로 만들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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