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티스트에디터 박정기(한국희곡창작워크숍 대표). 한국을 대표하는 관록의 공연평론가이자 극작가·연출가. pjg5134@mhns.co.kr

▶공연메모
극단 목화의 오태석 작 연출의 자전거 自轉車
- 공연명 자전거 自轉車
- 공연단체 극단 목화
- 작 연출 오태석
- 공연기간 2017년 10월 20일~29일
- 공연장소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 관람일시 10월 21일 오후 4시

[문화뉴스 아띠에터 박정기]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극단 목화의 오태석 작 연출의 <자전거(自轉車)>를 관람했다.

오태석(1940~)은 충남 서천 출생으로 배재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철학과 재학 시절 그의 첫 희곡 「영광」이 시민예술제 희곡 공모에 당선되어 국립극장 무대에서 공연되면서 연극계와 인연을 맺게 된다.

그러나 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것은 196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웨딩드레스」가 당선되면서부터이다. 그는 초기에 서구의 모더니즘 희곡 형식을 실험하다가 1970년대 이후로는 전통극적 요소를 작품에 수용하면서 작가 고유의 희곡 세계를 구축하게 된다.

오태석의 희곡은 현대인의 내면세계를 다룬 부조리극 계열의 작품들과, 한국의 전통과 역사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들로 분류될 수 있다. 논리적인 인과 법칙보다는 자유로운 연상의 흐름에 따라 극적 서사를 전개시키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기발한 발상과 유희적인 상상력이 넘쳐흐른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바로 이 때문에 비논리적이며 난해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한다.

오태석은 1960년대 후반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이고도 왕성한 극작 활동과 연출 활동을 전개해 왔을 뿐만 아니라 그가 발표한 대부분의 작품이 관객으로부터 높은 호응을 받아왔다는 점에서 그는 한국 현대 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 겸 연출가로서 평가받을 만하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오태석이 한국 현대 희곡역사에서 높게 평가받을 수 있는 것은 그가 사실주의 희곡의 전통을 거부하고 새로운 극 형식을 제시하였기 때문이다.

오태석은 현재 목화레퍼토리 컴퍼니의 대표 겸 상임 연출가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대표작으로는 <육교 위의 유모차>, <유다여 닭이 울기 전에>, <교행>, <초분>, <태>, <춘풍의 처>, <사추기>, <자전거>, <부자유친>, <비닐하우스>, <심청이는 왜 두 번 인당수에 몸을 던졌는가.>

<백마강 달밤에>, <여우와 사랑을>, <천 년의 수인>, <코소보 그리고 유랑>, <잃어버린 강>, <지네와 지렁이>, <내 사랑 DMZ>, <앞산아 당겨라 오금아 밀어라>, <만파식적>, <양화진 사랑>, <분장실> 그 외의 다수 작품을 발표 공연했다.

연극 <자전거(自轉車)>는 해방 후 6 25 동란이 발발하고, UN군의 인천상륙작전으로 인민군이 퇴각하면서, 충남 서천의 유지 백 여 명을 한꺼번에 가두어놓고 인민군이 불태워 죽인 사실과 그 참상에 대한 기억으로 인해, 그 가족과 형제들 그리고 자손들이 겪어야 했던 생활 속의 후유증이다. 이것은 작가 자신이 어린 시절 직접 겪었던 일이기에, 이 이야기를 연극으로 그려냈다.

비단 작가 자신 뿐 아니라, 연고가 있는 마을 사람들은 살해당한 사람을 묻어놓은 공동묘지를 지날 때나, 음산한 날씨에는 고인의 망령이 등장하는 것으로 생각을 하고, 실제로 망령과 대화를 나누거나, 생활 속에서 망령의 모습을 지우지를 못한다.

인민군에게 살해당한 사람들 중 구사일생으로 생존한 사람의 아들은 면의 서기가 된다. 지금은 자동차가 교통수단이지만 당시 시골에서에는 자전거를 타고 먼 거리로 왕래를 했기에 윤 씨 성을 가진 서기도 자전거로 출근을 하며, 호젓한 산길이나, 무덤가를 지날 때면 동리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망령이나 헛것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윤서기는 무엇엔가 놀라 노상에서 기절을 하고, 42일 동안을 면사무소에 출근하지 못한 사연을, 동료인 구 서기에게 결근계를 제출하며 써 넣는다.

구 서기가 결근계와 그 사유를 재확인하며 벌이는 연극이 <자전거>의 내용이다.

참상을 당한 마을 사람과 복선으로 나병환자가 가족이 등장하고, 맞은편 능선너머로 거위를 기르는 가족이 등장한다. 나병환자 부부는 갓 태어난 아이를 거위를 기르는 집에 입양시킨다.

아기는 나병환자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상식이 당시에도 통해서일까, 아기는 거위 집에서 처녀로 성장을 한다. 그런데 아기를 맡긴 부부가, 맡아 기르는 가정에서 자신들의 딸이 어떻게 자라고 있는가를, 애가 처녀가 다 되도록 늘 지키며 바라보니, 맡아 기른 쪽 가족들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거위집의 아이들까지도 자신들도 입양해 기른 자식이거나, 누가 맡긴 자식이 아닌가 하고, 잘 때 서로의 얼굴을 만져보며 서로 닮았나를 확인하는 일이 자주 생기고, 나환자부부가 맡긴 막내는 가출을 해버리겠다는 일까지 생기게 된다. 그리고 행방을 감춘다.

구 서기가 사건의 경위를 윤서기로부터 다시 상세히 듣기 시작하면서 연극의 장면이 하나하나 반복된다. 할아버지와 아버지 대의 한의사가 현재에도 등장하는가 하면, 망령들까지 베옷을 입고 등장해 이야기 속에 한몫을 한다.

해마다 열리는 참살당한 사람들의 제삿날, 나병환자 내외는 자신들이 이곳을 떠나야, 자신이 거위 기르는 집에 입양시킨 아기가 나환자의 씨라는 이야기를 비롯해 나쁜 소문을 잠재울 수 있다고, 남편이 아내에게 떠나자고 재촉을 하고, 막무가내인 아내의 마음씨를 돌려놓으려고, 남편은 제사에 쓸 촛불로 자신들의 움막 같은 집에 불을 지른다. 나환자의 움막은 불타올라 잿더미로 화한다.

무대는 배경에 가로 놓인 단 위에 죽은 사람들의 시신 조형물을 여러 개 세워놓았다. 그 앞으로 정면과 하수 쪽에 휘장을 늘어뜨려 놓고, 그것을 들치고 출연자들이 등퇴장을 한다. 나환자의 움막은 추천 개의 헝겊을 이어 둥글게 움집처럼 만들고, 거위는 인형인데 고개를 좌우로 돌릴 수 있도록 만들었다. 실제로 자전거를 타고 등장을 하고, 움집에 불을 지를 때에는 스모그와 조명으로 화재 분위기를 조성한다.

정진각, 송영광, 정지영, 유재연, 조원준, 김봉현, 배건일, 조유진, 이신호, 임주은, 장원준, 이병용, 이근환, 손형우, 박현정, 김자연, 홍성환, 황보연, 위다은, 강민영 등 출연자 전원의 호흡일치와 호연은 작품과 조화를 이루어 독특하고 탁월한 연극으로 만들어 낸다.

 

무대디자인 오태석, 의상 이승무, 조명 이경천, 사진 이도희 신귀만, 컴퍼니매니저 오준현, 기획실장 정지영, 기획 이병용 사토 가요코, 홍보실장 박현정, 조명오퍼 신지은, 인물포트레이트 최재원, 프로듀서 이혜정, 라인프로듀서 이경빈 김슬기 원월아, 홍보 김수정 박소영 한민주, 그래픽디자인 최대용 등 스텝진의 기량이 하나가 되어, 극단 목화의 오태석 작 연출의 <자전거(自轉車)>를 새로운 표현형식의 탈사실주(脫寫實主義)의 명작연극으로 탄생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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